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성명서 내고 통합적 지원책 촉구
"의사 늘어도 지역 간 의료 불균형, 기피과 해결 안 돼"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살리기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의료계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대 정원 확대 주장이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계와의 협의체' 전체회의, '필수의료 사고처리특례법 제정' 토론회 등이 이뤄지면서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 중 하나로 '의대 정원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는 우려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평균보다 2.5배 높다고 강조했다.
의료이용량이 높은 상황에서 의사 인력 과잉 공급되면 급격한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 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의과대학 입학 정원의 단계적 감축 방안을 검토해야 할 상황에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된다는 것.
실제 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인력은 10년 전보다 31.5% 증가했다. 인구 대비 의사 수도 2021년부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사례를 제시하며 의대 정원 확대의 문제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2008년 이후 지역별·전문과목별 불균형을 이유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출산, 의사 과잉공급, 의료비 폭증 등으로 2022년부터는 의대 입학 정원 감축을 결정했다.
정원이 늘어나도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나 기피과에 가지 않고, 도시 지역에 더욱 집중돼 의료자원의 수급 문제가 더 악화했다는 것.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처럼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인력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사고가 빈번해, 하면 할수록 전과자가 되고 저수가·24시간 진료에 묶인 산부인과 같은 진료과에 지원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필수의료 의무를 강제화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 추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며 "강제로 의사를 배출해도 생명을 다투는 의료행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기존 전공을 포기하고 도시와 안전한 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고의 과실이 아닌 의료사고로 의사를 구속하는 것을 막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가 이하의 수가, 특히 필수의료 관련 수가를 정상으로 만들어 의료 인력의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분만을 위한 산부인과·마취과·소아청소년과의 연계 등 유관 진료과 간의 시스템 정립도 필요하다고 봤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필수의료 문제는 단순히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미 배출된 의사들이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앞으로 배출될 의료 인력이 기피과를 전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