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청구간소화 되면 보험료 폭탄 "정보 전송 선택권 허용하라"

발행날짜: 2023-06-15 14:38:51
  • 4개 의약단체 공동 기자회견 열고 보험업법개정안 드라이브 비판
    보이콧·정보 전송 거부 운동 등 단체행동 예고 "제정 시 헌법소원"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로 인한 대대적인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비급여진료 데이터화를 이용한 재가입 거절로 보장이 적은 차세대 실손보험을 강제로 가입해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민을 외면한 채 보험사 이익만 보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4개 의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법개정안은 보험사 이익만 보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는 이날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겨냥한 회견이다. 여기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개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의료계가 행동에 나선 것.

이들 단체는 실손보험 청구 시 정보 주체인 환자와 의료기관이 관련 서류를 직접 보험사로 전송하는 것이 보다 편리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보험금을 청구할 때 핀테크업체를 통해 암호화된 서류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은 보험개발원을 중개기관으로 두고 있는데 이는 다른 속내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의료계가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 참여하며 제안했던 대안이 모두 반영되지 않은 상황도 조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차례 논의를 거치며 의료정보를 집적하지 않고도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묵살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보험개발원을 중재기관으로 둔 채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등, 법안이 급박하게 추진되는 것은 보험업계 입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당시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정보 전송의 주체가 돼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대안에 마련하여 추후 심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 역시 이행되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보건의약계뿐만 아니라 환자단체·시민단체도 실손보험 데이터 강제 전송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정보 전송 거부 운동을 벌이는 한편, 향후 관련 논의를 보이콧 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안 제정 시엔 위헌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단체는 개정안에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보 전송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문화하라고 요구했다.

또 중개기관을 정해야 한다면 정보 유출 우려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송대행기관 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의 성격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료율을 정하는 보험개발원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보험금 청구 방식·서식·제출 서류 등의 간소화, 전자적 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을 우선적으로 논의하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없이도 2년 안에 전체 실손보험 청구 건의 80~90%가 핀테크업체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도 의료기관에서 앱·키오스크로 정보를 전송하는 환자가 많아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핀테크업체는 서류가 암호화돼 전송 로그만 남을 뿐 유출돼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보다 안전하다는 것.

개정안 제정 시 보험사들이 청구 건을 데이터화해 보장이 적은 차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강제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같은 영양제여도 의료기관별로 청구 코드가 다른데 보험사가 관련 정보를 집적할 수 있게 되면 이를 데이터화해 사용량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또 진료기록을 근거로 보험갱신을 거절해 차세대 실손보험 가입 유도한다면 보험금이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민 보험이사는 "법안을 추진하기에 앞서 국민에게 제정 시 여파를 먼저 알려야 한다. 지금도 실손보험에서 비급여진료로 300만 원을 쓰면 300%의 할증이 붙는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절대 국민 위한 법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이 법안에 찬성하는 국민이 있는데 이는 이름이 잘못돼서 그렇다. 청구간소화라는 좋은 말이 아니라 강제 전송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이정근 부회장은 "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나서 실손보험을 갱신할 때가 오면 그제서야 국민은 이 법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도 실손보험 청구는 핀테크업체 통해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전송 거부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이 법이 통과되기 이전부터 의료정보를 보험업계가 전송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치협 홍수연 부회장은 "의료계가 우려해난 것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직접 보내는 것과 건강데이터 유출이다"라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가 정말 국민 편의를 위한다면 집적 기능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윤영미 정책홍보수석은 "우리도 건강정보 유출 우려로 의협·치협과 뜻을 같이한다. 정부 주체인 환자와 의료기관이 주권과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며 "정책이나 법안이 선결돼야 하는 인프라 구축이 우선적으로 고려해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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