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AHA·ESC 운동선수 심장검사 지침 마련 국내도 공론화

발행날짜: 2023-06-24 05:30:00
  • 부정맥학회, 국제학술대회 KHRS서 스크리닝 제도화 강조
    "비후성 심근증 운동선수 26.4% 돌연사 등 위험 증가 확인"

23일 대한부정맥학회는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 KHRS 2023을 개최하고 운동선수 심장 검사 필요성 공론화에 시동을 걸었다.

"굉장히 큰 사회 문제인데 한국은 가이드라인은 커녕 논의도 전혀 없습니다."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 유럽심장학회(ESC)가 연달아 운동선수에 대한 심장 검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대한부정맥학회도 이에 대한 공론화에 나섰다.

비대해지거나 불규칙한 맥박 등을 수반하는 운동선수의 심장은 통념과 달리 심장 장애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유사하고 실제로 운동선수의 심정지 및 돌연사가 빈번하게 발생해 스크리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

선진국을 중심으로 운동선수의 심장애 관련 데이터 수집과 분석, 이를 기반으로 권고사항이 마련된 만큼 한국에서도 공론화를 통해 스크리닝 당위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겠다는 취지다.

23일 대한부정맥학회는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 KHRS 2023을 개최하고 운동선수에 대한 심장 검사 가이드라인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2021년 UEFA 유로 2020 본선 조별리그 1차전 핀란드전에 선발 출전한 크리스티안 에릭센 선수가 심정지로 경기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운동선수의 심건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유·무산소 운동을 동반한 격렬한 신체활동이 심장을 강화시킬 것이란 통념과 달리 운동선수의 심장은 일반인 대비 더 크고 두꺼워지며 맥박이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크고 두꺼워진 심장은 비대성 심근병증 및 심부전과 유사하고 강한 맥박에 의해 유발되는 심장 잡음은 심장 판막 장애와 유사한데 10만명당 1~3명꼴로 운동선수들의 심장 돌연사가 보고되며 특히 농구, 축구 등의 선수들에서 위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김진배 정책이사(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이날 '운동선수의 심전도 스크리닝'을 발표한 김진배 정책이사(경희대병원 심장내과)는 의료선진국의 동향을 예로 들며 운동선수에 대한 스크리닝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70년대 중반부터 운동을 많이 할수록 심장이 구조적으로 변한다는 가설이 나왔고 데이터가 축적돼 2000년대에 들어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실제로 운동선수의 심장 내 혈액량은 일반인 대비 3배 이상 증가하고 이걸 유지하려면 심장이 과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 리그에서 에릭센 선수가 심정지로 쓰러진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며 "NEJM에 발표된 운동선수의 돌연심장사를 조사 연구를 보면 비후성 심근증에서 26.4%, 좌심실비대증에서 7.5%, 부정맥유발 우심실심근병증에서 2.8%의 돌연 심장사 비율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의 심장 구조 변화와 이에 따른 돌연사 위험이 제기되면서 미국은 미군·전미 대학체육협회(NCAA) 등이 자체적으로 선수 인구에서 차지하는 돌연 심장사 비율을 조사한 바 있다.

영국도 비슷한 사업을 통해 경쟁적인 스포츠가 심장 돌연사의 위험을 높이며 특히 농구, 축구, 풋볼, 성별, 인종이 이런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김진배 이사는 "AHA·ACC와 ESC는 전문가 위원회 합의문을 통해 운동선수에 대한 예비적인 심장 스크리닝 검사를 권고했다"며 "ESC는 12-리드 심전도(ECG) 검사 추가를 권고했는데 논쟁이 진행중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의 관찰연구 및 미국의 전향적 임상은 12-리드 ECG가 심혈관 검사의 민감도 향상시킨다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AHA는 운동선수의 심장 스크리닝으로 흉통 발생 여부 등 개인적 의료 기록 및 가족력을 참고하고, 신체 검사로는 심잡음, 대동맥 협착을 배제하기 위한 대퇴 맥박, 마르팡 증후군 검사 등을 권고한다"며 "스크리닝을 받은 선수에서 89%까지 돌연사가 줄었다는 연구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예방심장협회(EAPC)는 격렬한 스포츠를 하는 중년, 고령에 대한 스크리닝을 권고하고 이탈리아와 이스라엘은 ECG 검사를 모든 젊은 선수에게 의무화했다"며 "반면 많은 나라들이 아직은 ECG 스크리닝을 엘리트 수준의 선수에만 제한적으로 권고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권고 지침은 없지만 이탈리아는 30년간 축적한 선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고, 미국은 ECG 스크리닝의 비용 효과성을 검토하는 등 권고사항 제작이 고도화됐기 때문에 이제라도 국내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김 이사는 "국내에서도 고액의 프로 선수를 대상으로 구단이 심장 스크리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제한적인 적용에 그친다"며 "ECG 적용에 대해선 논란이 있지만 여러 연구에서 보듯 일단 선수에 대한 스크리닝이 돌연사 위험을 낮추는데 굉장히 중요하고 게다가 국내의 ECG 검사 비용은 소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운동선수 심장애 가능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커녕 언급조차 없어 스크리닝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선수의 심혈관 케어에는 선수와 스포츠의학, 그리고 스포츠 심장전문의가 조화롭게 역할을 해야 하고 국내에서도 스포츠 심장전문의 개념이 태동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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