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차별정책…노인 의료 고사위기 내몰린다"

발행날짜: 2023-07-17 05:59:05
  • 남충희 요양병협회장 "노인의료 붕괴 위기감 팽배" 호소
    정부 불합리한 수가 제도 개선 요구 잇따라…헌법소원 검토

"요양병원은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들이 입원하는 의료기관인데 보장성을 축소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 정책이다. 급성기 대비 높은 본인부담상한액 개선해달라."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영남요양병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사직전의 요양병원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날 그는 본인부담상한액을 두고 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특히 위헌적인 적정성평가에 대해서는 헌법소원까지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남충희 요양병원협회장은 급성기병원 대비 요양병원이 차별을 받고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 남 회장은 요양병원을 향한 정부의 차별정책으로 노인의료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초고령화 사회에서 요양병원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최근 요양병원 정책설명회에 참석한 병원 대표자들은 턱밑까지 물이 차 올랐는데 탈출구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호소했다"면서 "정부의 요양병원 패싱(passing), 차별 정책이 계속되면서 노인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요양병원협회는 지난 5~6월 2개월간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서울 등 순회하며 '2023 상반기 요양병원 정책설명회'를 열어 회무 추진 방향을 전달하고 현장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 회장은 현장의견 중 우려가 높았던 요양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높은 본인부담 상한선을 문제점으로 거론했다.

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까지 요양병원에 120일 초과 입원한 소득 1~3구간(소득 하위 50%)에 한해 급성기병원보다 45만~62만원 높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설정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요양병원 장기입원을 차단하겠다며 120일 초과 입원한 전체 환자의 본인부담상한액을 급성기병원보다 최대 234만원 높였다.

그 결과 소득 10분위 환자의 경우 급성기병원에서 치료 받으면 780만원이지만 요양병원에 121일 이상 입원하면 1014만으로 크게 높아졌다. 남 회장은 이를 두고 요양병원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요양병원은 퇴원환자에 대한 방문진료, 방문재활치료가 제한적인 점도 짚었다. 그는 현재 방문진료는 일차의료기관에 한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문재활치료 역시 재활의료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에는 다양한 전문의와 간호인력,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상주하고 있어 다학제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방문진료, 방문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0병상 미만 요양병원의 불만도 꺼내놨다. 입원환자 안전관리료 수가는 턱없는 낮은 수준. 입원환자 당 1일 안전관리료 수가는 200병상 이상 병원이 3350원, 100~200병상 미만이 1270원, 2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이 1540원이지만 200병상 미만은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야간 당직간호사 인력 기준 또한 급성기병원은 환자 200명 당 2명인 반면 요양병원은 80명 당 1명을 적용 중이다.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보다 간호인력난이 더 심각하지만, 정부는 급성기병원에만 야간 전담 간호사 관리료와 야간간호료를 지급해 요양병원 간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남 회장은 요양병원은 감염관리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수가적인 보상책은 전무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선 요양병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감염병 치료 능력을 입증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선 요양병원들은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RE),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VRSA),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감염병 환자를 격리실에서 치료하고 있지만 격리실 수가는 의원급 보다 낮은 실정이다.

격리실 수가를 살펴보면 병원급이 1인실 19만 5800원, 2인실 13만 1880원, 다인실 11만 1420원인 반면 요양병원의 경우 1인실 12만 5460원, 2인실 8만 3640원, 다인실 7만 260원으로 낮은 수준이다.

요양병원협회는 올해부터 요양병원에 적용 중인 본인부담 상한액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급성기병원에는 적용하지 않은 입원료 체감제를 도입, 격리실 입원 후 16~30일이면 입원료 10%, 31일 이후 15%를 삭감하는 것을 두고도 차별정책이라고 봤다.

남 회장은 "마치 요양병원이 수가를 더 받기 위해 장기입원을 조장하는 듯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과 달리 야간 응급진료가 많지 않은데도 당직간호사 기준을 강화해 낮시간에 집중해야 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고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요양병원 입원급여 적정성평가, 의무인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정책설명회에서 계속 올라오는 안건.

남 회장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 방식으로 적정성평가를 하고, 2주기 3차 평가부터 종합점수 하위 5% 요양병원에 대해 6개월간 각종 가산수가를 환류하면 매년 50개에서 70개 요양병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10년 뒤 살아남을 요양병원은 하나도 없다. 위헌적인 적정성평가 틀을 바꾸기 위해 헌법소원 진행 방침"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요양병원에 대해서만 의무인증을 강요하고 인증비용의 20%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제도 또한 개선해야한다"며 의무인증 인센티브 도입과 함께 자율인증 전환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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