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의식 저하에도 CT·MRI 검사 지연…환자 치료 기회 상실
의료분쟁중재원 "검사 지연 과실 인정하지만 인과관계 불분명"
의료진 과실로 심각한 인지능력 저하가 발생한 환자 측 보호자가 병원을 향해 '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요청했지만, 의료분쟁중재원의 중재로 서로 '1000만원'으로 합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70대 고령 환자 A씨는 지난 2018년 8월 앉아 있던 중 어지럼증을 느끼며 앞으로 쓰러져 B병원에 내원했다.
A씨는 2004년 우측 시상 뇌경색 및 2007년 좌측 중대뇌동맥 뇌경색, 2009년 뇌량 등 수차례 뇌경색 과거력이 있는 환자다.
A씨가 B병원을 방문한 당시 그는 의식 저하(기면 상태)와 실어증, 우측 근력 저하(상지 2점, 하지 3점) 상태로, 뇌혈관 CT 검사에서 좌측 중대뇌동맥 폐색이 확인됐다.
이에 의료진은 프락스바인드와 정맥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혈전제거술을 시행하고, 뇌 CT 검사 후 신경과중환자실로 환자를 이송했다.
다음 날 A씨는 의식이 명료해지고, 우측 근력이 4점으로 호전됐으며 MRI 검사를 받았다.
입원 3일 차 환자는 일반병실로 이동해 아스피린 투여가 시작됐고 침상 물리치료를 받았다. 입원 5일 차에는 뇌 CT 검사를 받고 작업치료, 언어치료가 시작됐다.
입원 6일 차 A씨는 우측 근력(상지 4+점, 하지 5점)과 말하는 속도 호전 양상으로 아스피린을 중단하고, 릭시아나(항응고제) 30mg 1일 1회 투여했다.
입원 8일 차부터는 의식이 처지는 양상이 관찰돼 항우울제를 투여했다. 당일 저녁은 의식이 오전보다 더 처지고 체온이 38.1도까지 올라 의료진은 혈액, 소변, 객담 균 배양검사를 시행하고 항생제 정맥주사를 투여했다.
입원 9일 차 A씨 의식은 기면 상태로 담당의가 관찰 후 주입 중이던 수액을 증량했다. 하지만 8시 투약 예정이던 릭시아나(항응고제)는 중지됐고 뇌 MRI 검사 결과 뇌출혈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A씨에게 만니톨 투여를 시작했고 1시간 경과 후 환자의 근력(우측 상지 2점, 우측 하지 3점)이 저하 상태로 나타나자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겨 뇌 CT 추적검사를 시행했다. A씨는 이후 입원 치료를 지속하다가 입원 28일 차인 9월 중순 인근 요양병원으로 전원했다.
A씨는 2018년 9월 중순부터 2019년 4월 말까지 인근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며, B병원 외래에서 약물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보행과 모든 일상생활 동작의 수행에 있어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로 인정되며, 뇌병변 장애 1급으로 판정됐다.
■ "우울증 오진으로 진단 및 치료 지연…손해배상 3억원 요구"
이에 A씨 보호자 등은 환자가 뇌경색으로 스텐트시술 받은 후 이상 증상이 발현해 의료진에게 환자의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호소했으나, B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오진해 적절한 진단 및 조치가 지연됐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으로 3억원을 청구했다.
환자는 피해 발생 전 언어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의사 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료사고 후 동공 반응이 없었으며 인지능력을 상실하게 됐다.
하지만 B병원은 "의학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치료를 다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병원 측은 "의료진은 출혈 전환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환자에게 혈전 제거 시술 후 3회 뇌 영상 검사를 시행해 확인 후 항응고 약물을 저용량으로 투약했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선의 치료를 했지만 심방세동에 의한 대형 뇌경색에서 발생위험이 큰 뇌경색의 출혈 전환으로 환자 상태는 다시 악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환자의 의식 저하에도 의료진이 곧바로 뇌 CT, MRI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점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중재원은 "환자는 입원 8일차부터 의식이 다소 처지면서 발열이 있었다"며 "하지만 의료진은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 다음 날 영상 검사를 진행해 검사 지연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당일 이뤄졌더라면 A씨의 뇌 출혈변환을 보다 신속하게 진단해 적절한 처치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입게 된 치료 기회 상실에 따른 정신적 및 신체적 고통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진 과실이 환자의 상태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손해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조정했다. 환자 A씨 보호자 측과 B병원은 모두 이에 동의했다.
중재원은 "뇌 MRI 검사 후 환자에게 취해진 조처를 보면 만니톨 투여와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이실해 보존적 치료 외에는 달리 응급 수술·시술 등이 이루어진 바 없다"며, "담당 의료진이 환자에게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뇌 영상 검사를 시행했더라도 예후가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판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