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계·의료계 대립각 첨예
"민간 수입 끊고 유지보수 업무 제안…사실상 독점"
시행 반년째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여전히 삐걱거리고 있다. 이를 둘러싼 보험업계·의료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보험업계 서류 수신 거부로 민간 핀테크 업체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업체를 실손24 산하로 편입시키려고 하는 등 시장 독점을 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둘러싸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와의 대립각이 첨예해지고 있다. 보험업계가 관련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의료계 불참과 수수료 요구를 꼽으면서다.

보험업계는 이미 실손24 활성화를 위해 1000억 원을 부담했지만, 정작 의료기관이 이 플랫폼과 계약해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험업계가 보험업법 개정안에 명시된 비용 부담 의무를 무시한 채 의료기관의 탓만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 제102조의7 제3항에 따르면,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에 관한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핀테크 방식을 활용한 기존의 민간 청구 대행 서비스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 서류 전송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보상과 민간 핀테크 업체를 통한 서류 수신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민간 핀테크 업체는 제휴 의료기관이 늘어나는 것과 반대로 수익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정부 측은 민간업체에 실손24 유지보수 업체로 편입할 것을 제안하는 등 사실상 독점을 꾀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지앤넷 김동헌 부회장은 "이미 경영난으로 실손24 산하로 간 업체가 있다. 보험업계는 서류 수신을 거부해 수입원을 끊고 정부는 실손24 산하로 들어와 유지보수를 하라며 양방향에서 민간업체 죽이기를 하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정부라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거버넌스를 구축해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역시 정부와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실손24로 일원화하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이미 개원가에선 민간 앱을 중심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숨기려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창구가 일원화된다면 가입자의 의료정보 집적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보험업계가 이를 노리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이 옳았다는 설명이다.
또 제3자인 의료기관이 공연한 서류 전달 업무를 떠맡아 행정비용이 커졌음에도, 이를 보전해달라는 요구를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명시된 '시스템 운영 비용'에 해당한다는 것.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실손보험대책위원장은 "이미 의료계는 핀테크 업체들과 연동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하고 있다"며 "보험사와 가입자 간 문제를 의료기관이 행정적으로 돕는 것인데, 이에 대한 최소한의 행정비용을 요구한 것을 건당 수수료니 리베이트니 하며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결국 가입자 의료정보를 한데 모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고,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처럼 환자 진료 정보를 쌓아 재가입이나 보험료 산정에 활용하려는 목적"이라며 "법은 이미 통과됐고, 의료계는 이를 준수하고 있다. 문제는 보험업계 태도에 있다. 국민 편익을 위한다더니 결국은 보험사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구조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