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학회, 보험급여 개선 세션 3개 전진 배치로 제도 미비점 공론화
수가 재조정·질병군 재분류 등 개선안 제시…"환자 적극 진료 기반 마련해야"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심혈관질환 분야는 제도적 기반이 여전히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제도가 심혈관계 중증환자의 진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중증 환자 진료가 구조적으로 홀대받고 있으며, 이는 필수의료 강화라는 정부 기조와도 괴리돼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심장혈관중환자실 제도화, 심초음파 수가 개선, 심부전의 전문질환군 포함, 심혈관질환 기금 확대 등의 정책 개선안을 제시하며 급증하는 심혈관질환의 보호막을 주문했다.
17일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춘계학술대회(KSC 2025)에서는 심혈관질환 진료체계와 보험 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중증 환자 진료가 구조적으로 홀대받고 있으며, 필수의료 강화라는 정부 기조와도 괴리돼 있는 등 발표 연자들은 공통적으로 "현행 제도가 심혈관계 중증환자의 진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먼저 서존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중환자실(CICU) 지원의 필요성과 대책' 발표를 통해 CICU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그는 "심장집중치료실(CCU)은 과거 허혈성 심질환 중심으로 설계된 체계로, 오늘날 부정맥·판막질환·심근염·심부전 등 다양한 환자를 관리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이제는 CCU에서 CICU로의 제도적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특히 미국심장학회(AHA)가 2012년부터 CCU 개념을 CICU로 바꾼 배경을 언급하며 "단순히 관상동맥 환자만 보는 시대가 끝났고 심장 전체를 다루는 집중치료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환자 생존율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CICU 제도화가 필수의료 강화와 직결된다고도 했다. 서 교수는 "지방의료원이나 중소병원에는 심부전·쇼크 환자를 담당할 전문 인력이나 장비가 없어 상급병원 전원이 잦다"며 "결국 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치고, 의료전달체계도 왜곡된다"고 지적했다.
수가체계 문제도 근본적 걸림돌로 꼽았다. 현재 내과계 중환자실 입원료는 외과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심장집중치료에 필요한 고난도 장비나 인력 투입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서 교수는 "심혈관계 중환자는 입원 기간은 짧지만 사망 위험이 높아 고난도 대응이 필수"라며 "이 구조로는 인력 유지나 교육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CICU 체계를 표준화해 심장전문의와 중환자 전문의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dual-intensivist' 모델을 운영한다. 중증도에 따라 병상과 인력을 분리하고, 전담 교육과정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반면 국내는 병원별로 CCU 기준이 달라 일부는 단순 관찰병상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서 교수는 "CICU는 선택이 아니라 환자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인프라"라며 "심혈관계 중환자 전담 인력 양성, 전용 수가 신설, 전국 단위 표준화, 지역 연계망 구축 등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말하는 필수의료의 본질이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면, 수술실보다 먼저 갖춰야 할 곳이 바로 CICU"라고 강조했다.
■"80장 찍어도, 10장 찍어도 보상 같아" 심초음파 수가 개선해야
한편 심초음파의 수가 체계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증심질환의 심초음파 수가, 현재의 문제점과 전문수가 도입 제언'을 발표한 손정우 연세원주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심초음파는 단순 영상검사가 아닌 기능 중심의 고난도 평가인데도 영상검사로 분류돼 종별 가산이 폐지됐다"며 "중증 환자를 많이 보는 기관일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중증 심초음파에 대한 별도 수가 신설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종별 가산율이 각각 30%→15%, 25%→10%로 축소됐고, 심초음파는 영상검사에 포함되면서 종별 가산 자체가 폐지됐다. 심평원은 회계조사에서 '영상검사는 과평가됐다'는 근거를 제시했지만 문제는 당시 심초음파는 비급여여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
손 교수는 "심초음파는 단순 정지 영상이 아니라 수축력, 이완, 판막 기능, 혈류역학 등 복합적인 기능 정보를 동영상으로 분석해야 하는 고난도 검사"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cardio-specific 장비로 고가 서버 비용이 수반되고, 영상 수가 평균 80개 이상으로 일반 초음파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은 중증도에 따라 modifier(부가 코드)나 별도 코드가 존재해 중환자, ECMO, 수술 전후 환자 등에 가산을 적용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순·일반·전문 세 가지로만 구분돼 있다"며 "중환자실, 이식환자 등 중증군에 한정한 중증도 기반 수가 코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초음파학회와 협력해 현실적 대안을 모색 중이라며, "선천성 심질환 초음파처럼 이미 가산이 적용되는 세부 상병이 존재하는 만큼 중증 판막질환이나 ECMO 등 복합질환 환자에도 가산을 부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2021년 급여화 이후 수가가 하락한 데다 올해 종별 가산까지 폐지돼 상급병원과 의원급의 수가가 동일해졌다"며 "중증 환자를 더 많이 보라는 요구 속에서 오히려 손실이 커지고 있다. 현 체계가 지속된다면 심초음파 전문 인력 이탈과 검사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끝으로 "심초음파는 필수의료 영역으로 대체 불가능한 검사다. 중증도 반영 없는 동일 수가 체계는 의료현장을 사지로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며 "심장질환의 중증도와 기능 평가의 복잡성을 반영한 별도 수가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전 환자 구조적 홀대 받아…원인은 질환 분류"

이수용 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부전의 전문질환군 포함을 요청했다.
심부전은 임상적으로도, 자원 소모 측면에서도 명백한 중증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문진료질병군(DRGA)이 아닌 일반진료질병군(DRGB)으로 분류돼 있어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내에서 심부전 진료가 구조적으로 홀대받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이 교수는 "심부전 환자는 만성 질환의 특성상 입·퇴원을 반복하며, 입원 환자의 5년 내 사망률이 절반에 이르고 일부 암보다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도 의료체계상 단순 질환으로 취급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체계가 '전문진료질병군' 비중을 핵심 평가항목으로 삼으면서 심부전 진료를 주로 맡는 순환기내과 교수들이 병원 내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점수를 높이기 위해 단순진료질병군 환자 비중을 줄이라는 압박이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일부 교수들은 '심부전 환자는 보지 말라'는 식의 직접적 제약을 받기도 하고 있지만 심부전이 DRGA로 포함되지 않는 한 이러한 구조적 왜곡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행 체계상 심부전은 DRGB 215번에 속하지만, 호흡부전이 DRGA 141번으로 포함돼 있는 점을 예로 들며 "심부전 역시 임상 난이도, 예후, 치료 부담 측면에서 충분히 A군으로 격상될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에서도 중증 심부전이나 심인성 쇼크가 3단계로 분류돼 있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실제 도부타민 투여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중등도'로 분류되는 것은 제도적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 제시할 개선안으로 ▲중증 심부전(특히 좌심실박출률 40% 미만의 HFrEF)을 DRGA에 포함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 내 중증 심부전 단계 상향 ▲악화 심부전(Worsening HF) 및 고도 심부전(Advanced HF)에 대한 신규 KCD 코드 신설 ▲중환자실(ICU)·응급실 입원 경로에 따른 중증도 인정 확대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