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MO 2025서 '차세대 EZH1/2 이중저해제' 임상결과 공유
노영수 이사 "후속 임상서 표적 암종 및 병용요법 대상 탐색"
[ESMO 2025=독일 베를린]한미약품이 다시 국가대표 항암신약 개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여겨지는 EZH1/2 이중억제 기전 차세대 표적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들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 중인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차세대 표적 항암제로 개발 중인 'HM97662' 임상 1상 결과를 포스터 형태로 발표했다.
이번 ESMO 2025에서 공개된 HM97662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인 EZH1과 EZH2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저해 기전을 활용한다. EZH2 단일 억제제가 EZH1의 상보적 활성화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EZH1과 EZH2는 암을 유발하는 단백질 복합체인 '폴리콤 억제 복합체 2(Polycomb Repressive Complex 2, PRC2)'의 핵심 구성 요소로, 두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할 경우 PRC2 기능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해 잠재적인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EZH2만 선택적으로 저해할 경우 EZH1이 상보적으로 활성화돼 약물 내성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으며,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유사한 기전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날 발표된 임상 1상 결과 HM97662는 총 28명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7개 용량군(50~350㎎)에서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했다. 이 환자들은 대부분 4차 이상의 표준 치료 경험이 있어 대안 치료제가 제한된 고위험군이었다. 부분관해(PR) 및 장기간 안정성 병변(SD)도 관찰됐으며, 특히 기존 치료에 반응이 낮았던 종양 억제 유전자 SMARCA4 결손 환자에게서 유의미한 반응이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병용요법 접목 여부 등 향후 임상 디자인 설계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터 발표에 나선 한미약품에서 17년 근무, 항암신약 임상을 맡아온 노영수 ONCO(항암) 임상팀 이사가 나섰다.
노영수 이사는 "EZH1/2 이중 억제 전략이 임상에서도 잠재적인 항종양 활성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후속 임상에서 표적 암종 및 분자 변이 기반 환자군 선별 전략 수립의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한미약품 노영수 이사의 질의응답이다.
Q. EZH1 억제가 실제로 내성 극복이나 반응 지속성에 얼마나 기여한다고 보십니까?
- HM97662는 EZH2와 EZH1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임상 연구에서는 EZH2와 EZH1 동시 억제가 EZH2 단독 억제 대비 H3K27 삼중 메틸화의 억제 수준과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1상에서도 일부 환자가 부분관해 및 장기간 안정병변을 유지하며 치료를 지속했고, 이는 EZH1 병행 억제가 반응의 유지 및 내성 완화에 기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기전적 연관성과 임상적 의미는 아직 초기 단계로, EZH1 억제가 반응 지속성 및 내성 극복에 실제로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는 향후 추가 연구와 임상 검증을 통해 규명될 필요가 있다.
Q. HM97662가 SMARCA4 결손 환자에서 부분관해를 보인 점이 인상적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SMARCA4 결손 환자에서 부분관해(PR)가 관찰된 점은 HM97662의 분자표적 기반 치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결과다. 이 환자군은 기존 치료에서 반응률이 낮은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사례는 EZH1/2 이중 저해 전략이 특정 분자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도 항종양 활성을 보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단일 사례에 기반한 관찰인 만큼 추가적인 임상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며, 후속 연구에서는 이러한 분자 변이 기반 환자 선별 전략을 적용해 HM97662의 효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계획이다.
Q. 향후 임상 개발 계획이 궁금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임상 2상까지는 단독요법으로 진행할 예정이신가요? 아니면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병용 전략을 고려하고 계신가요?
- 임상 초기 단계에서는 단독요법을 중심으로 안전성과 초기 효능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용량-반응 관계와 내약성을 최적화하고, 장기 투여 시 반응의 지속성 등을 면밀히 관찰할 예정이다. 궁긍적으로는 표준 치료제들과의 병용 요법을 염두해 두고 있으며, 단독요법과 병행하여 병용 요법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전임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및 화학요법과의 병용 전략을 임상 시험에서도 탐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단독요법 대비 항종양 효과나 반응 지속 측면에서의 시너지 가능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또한 각 암종의 생물학적 특성과 분자 변이 프로파일을 반영한 맞춤형 병용 전략 설계도 병행하여, 임상적 근거를 점진적으로 확립해 나갈 예정이다.
Q. 기술 이전 및 상용화 계획이 궁금한데.
- 글로벌 협력을 통한 기술 이전과 독자적인 상용화 추진,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의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은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각 파이프라인의 적응증 특성, 임상 개발 단계, 연구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러한 접근을 통해 단순한 기술이전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자립적 상용화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은 전략이 다양한 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