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_병원 ESG경영] UCLA 메디컬센터 "3년간 300만 달러 절감"
WHO "일회용-재사용 의료가운, 감염률 차이 없어" 안전성 담보
#. 미국 로스앤젤레스 UCLA 메디컬센터 수술실. 파란색 재사용 멸균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2012년만 해도 이곳에서는 일회용 가운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술이 끝나면 사용한 가운은 일반 쓰레기통이 아닌 별도의 햄퍼로 분리된다. 전문 세탁업체가 이를 수거해 세탁·멸균한 후 다시 병원으로 보낸다. 재사용 의료가운으로 바꾼 것이다.
#2. 볼티모어에 위치한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UMMC)는 789개 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이다. 이 병원은 2000년부터 재사용 가운을 사용하기 시작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사용 가운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미국 대형병원들은 이처럼 재사용 의료가운을 통한 ESG병원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단순히 병원 재정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 아니라 의사, 환자를 위해서도 의료가운 재사용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SG경영, 병원 재정 절감 효과 가져오나
미국 UCLA 메디컨센터와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 두 병원의 공통점은 환경 친화적 병원 운영 즉, ESG경영을 실현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이다. 또 이들의 ESG경영 중심에는 재사용 의료가운이 있다.
UCLA 메디컬센터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재사용 의료가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누적 3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 일회용 의료가운 260만벌이 매립지로 가는 것을 줄였다.
UCLA 메디컬센터가 2012년 5월, 재사용 가운 프로그램을 시작해 2014년 7월 감염관리 정책을 정비하고, 2015년 6월 산타모니카 UCLA 메디컬센터에서 100%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 또한 2000년부터 재사용 가운을 사용하면서 690톤의 폐기물을 줄이면서 약 9억 6천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밖에도 클리블랜드 클리닉, 메이요 클리닉, 프로비던스 헬스 등 미국 주요 병원들이 속속 재사용 가운으로 전환하고 있다.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는 지난 2010년 한해에 6만3천kg의 폐기물을 줄였고, 약 5천2백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2000년부터 누적 데이터를 보면 69만kg의 폐기물 감축, 약 9억 6천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회용 의료가운이나 드레이프와 함께 버려지는 의료기구를 회수할 수 있게됐다는 것이다. 급하게 수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회용 가운과 함께 작은 의료기구들이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재사용 의료가운은 세탁 전 검수 과정에서 이런 기구를 찾아내는 효과가 있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카릴리온 클리닉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 병원은 2011년 10월부터 재사용 격리가운(Isolation Gown)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지난 2011년도 기준(2010년 10월~2011년 9월)에는 재사용 의료가운을 85만 6935벌 사용하면서 9만 5844달러를 절감했다. 재사용 의료가운 초기 투입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투자회수기간(ROI)은 0.6년에 그쳤다.
이후 다음 해인 2012년도에는 96만 2480벌 사용으로 35만 6118달러, 2013년에는 108만 1140벌 사용으로 40만 22달러를 절감하면서 3년 누적 절감액은 85만 1984달러에 달했다.
재사용 의료가운은 단순히 가운 구입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 비용, 보관 공간, 관리 인력 등 간접비용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재사용 의료가운, 감염 위험 없다" 안전성 검증 완료
일부 재사용 의료가운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료진의 교차감염 위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안전성에 대해 인정하면서 우려의 종지부를 찍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발표한 '수술부위 감염 예방 가이드라인(Surgical Site Infection Prevention Guideline)'에서 "일회용 의료가운을 사용하는 것이 직물 드레이프와 재사용 의료가운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득도 해도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일회용 의료가운과 재사용 의료가운을 비교할 때 감염률 등 안전성에서 별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미국 감염관리 분야 국제 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Infection Control(AJIC)에서는 재사용 의료가운의 내구성을 입증했다. 학회지 보고서에 따르면 재사용 의료가운을 75회 세탁한 이후에도 일회용 대비 우수한 내수도를 보였다.

호주 왕립외과의사협회(Royal Australasian College of Surgeons)는
"재사용 멸균 수술가운은 일회용 가운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은 것이 입증됐다"며 "재사용 가운은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동등한 보호 기능을 제공하고, 비용 절감 및 우수한 착용감을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네덜란드 레이든대학교 메디컬센터(Leiden University Medical Centre, LUMC)에서는 산부인과 의사, 일반외과 의사, 기타 의료진 포함 총 80명을 대상으로 4주간 재사용 가운 사용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통기성과 온도 적합성 항목에서 약 40%가 재사용 가운이 더 좋다고 답했고, 약 40%는 동일하다고 답했다. 착용감과 길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기립 시 기능, 보행 시 기능 항목에서는 60~70%가 동일하다고 답했고, 약 30%는 더 좋다고 답했다. 침투 저항성(barrier function)에서는 약 85%가 동일하거나 더 좋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간 부천·인천 세종병원 의료진 139명을 대상으로 재사용 가운(ReGen75) 사용 실험을 진행한 결과, 먼지 발생, 정전기, 보호력, 무게, 통기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참여 의료진 중 평균 수술 및 시술 시간이 3시간 이상인 경우가 52%, 1~3시간이 32%, 1시간 이내가 16%였다. 장시간 착용에도 불구하고 착용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용 의향 항목에서는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해, 국내 의료 현장에서도 재사용 가운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벽은 '초기 투자 비용' 장기적 관점에선 '유리'
재사용 가운 도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초기 투자 비용. 일회용 가운은 한 벌당 수백 원에서 수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지만, 재사용 가운은 벌당 수만 원에서 십만 원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일회용 가운은 한 번 쓰고 버리지만, 재사용 가운은 75회 이상 사용할 수 있다. 회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재사용 가운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일회용 수술가운(Level 2)을 벌당 3천원에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0만 벌 사용 시 3억원의 비용이 든다. 반면 재사용 가운을 벌당 5만원에 구입하고 75회 사용한다면 초기 투자는 약 6천700만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세탁·멸균 비용이 추가되지만, UCLA 메디컨센터 사례를 보면 회당 처리 비용을 포함해도 일회용 가운 지속 구입 비용의 30% 수준이다. 게다가 일회용 가운 사용에는 숨겨진 비용이 많다. 폐기물 처리 비용, 폐기용 박스 구입 비용, 적재 공간 비용, 관리 인력 비용 등이다.

특히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은 실제 환경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대기오염물질, 매립 시 발생하는 침출수와 미세플라스틱 등의 환경 비용을 제대로 산정한다면, 일회용 제품 사용의 실제 비용은 훨씬 높아진다.
재사용 의료가운의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재사용 가운 도입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초기 투자 비용 지원, 우수 사례 발굴 및 확산, 의료기관 인증 평가에 ESG 항목을 반영하는 등이다. 국립대병원 등 공공병원이 선도적으로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재사용 의료가운 업체인 스테리케어 박선영 대표는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면서 "한 병원이 일회용 가운 10만 벌을 재사용 가운으로 바꾸면, 연간 57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전국 100개 병원이 동참하면 5700톤이고 이는 승용차 13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에 달한다.
그는 이어 "미국, 호주, 유럽의 주요 병원들은 이미 답을 찾았다"며 "국내도 재사용 의료가운은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으로 기술도 충분히 발전했고,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병원 경영진의 결단과 의료진의 협조, 정부의 지원을 통해 ESG병원 경영의 새로운 장을 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