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셉이 쏘아 올린 '병용' 전담위원회 신설론...가능성은?

발행날짜: 2026-03-17 12:04:04
  • 항암 병용요법 시대로 전환 맞춰 기구 신설 공론화
    타사 간 조정·경평 장벽 해소 등 주목 중재 요구도 커져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아스텔라스의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이 요로상피암 1차 치료 급여권 진입을 타진하면서, 항암제 급여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약과 신약이 만나는 '병용요법'의 특수성을 고려한 전담 논의 기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위원회에 신설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항암치료가 병용요법으로 빠르게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다만, 정작 보건당국과 업계 일각에서는 행정적 비효율만 초래할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약 병용요법 논의 기구 공론화 배경은?

최근 한국아스텔라스는 파드셉 병용요법의 요로상피암 1차 치료 급여권 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병용요법 논의 기구' 신설 필요성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공정거래법 상 한계가 있는 타사 간 병용요법의 제도적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실질적으로는 파드셉 급여 등재 과정의 최대 난관인 심평원 약평위 논의에서의 '경제성 평가' 과정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고로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임상 3상(EV-302)을 통해 기존 표준치료 대비 사망 위험을 53% 줄이는 파격적인 데이터를 입증하며, 미국 NCCN 가이드라인 등 글로벌 진료지침에서 이미 요로상피암 1차 치료의 최고 등급(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등재 속도'.

통상적인 급여 절차를 밟을 경우, 서로 다른 두 제약사 간의 약가 조정과 경제성 평가 등에 가로막혀 자칫 1~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아스텔라스 입장에서는 '혁신성'을 앞세워 급여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임상현장에서도 아스텔라스의 이 같은 의지를 뒷받침 하는 모양새다.

서울성모병원 김인호 교수(종양내과)는 "혁신 신약 병용요법은 두 약제가 함께 사용되는 치료전략으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치료"라며 "특히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이점을 입증한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이 임상현장에서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두 약제 모두에 급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아스텔라스의 소위 신설 요구를 사실상 파드셉을 위한 '전용 급여 통로' 확보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현행 체제에서는 경제성 평가 등 급여 적정성 평가가 진행 된 뒤 MSD(키트루다)는 약가협상 과정에서나 정부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 더구나 요로상피암 급여 의지가 아스텔라스와는 온도차도 있다"며 "정부 주도의 소위가 꾸려지면 '정부 중재'라는 틀 안에서 MSD를 논의에 빠르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파드셉의 급여 기간 단축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파드셉 만의 일인가? 적지 않은 대비 목소리

단순히 특정 제약사의 실리적 요구로만 치부하기엔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변화가 너무나 가파르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항암제 개발의 무게추는 이미 단독 요법을 떠나 병용 요법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과 학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승인된 항암제 관련 임상 시험의 약 80%가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섞어 쓰는 병용 요법을 택하고 있다.

특히 아스텔라스 파드셉 사례처럼 ADC와 IO(면역항암제)의 조합은 이른바 글로벌 항암신약 개발 시장에서 대세로 급격히 확산 중이다. 이러한 조합은 요로상피암뿐만 아니라 유방암(엔허투+키트루다), 비소세포폐암(Dato-DXd+키트루다), 전이성 고형암(트로델비+키트루다) 등 주요 암종의 1차 치료제 자리를 노리며 임상 3상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표준 치료(Standard of Care, SoC)가 이처럼 '신약+신약' 병용으로 재편되고 있음에도, 국내 급여 체계는 여전히 단일 약제 중심의 'A약값+B약값' 식의 단순 산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스텔라스가 요구하는 전담 기구 신설은, 단순히 특정 제약사만의 일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화여대 약대 이한길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 간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된 사례가 없다. 약가 조정과 가치 배분을 위해 양사가 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 상 공식적인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를 조율할 정부 차원의 중재 기구도 부재하다. 현재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는 단일 약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신약 병용요법이 창출하는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심평원 약평위 산하 소위원회 신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 심평원 약평위 산하에 '병용요법 소위원회'를 신설학 위해선 보건복지부령과 심평원 내부 규정을 동시에 개편해야 하는 법적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참고로 심평원 약평위 산하로는 경제성평가, 위험분담, 약제사후관리, 한방약제 급여 논의를 위한 4개의 소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배경 탓에 추가적인 소위를 만드는 것은 행정적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상존한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암질심 논의까지 합치면 소위원회만 6개가 된다. 병용요법의 경제성은 '경평소위'에서, 위험분담 조건은 '위분소위'에서 다룰 수 있다"며 "굳이 병용요법만을 위해 또 다른 소위를 만드는 것은 행정적 부담만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위원회가 너무 세분화되면 오히려 의견 조율이 힘들어지고 최종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제약·바이오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