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메디칼타임즈=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소아청소년 인구는 전체의 14~15%를 차지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몫은 2.3%에 불과하다. 이 구조적 불균형 위에 전공의 충원율 붕괴와 전문의 고령화가 겹치면서 위기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소아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학교·공공 의료기관에서 상담·관리를 지원하는 국가책임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 어디에도 소아청소년 비만 관련 신규 독립 사업 예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숫자는 냉정하다. 초·중·고등학생 비만율은 2019년 15.1%에서 2024년 18.3%로 높아졌고, 과체중 이상 비만군은 전체 학생의 29.3%에 달한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60~80%는 성인비만으로 이행하며, 비수도권과 저소득층에서의 비만율은 더 높아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예산이 없으면 수가 급여화도, 학교 비만 상담 인프라도, 모니터링 체계도 불가능하다. 예산 없는 공약은 선언일 뿐이다.
검진 체계의 현실은 더 참담하다. 2026년 법 개정으로 학생 건강검진 관리 주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이전되었지만, 검진 비용(3만 원 수준)과 검진 항목은 2000년대 초반 설계 그대로다.
과체중 이상이 29.3%에 달하는 시대에 체지방 분석이나 대사증후군 선별 검사는 없다.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데도 표준화된 정신건강 스크리닝은 부재하고, 성조숙증·저신장·갑상선 기능 이상을 가려낼 성장 발달 평가 항목도 없다.
구조적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예산 주도권은 교육부가, 실무 수행은 공단이, 정책 전문성은 복지부가 각각 쥐고 있어 누구도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다. 올바른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예산의 복지부 이관, 검진 항목의 과학적 재설계, 예산 규모의 현실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의대 증원과 지역의사제는 어떤가. 정부가 내세우는 대책이지만 타임라인을 따라가면 공허해진다. 2027년 지역의사제 첫 모집(490명)이 이루어지더라도,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배출되는 시점은 2037~2038년이다. 10년 의무복무가 완료되어 실질적인 자율 배치가 가능해지는 것은 2047~2048년이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대거 은퇴가 예상되는 시기가 바로 2027~2040년이라는 점이다. 최악의 공백기와 정책 효과의 발현 시기가 완전히 엇갈린다. 게다가 지역의사제는 '어디서 일할지'는 강제할 수 있어도 '무슨 과를 선택할지'는 유도하지 못한다.
저수가와 의료사고 위험이라는 기피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동일한 결과가 반복될 뿐이다. 지방 소아청소년과 수련 인프라—소아중환자실, 소아수술실—가 부재한 상황에서 의무복무 10년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조합은 열악한 환경에 묶이는 선택으로 인식되어 전공 기피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정부는 소아과 오픈런을 의사 부족의 증거로 제시하며 의대 증원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오픈런의 실제 원인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째는 일시적 수요 폭발이다. 코로나 이후 RSV·독감·마이코플라스마 트리플데믹으로 인한 단기 급증은 역학적으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현상이었다. 둘째는 요일·시간대 쏠림이다. 야간·주말에 문 여는 소아과가 없어 개원한 한두 곳에 수요가 집중된 것이지, '소아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문 여는 소아과가 없어서'였다. 셋째는 폐업이 만든 착시다. 수요가 초과 상태라면 개원이 늘어야 정상인데,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오픈런과 폐업이 동시에 발생했다. 이는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수가 구조의 실패를 가리킨다.
해법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즉각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수가 현실화, 야간·주말 가산율 인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지역의사제 소아청소년과 전공 인센티브 도입(복무 단축)과 지방 소아 수련 인프라에 대한 선투자가 필요하다.
구조적으로는 학생건강검진 예산의 복지부 이관, 검진 항목의 과학적 재설계, 소아청소년 의료 10년 로드맵 수립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소아청소년 의료 위기의 원인은 의사 수가 아니다. 소아과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수가 구조다. 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틀린다. 지금 대한민국의 소아청소년 의료 정책은 증상은 보고 있지만 병인(病因)은 외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