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왜 병원장을 상대로 소송하는가

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발행날짜: 2026-03-23 05:00:00
  • 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보험사는 왜 병원장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가?

병원장까지 분쟁에 끌어들이는 이유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보험 분쟁에서 보험사는 환자만을 상대로 싸움을 걸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자를 직접 피고로 특정해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아가 보험사기나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 고소까지 병행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백내장 수술과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결합된 영역, 언어치료 및 작업치료, 도수치료와 미용시술의 결합 등 분야는 병원장들이 단골로 연루되는 분쟁 분야다.

보험사의 주장은 대부분 사건에서 비슷하다.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렸다는 주장, 입원이 아닌데 입원으로 꾸몄다는 주장, 질병의 진단이 허위이거나 부실하다는 주장, 브로커를 통한 환자유치로 수술 건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주장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법정에서는 병원장의 책임이 쉬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최근 판결들을 보면, 보험사가 어떤 방식으로 소송을 구성하는지 그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다.

과거의 청구원인: 채권자대위·양수금 청구 등

과거 보험사는 환자와 병원 사이의 법률관계를 이용하는 방식, 즉 채권자대위권이나 양수금 청구를 자주 활용했다. 보험사가 이미 보험금을 지급했으니, 환자가 병원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대신 행사하거나 양수받아 반환을 구하겠다는 구조였다.

겉으로 보면 상당히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법률 분쟁에서는 이 구조가 생각보다 쉽게 인정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진료계약은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법률관계이고, 그 비용 부담과 치료 선택은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한다. 보험사가 여기에 개입해 환자의 권리를 대위하거나 양수받아 행사하는 데에는 여러 법리적 장애가 존재한다.

채권양도의 범위가 불명확하거나, 양수의 적법성이 문제되거나, 애초에 환자에게 병원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 단계에서 소송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각되거나 각하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 지점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환자의 권리에 기대어 우회적으로 들어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비효율적이다.

현재의 청구원인: 불법행위 손해배상으로의 전환

그래서 보험사는 전략을 바꿨다. 이제는 환자의 권리를 매개로 삼기보다, 병원장 개인의 불법행위 책임을 직접 묻는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

즉 "당신이 환자와 통정하거나 허위·과장된 세부내역서를 작성해 우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게 했다"는 형태로, 지급된 보험금 자체를 손해로 구성해 바로 청구하는 방식이다. 환자를 거치지 않고 보다 직접적으로 병원장의 책임을 물어온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불법행위 책임은 우회적 청구보다 직접적인 대신, 그만큼 입증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고 무겁다. 단순히 "의심스럽다"거나 "비싸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위법행위, 손해, 그리고 상당인과관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험사가 병원장을 상대로 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대부분이 기각되고 있는 흐름이다.

사례 1: "검사비 과다"는 왜 불법이 아니었나 (2022가단5394345)

우리 사무실에서 담당한 사건을 하나 소개하자면, 보험사는 다초점렌즈 수술 구조를 과감하게 지적했다. 재료대는 실손 보장 대상이 아니지만 검사비는 보장된다는 점을 이용해, 병원이 재료대 일부를 검사비로 전용하여 보험금을 과다하게 지급받게 했다는 논리를 세웠다.

또한 전체 금액은 유사한데 세부 항목만 달라졌다는 점, 다른 판결에서 인정된 검사비 수준을 초과했다는 점 등을 들어 초과분 자체를 손해로 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의 시선은 달랐다. 해당 진료가 비급여 영역에 속하는 이상, 그 비용과 구성은 원칙적으로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에 따라 정해지는 사적자치의 영역이라는 점을 먼저 짚었다.

즉 "높다", "과하다"는 인상만으로는 위법한 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 가격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곧바로 불법행위로 연결하는 것은 민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결국 보험사가 넘지 못한 것은 입증의 문제였다. 병원장이 환자와 통정했다거나, 허위 내역으로 보험금 지급을 유도했다거나, 보험사의 법익을 침해하는 수준의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보험사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높은 비급여 비용 논란은 있었지만, 위법행위는 입증되지 않았고, 관련 유사 사건에서는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되었다.

사례 2: 형사 유죄 판결이 있어도 자동으로 민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2022가단5395188)

이 사례 또한 우리 사무실에서 진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더 실무적인 쟁점이 부각된다. 보험사는 수술비 과다 청구와 함께 브로커를 통한 불법 환자유치를 문제 삼았다. 특히 환자유치 부분에서는 의료법 위반 형사 유죄판결까지 존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먼저, 해당 진료와 검사가 실제로 시행되었고, 그 내역이 환자들에게 일관되게 적용되었으며, 환자들이 그에 따라 보험금을 청구했다면 이를 곧바로 허위청구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판단이 이어진다. 의료기관이 비급여 금액을 정할 때, 보험사의 손익까지 고려하여 가격을 설정해야 할 법적 의무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민법과 의료법은 제3자의 손익을 기준으로 진료계약을 통제하지 않는다.

환자유치 부분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브로커를 통해 유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금 지급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환자유치의 위법성은 의료법 질서의 문제이고,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는 별도의 인과관계 문제다.

사례 3: 위법이 있어도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없으면 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2022가합543378)

이 사건은 보험사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상당인과관계를 잘 보여준다. 보험사는 병원이 운영한 발달치료 프로그램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를 언어치료(MZ006)인 것처럼 청구하여 약 8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병원장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라고 구성했다.

그러나 법원은 먼저 이 사건 프로그램이 의사의 진단과 관여 아래 진행된 치료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언어재활사나 놀이치료사 등 다양한 치료사가 참여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의료행위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다음 판단이다. 법원은 설령 일부 위법성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보험사의 손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진료비는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에 따라 발생하고, 보험금 지급은 환자가 자신의 보험계약에 따라 청구한 결과이므로, 의료기관의 행위와 보험사의 손해 사이에는 별도의 상당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은 이 사건에서 그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요컨대 진료비 청구의 위법성 문제와 보험금 지급으로 인한 손해는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보험사가 병원장을 상대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법성 주장만이 아니라 그 행위가 보험금 지급이라는 결과를 직접 초래했다는 점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맺음말

지금까지의 판결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은, "비급여가 비싸다", "진료가 의심스럽다", "환자유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정, 기망, 위법성, 손해, 그리고 상당인과관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그 연결고리는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되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보험사의 소송은 자주 기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 입장에서 안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진료 자체가 정당하더라도, 기록이 빈약하거나 설명이 누락되어 있거나, 진료 과정과 결과가 하나의 이야기로 정합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보험사는 그 틈을 파고들어 민사에서 형사로, 다시 행정적인 제재로 전선을 확장해 나간다. 실제 분쟁의 양상은 "금액이 적정한가"를 따지는 문제에서 시작되지만, 결국에는 "그 진료가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이 싸움의 본질은 비급여 진료의 가격이 아니라, 진료의 실체와 그에 대한 기록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남아 있는가의 문제다. 보험사는 계속하여 분쟁 구조를 바꾸었지만, 판결이 요구하는 기준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준을 가장 안정적으로 충족시키는 방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 가능한 진료, 그리고 그 과정을 남기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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