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CSO 업계...의료기기부터 자동차 리스까지 다각화

발행날짜: 2026-03-25 05:30:00
  • 약가인하 개편 파장 의료영업 환경까지 변화 예고
    줄어든 수익 보전 위해 다양한 사업 시도 움직임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과 대체조제 간소화라는 이중 파고가 CSO(의약품판촉영업자) 시장의 생태계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수수료 수익이 줄고 영업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CSO 업계는 사업 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지만, 그 변화의 파장은 제약사와 의사 현장에까지 고스란히 번지고 있다.

제네릭 영업의 토대가 흔들린다

CSO 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수수료 감소가 아니다. 지금까지 CSO의 사업 모델을 떠받쳐온 '제네릭 의약품의 처방 유도'라는 영업 방식 자체의 유효성이 흔들리고 있고 있다.

약가인하로 제네릭 의약품의 급여 단가가 낮아지면 제약사가 CSO에 지급할 수 있는 수수료 여력도 함께 줄어든다. 여기에 대체조제 간소화까지 더해지면 타격은 배가된다.

현행 대체조제는 의사 동의를 전제로 하지만, 간소화 논의가 현실화되면 약사가 동일성분 제네릭으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SO가 공들여 구축한 처방 관계가 약국 단계에서 허물어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한 CSO 업체 대표는 "약가가 내려가면 수수료율이 같아도 절대 금액이 줄고, 대체조제까지 확대되면 영업 자체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게 지금 상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변화는 CSO에 위탁을 맡겨온 제약사들의 전략 계산도 바꾸고 있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주면서 CSO에 맡겼을 때 처방 유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대체조제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그 효과가 지속될 수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마진이 줄어든 상황에서 CSO 수수료를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위탁 품목을 제네릭 중심에서 개량신약이나 전문의약품 위주로 재편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제네릭 CSO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약가정책 변화로 CSO업체들이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래픽: AI 생성 이미지.

의사 현장도 변화 감지…비급여 확장엔 경계

CSO 업계의 구조 재편은 영업의 직접 대상인 의료 현장에서도 체감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의원급 개원의들 사이에선 최근 CSO 영업 인력의 방문 패턴이 달라졌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제네릭 의약품 위주의 디테일(영업 방문)이 줄어드는 대신, 비급여 주사제나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낯선 품목을 들고 찾아오는 빈도가 늘었다는 것이다.

수도권 내과 개원의는 "예전엔 혈압약·당뇨약 제네릭을 들고 오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비급여 영양주사나 피부과 쪽 시술 재료까지 가져오는 경우가 생겼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비급여 품목은 환자에게 직접 비용이 전가되는 만큼 처방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CSO가 수익 목적으로 비급여를 들고 오면 오히려 꼼꼼하게 따져보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신약이나 특정 진료과 전문 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CSO에 대해선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희귀질환이나 항암제처럼 처방 정보가 복잡한 분야일수록 영업 인력의 전문성이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다. CSO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의료 현장이 제시하는 셈이다.

대체조제 간소화를 둘러싸고는 의료계의 반발이 더 직접적이다. 의사단체들은 의사 동의 없이 약사가 제네릭으로 교체할 수 있는 구조는 처방권 침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내과의사회 한 임원은 "의사가 선택한 약이 약국에서 바뀌었을 때 부작용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급에서는 처방전에 '의사 동의 불가' 표시를 적극 활용하거나 환자에게 직접 특정 제품의 복용 필요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다시 말해 의사들의 저항이 강할수록 특정 제품의 처방 유지 가능성은 높아지고, CSO를 통해 구축한 처방 관계의 유효성도 그만큼 살아남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의료계의 반발 만으로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CSO기업들은 약가인하 여파에 대비해 고정비 지출을 줄이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래픽: AI생성형 이미지)

품목 다각화·포트폴리오 재편…생존의 조건 '변화'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서 CSO 업계가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품목 다각화다.

급여 약가 인하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는 비급여 품목, 주사제,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혈액검사 위·수탁은 물론 병원 전용 폐기물 처리 서비스까지 CSO 영업망에 태우고 있으며, 심지어 자동차 리스·렌트 등 의료와 무관한 분야까지 범위를 넓히며 자구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CSO 업체 대표는 "수익원을 여러 곳으로 분산해 특정 정책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한 품목 수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CSO 위탁 대상을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압축하는 방향과 맞물려, CSO 업계 안에서도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고 특정 진료과 중심의 전문 품목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영업 인력(CMR)이 제품 정보만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질환의 특성과 진료 흐름을 이해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전혀 다른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행보다.

"시스템을 가진 조직이 살아남는다"

중장기 생존 전략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규모의 경제다. 여러 제약사 품목을 동시에 취급하더라도 조직·교육·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고정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수수료율 하락이 불가피한 환경에서 고정비 절감 없이는 수익성 유지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CSO 업체 대표는 "영업 조직이 커질수록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가 아니라, 관리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조직이 살아남는 시대"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AI 기술을 통해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시스템으로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진행했다"고 말했다.

약가인하와 대체조제 간소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 CSO 시장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복수의 CSO 업체 대표들은 "교육과 관리 체계를 갖춘 CSO는 제약사의 단순 외주 조직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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