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호 칼럼]학생은 줄고 환자는 늘어난다

손문호 칼럼위원(정형외과)
발행날짜: 2026-05-11 05:00:00
  • KMA폴리시 특별위원 손문호
    교육교부금 시대에서 필수의료 재정 시대로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학령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교육교부금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자동으로 배분되는 구조 속에서 교육재정은 이미 70조 원을 넘어섰고, 추가경정예산까지 반영될 경우 80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 예산은 늘어나는 이 역설적인 구조는 이제 단순한 재정 논쟁을 넘어, 국가 재정의 방향 자체를 다시 묻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 대한민국은 명백히 인구 구조의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학생은 줄어들고,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의료와 돌봄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은 과거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자동적으로 교육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괴리된 재정 시스템의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교육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정의해 왔다는 점이다. 초중고 학생의 건강관리와 생활습관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비만, 당뇨, 정신건강 문제, 생식건강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학령기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육은 교실 안의 문제로, 건강은 의료의 영역으로 분리해 왔다. 이 이분법적 사고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청소년의 건강은 교육의 일부가 아니라 교육 그 자체다. 건강하지 않은 학생에게 학습은 지속될 수 없고, 건강하지 않은 사회에서 교육의 성과 역시 유지될 수 없다. 특히 여학생의 생식건강, 청소년기의 정신건강, 생활습관 형성은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교육 과제다.

한편 필수의료는 이미 붕괴의 경계에 서 있다. 산부인과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는 유지조차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고, 아이를 진료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교육만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출생 자체가 무너지는 사회에서 교육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재정의 질문을 바꿔야 한다. 교육교부금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교육재정의 일부를 필수의료와 생애주기 건강관리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산부인과 분만 인프라 유지, 소아청소년과 필수진료 지원, 학교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 구축, 청소년 정신건강 및 생식건강 관리 등은 더 이상 의료 영역에만 맡겨둘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는 교육과 의료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개념을 건강까지 확장하는 방향으로 재정 구조를 재설계하는 문제다.

현재의 교육교부금 구조는 학생 수와 무관하게 예산이 증가하는 자동배분 시스템이다. 반면 필수의료는 환자가 늘어도 유지가 어려운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비효율을 넘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대에 교육재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미래세대의 건강과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을 재배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교육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건강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교육교부금 시대를 넘어, 필수의료 재정 시대로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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