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1팀 임수민 기자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그동안 우리 의료 현장에서 통용된 수많은 진단 기준과 약물 가이드라인은 상당 부분 서구권 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체격, 유전적 형질, 식습관 등이 판이하게 다른 서양인의 데이터가 '글로벌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몸의 건강을 재단해 온 셈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도 우리 몸에 꼭 맞는 '맞춤복' 같은 의료를 설계할 수 있는 거대한 원천 자원이 생기고 있다.
올 하반기 예고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의 첫 개방은 단순한 정보 공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대한민국이 의료 주권을 확보하고, 이른바 'K-DNA'에 최적화된 정밀의료 시대로 진입하는 결정적 티핑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우리는 흔히 당뇨나 고혈압을 '가족력'이나 '생활 습관'의 탓으로 돌리곤 한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운동을 해도 누구는 병에 걸리고 누구는 건강하다.
그 해답은 결국 유전체와 임상 정보, 그리고 생활 습관이 얽혀있는 복잡한 데이터 속에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되는 100만 명 규모의 통합 데이터는 한국인 특유의 질병 인과관계를 밝혀낼 가장 강력한 현미경이다.
특정 유전자가 한국인의 식습관과 만났을 때 어떤 질병으로 발현되는지, 어떤 약물이 우리 국민에게 가장 부작용이 적고 효과적인지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이 약이 요즘 유행한다"가 아니라 "당신의 DNA 데이터상 이 약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도 정작 쓰임처를 찾지 못해 결국 사장(死藏)되는 관행은 대규모 국책 사업의 고질적 함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설계 단계부터 실제 임상 현장의 요구사항을 촘촘히 반영했다는 점에 있다.
데이터를 이용하는 연구자와 산업계가 가장 다루기 편한 형태로 표준화하고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는 점은, 이 데이터들이 연구실 캐비닛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신약 개발이나 새로운 치료법 제안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하반기 1차 개방을 시작으로 연구 생태계에 활력이 도는 순간, 우리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은 '카피캣'을 넘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준비를 마칠 것이다.
민감한 의료 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기본이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벽 뒤에 숨어 데이터의 가치를 사장히기보다, 비식별 처리를 거친 고품질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 국민 건강이라는 공익으로 환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본질이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인만의 유전적, 생활적 특성이 있다. 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축적한 우리만의 데이터다.
하반기 첫 개방이 성공적인 초석이 되어, 머지않은 미래에 모든 국민이 자신의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치료를 받는 '의료 민주화'의 시대가 앞당겨지길 기대해 본다.
100만 명의 데이터가 그려낼 지도는, 대한민국 정밀의료의 미래를 비추는 가장 정교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