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문호 칼럼]AI가 강해질수록, 의사는 더 중요해 진다.

손문호 칼럼위원(정형외과)
발행날짜: 2026-06-08 05:00:00 수정: 2026-06-08 09:42:53
  • 손문호 칼럼위원 / KMA POLICY 특별위원

[메디칼타임즈=손문호 칼럼위원]최근 국회를 통과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단순한 광고 규제 강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의사·약사 등 전문가가 특정 의료기기를 추천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광고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부분은 의료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변화다.

이제 국가는 처음으로 'AI가 만들어낸 가짜 의료 권위'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광고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 의료인의 전문 판단 권리가 왜 더욱 중요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에 가깝다.

과거에는 의료정보의 생산자가 비교적 명확했다. 의사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직접 보고, 병력을 듣고, 검사 결과를 해석하며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했다. 의료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임상 경험과 책임이 결합된 전문적 판단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발전은 의료정보 생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의사처럼 말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전문가를 생성할 수도 있고, 실제 의사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할 수도 있다. AI는 환자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표현을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의료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SNS와 영상 플랫폼에서는 이미 '권위의 시뮬레이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흰 가운을 입은 AI 아바타가 등장하고, 외국 의사처럼 보이는 가상의 인물이 특정 제품을 추천하며, 환자는 그것을 실제 전문가의 조언으로 오인한다.

문제는 AI가 정보를 생성할 수는 있어도,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은 결국 누군가의 최종 판단과 책임 위에서 결정된다. 의료는 단순 정보 제공 산업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고, 애매한 검사 결과 속에서 중증 질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예상치 못한 합병증에 즉시 대응하는 능력은 단순 데이터 학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료의 핵심은 정보량이 아니라 책임 있는 판단이다.

AI 시대가 될수록 오히려 의료인의 전문 판단 권리는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가 넘칠수록 국민은 "누가 실제로 책임지는가"를 묻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의료 시스템은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AI가 담당하는 정보 생성과 분석 영역이다. AI는 논문 검색, 영상 판독 보조, 임상 데이터 정리, 위험도 예측 등에서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의료 AI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인간 의료인의 영역으로 남게 된다. 바로 최종 판단과 책임의 영역이다.

어떤 수술을 선택할 것인지, 어느 시점에서 전원할 것인지, 설명과 동의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치료 중단 여부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같은 문제는 단순 알고리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의학적 판단뿐 아니라 윤리적·법적 책임이 함께 요구되는 영역이다.

결국 AI가 발전할수록 의료인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직역 권한이 아니다. 실제 임상 경험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전문 판단 체계 자체다.

의료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 수치나 영상정보만이 의료의 본질이 아니다. 감별진단 과정, 치료 전략 선택,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해석은 의료인의 전문적 기여가 축적된 결과물이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전문 판단 데이터의 가치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그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는 AI 기술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다. 대신 '"가짜 전문가 권위'가 환자의 판단을 왜곡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는 곧 실제 의료인의 전문성과 책임 체계가 의료의 핵심 기반임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AI는 의료를 보조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의 책임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의료인의 전문 판단 권리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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