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 전문가들 긴급토론회서 개정안 독소 조항 강도 높게 비판
119법 개정안 현장 전문성 무시 비판…"환자 생명 위협" 한목소리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119구급대원의 병원 전 단계 응급 처치 범위를 확대하는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현장 전문가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위급한 응급 현장에서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단기 교육이라는 행정 편의주의적 잣대로 면허 제도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성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없이 고위험 의료 행위가 허용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다.

■119법 개정안에 응급의학의사회 "무면허 의료 행위 금지 우회"
8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은 '병원 전 응급의료 환자 안전 강화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119 구급법 개정안 문제점과 올바른 응급의료 체계 발전 방향을 조명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발제를 통해 119법 개정안 제10조의 2항에 명시된 소방청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협의' 조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협의라는 단어는 반대 의견을 무시할 수 있다는 여지를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소방청장 임의로 처치 범위를 정할 수 있는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다.
그는 이 같은 조항이 의료법이 규정한 무면허 의료 행위 금지 원칙을 우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면허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법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 의료 행위는 일반 행정 업무와 달리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므로, 단순히 부처 간 협의가 아닌 명확한 법적 강제 조항과 정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특히 이 회장은 기관 내 삽관과 같은 고위험 술기는 병원 안에서도 실패 확률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병원 밖 현장에선 실패 시 대안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우려다. 통상 기도 삽관 술기 숙달을 위해 최소 120번의 실습이 필요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회 이상의 경험이 요구된다는 부연이다.

하지만 현재 일반 구급대원의 연평균 처치 건수는 0.1회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단기 교육만으로 현장 투입을 강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진단이다.
이 회장은 "의료 관련 법률의 본질은 환자를 살리는 데 있다. 업무 범위는 단순히 행정 부처 간 협의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와 책임 소재가 완비돼야 하는 영역"이라며 "특정 술기 허용 여부를 논하기 전에, 교육 인프라 구축과 질 관리 체계, 사후 피드백 시스템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직역 간 전문성에 대한 상호 존중 없이는 어떤 발전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 충남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정우석 교수는 기관 내 삽관은 전문 기도 관리 술기며 치명적인 임상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관 내 삽관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필수적이면서도, 동시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고난도 술기라는 것.
특히 그는 후두경을 투입하고 굵은 관을 밀어 넣는 일련의 과정에서 치아, 혀, 성대, 기관 점막 등 광범위한 기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숙한 처치자가 반복적으로 시도할 경우 출혈과 부종으로 기도가 완전히 폐쇄될 수 있다는 경고다.
또 위 내용물이 기도로 역류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하거나, 기도가 아닌 식도로 튜브를 삽입해 환자를 치명적인 저산소증에 빠뜨릴 위험도 크다고 짚었다. 잘못된 삽관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공기를 주입하면 상태가 더욱 악화되며, 병원에 도착해서도 기도를 찾지 못해 응급으로 목을 절개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정 교수는 "기관 내 삽관은 단순 기구 조작이 아니라 환자 상태 평가, 적응증 판단, 산소 유지, 식도 삽관 감별, 실패 시 대안 확보 등 고도의 종합적인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의료 행위다"라며 "단기간의 훈련만으로 해낼 수 있는 가벼운 술기가 결코 아니다. 무리한 시도가 오히려 환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위험성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 교육으로 감당 불가 "정규 교육 통한 체계적 검증 필수"
국립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양현모 교수는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 단기 교육의 한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관련 인력의 역량은 수년간의 정규 교육을 통해 체득되는 '암묵지'라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네덜란드 등 해외 선진국 사례를 들며, 유럽에선 구급차에 탑승하는 간호사가 단순 임상 경력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환자실 등에서 생사를 다룬 전문 간호사로 한정된다는 것. 4년제 응급 전문대학을 졸업해 간호사와 응급구조사 면허를 동시에 취득하는 등 병원 전 단계에 맞춰 재사회화된 교육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 역시 충격적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단기 교육을 받은 후 병원 전 단계에서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한 환자의 사망률이 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삽관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 24%보다 오히려 높은 숫자다.
양 교수는 "피와 토사물로 범벅이 된 통제 불능 현장에서 처치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능력은 3~4년간 해당 분야만을 파고든 정규 교육의 산물이다"라며 "오늘 논의의 핵심은 누가 이 술기를 할 수 있느냐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환자 앞에 서기까지 어떠한 검증 과정을 거쳤느냐 하는 체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 교육으로 마네킹에 튜브를 밀어 넣는 기계적인 훈련은 가능할지 몰라도, 급박한 현장에서 생사를 가르는 직업적 판단력은 결코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며 "진정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다면 정규 교육을 통한 철저한 검증과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회 밖 현장에서도 개정안의 파장을 우려하는 예비 응급구조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응급구조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업무 범위 확대 시도가 미래 응급구조사들의 전문성과 생존권을 흔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은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구조사와 간호사의 커리큘럼은 근본적인 지향점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응급구조사는 병원 전 단계의 환자 평가와 현장 처치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반면, 간호사는 병원 내 입원 환자 케어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도의 해부학적 구조와 응급 상황 대처법을 심도 있게 다루는 기관 내 삽관 등의 술기를, 비전문가가 단기 과정 수료 후 수행하는 것에 강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실제 현장 실습 과정에서 비전문 인력이 고위험 상황에 투입될 경우, 의학적 소통 부재와 처치 지연으로 환자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을 목격했다는 지적이다. 단기 인력 수급을 위해 직역 고유의 전문 영역을 침범당하면서, 관련 피교육자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응급구조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생이어도 응급 상황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무리한 삽관 시도는 기도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앗아갈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을 결정하는 어른들은 단순히 현장 인력이 많아지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학생 입장에선 오랜 기간 쌓아온 고유의 전문성을 무시당하는 일이다. 이제는 취업 길마저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아 막막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복지부 현장 우려 공감 "전문성 간극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
보건복지부 임아람 재난의료정책과장은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 확대에 있어, 교육 훈련만으로 전문성의 간극을 메우기 어렵다는 현장의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향후 정책 논의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올해 상반기 소방청이 간호사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를 1급 응급구조사와 완전히 일치시키려 했던 입법 예고안에 대해, 복지부 역시 제동을 건 바 있다고 강조했다.
각 자격 취득 과정에서의 커리큘럼 차이와 현장 경험 간극을 며칠간의 보수 교육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전문가 지적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이태원 참사 및 비상 진료 체계 장기화로 재난 의료 대응 역량, 병원 전 단계 중증도 분류, 적절한 응급 이송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구급대의 현장 처치 적절성을 평가하고 최종 치료 기관과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거시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임 과장은 "의료법과 응급의료법이 정한 면허 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철저한 형량을 거쳐 업무 범위를 논의해야 한다"라며 "인력의 효율적 운용을 원하는 소방청의 행정적 고민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교육 훈련만으로 메울 수 없는 전문성의 간극에 대해선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향후 응급의료법 개정과 실태 조사를 통해 병원 전 단계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