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안착 관건은 사람과 조직…맞춤형 인력 양성 시급"

발행날짜: 2026-06-27 05:30:00
  • 보건복지인재원·의료정보학회 심포지엄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직군별 맞춤 교육 및 거버넌스 강조…"조직 내 저항 극복해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임상 현장에 의료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의료 AI를 구동하는 사람과 조직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것. 이를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거버넌스 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6일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은 대한의료정보학회와 함께 '의료 AI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인력 양성 체계 제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의료 AI 보건의료인 직무교육사업의 일환으로, 현장 적용 우수 사례와 직군별 맞춤형 인력 양성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건양대학교병원 김종엽 교수는 의료 AI 안착을 위해 구성원의 AI 리터러시 함양과 윤리·법적 규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생산성 혁신 이끄는 의료 AI…조직 내 '러다이트' 극복 관건

건양대학교병원 김종엽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 AI가 의료진의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과 음성 기반 전자의무기록(EMR) 등이 진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음성 기반 EMR은 의무기록 작성 과정의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진이 환자와 눈을 맞추며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는 등 진료 환경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환자 경험의 디지털화와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클라우드·사이버 보안 전환 역시 병원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조직 문화와 인적 저항은 기술 혁신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 안전 우려 ▲바쁜 업무 환경 ▲기존 시스템에 대한 익숙함 등을 이유로 새로운 기술 도입을 반대하는 이른바 '러다이트' 현상이 병원 내부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것.

김 교수는 실제 AI 소프트웨어 도입 과정에서 보안이나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회의와 검토 과정이 반복되며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성원의 AI 리터러시 함양과 윤리·법적 규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제언이다.

나아가 복잡한 프로그래밍 지식보다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자연어로 컴퓨터에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런 능력이 보건의료인에게 가장 중요한 공통 역량이 될 것인 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더 많이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덜 피곤하게 하고 더 많은 여유와 휴식 시간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라며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으며 지금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의료 AI 시대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의료원 김원태 팀장은 의료 AI 기술이 현장을 혁신하고 있다면서도, 제도와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발적 학습이 이끈 현장 혁신…체계적 거버넌스 구축 시급

중앙대학교의료원 김원태 팀장은 사내 해커톤과 프롬프트톤, AI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의료진과 교직원들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현장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비개발 직군인 의료진과 행정 인력들이 업무 현장의 불편 사항을 직접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개념검증(PoC)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일부는 외부 업체와 협업해 사업화 단계까지 이어졌다는 것.

실제 응급실에서 방대한 처방 내역을 분석해 위험 약물을 선별하는 AI 에이전트와 회송 안내 챗봇, 자동 검사실 배정 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 지원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현장 업무 부담을 줄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다만 김 팀장은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병원 현장의 제도와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로 인해 전자의무기록(EMR) 연동에 제약이 있다는 우려다. 또 24시간 운영되는 병원 특성상 의료진과 교직원이 교육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현장의 한계로 꼽았다.

김 팀장은 "병원 현장의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이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GPU 한 장을 추가하려고 해도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그 사이 또 다른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로 기술 변화가 빠르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며 "앞으로는 보안과 거버넌스가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병원도 보안에 신경 쓰면서 유용한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신득철 팀장은 병원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AI 인력 양성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군별 맞춤형 교육 필수…역량 저하 막을 '가드레일' 필요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신득철 팀장은 병원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AI 인력 양성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병원은 의사, 간호사, 보건직, 행정직 등 다양한 직군이 서로 다른 역할과 책임,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는 이유에서다. 단일화된 범용 교육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AI 도입으로 인한 업무 대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업무 재설계와 수용성을 높이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을 사람이 판단할 것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신 팀장은 기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입문 단계를 시작으로 ▲데이터·시스템·법·윤리 등을 학습하는 기초 과정 ▲직군별 심화 학습 ▲실제 병원 데이터를 활용한 시나리오 기반 실습 ▲현장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5단계 맞춤형 교육 체계를 현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 능력과 책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기계적인 정답 확인에 매몰돼 환자의 표정이나 호흡, 말의 속도 등 비정형적인 임상 신호를 놓치거나 의료인으로서 전문성과 책임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AI 없이도 핵심 판단을 수행할 수 있는 'AI 프리 베이스라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알고리즘의 성능뿐 아니라 의료진의 판단 과정까지 함께 추적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팀장은 AI 기술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인간의 주도적인 검증 능력이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팀장은 "의료 AI 인재 양성은 단순히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현장의 업무가 어떻게 변화하고 강화될 수 있는지 직무 재설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AI 없이도 스스로 핵심 판단을 수행할 수 있는 기준점을 유지하고, AI 결과를 안전하게 검증할 수 있는 가드레일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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