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살 길은 플랫폼"…의료 AI 기업들 체질 개선 속도

발행날짜: 2026-06-26 05:30:00
  • 단일 솔루션 판매 경쟁력 잃어…통합 솔루션 방식 변화
    데이터 주도권·표준화 기술 숙제 "질적 통제 우선해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이 단일 솔루션 개발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단일 제품 개발과 판매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선점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25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의료 AI 기업들이 잇따라 통합 플랫폼 비즈니스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의료 AI 기업들이 잇따라 통합 플랫폼을 개발·출시하는 등 관련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파편화된 의료 데이터·수익성 한계…플랫폼으로 극복하나

이는 보수적인 보건의료 산업 특성을 겨냥한 행보다. 의료 현장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도입 시 의료진 교육, 시스템 충돌 위험, 데이터 보안 문제 등 전환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선제적으로 자사 플랫폼을 안착시키면 후발주자의 솔루션으로 교체하는 비용이 커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조다.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는 국내 의료시스템의 한계와 기존 단일 모델의 낮은 수익성도 플랫폼화의 주된 원인이다. 실제 일선 병원 의료 데이터의 80%는 비정형 형태로 각기 다른 전자의무기록(EMR)에 흩어져 있다.

이에 국내 의료 디지털 전환에서 데이터 통합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데, 플랫폼은 이런 데이터 전처리·변환을 표준화해 도입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 해주는 것.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가 회사의 솔루션 고도화로 이어지는 것도 장점이다. 의료 AI의 특성상 알고리즘 고도화를 위해 양질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발기업이 플랫폼으로 이 데이터를 틀어쥔다면 후발주자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수가가 낮거나 적용이 어려운 국내 실정상 단일 솔루션만으론 충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도 플랫폼화 요인으로 꼽힌다. 전주기 관리 자동화, 행정 업무 간소화 등 의료기관에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해야 시장 침투율을 높일 수 있는 덕분이다. 솔루션별 과금을 넘어, 병원 워크플로우 전반에 침투하는 구독형 모델 등으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주요 의료 AI 기업, 생태계 선점 위한 인프라 경쟁 활발

실제 루닛은 인수합병을 통한 데이터 선점 및 암 관리 전 주기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유방암 검진 소프트웨어 기업 볼파라를 인수한 것이 그 예다. 미국 유방암 검진 시장 내 유통망과 대규모 의료영상 데이터, 3600개 이상의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한 번에 확보한 것.

이를 기반으로 암 검진과 위험도 예측, 진단, 치료 결정, 사후 관리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암 관리 전 주기 체계 구축하는 전략이다. 나아가 루닛은 산·학·연·병 23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 임상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L1 개발에 나섰다. 기존 영상 분석 중심에서 의료 데이터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개별 병원을 뚫는 방식을 넘어, 정부 사업에 인프라로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한 번의 CT로 여러 질환을 동시에 진단하는 솔루션 에이뷰엘씨에스 플러스를 운영 플랫폼인 에이뷰 허브에 연계하는 식이다.

질환을 발견하기 위한 검사 횟수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검진 예약 ▲판독 품질 관리 ▲병원 간 교차 판독 연계 등 워크플로우를 점유해 검진 사업 전체의 인프라를 조율하는 것.

국내외 폐암 검진 권고 연령 하향,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LDCT) 급여 적용 등으로 판독 모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흐름에 맞춘 전략이다. 특히 독일 등 유럽 주요국 공공 폐암 검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가 의료 인프라망으로 자리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플랫폼을 다른 기업에 개방하는 전략도 눈에 띈다. 마이허브는 자사 마이링크 플랫폼을 통해 20개 사의 40개 이상 솔루션을 연동하는 등 인프라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병원 내부에 서버를 두는 대신, 소형 마이서버 셋톱박스로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병원 내부에선 환자 개인정보 암호·비식별화, 의료 영상 데이터 정규화 등 간단한 정보만 처리하고, 무거운 AI 분석 작업은 클라우드에서 처리한다. 이런 하이브리드 구조로 비용 장벽을 낮춰 15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확보한 것.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웨어러블 생체 데이터를 결합해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는 환자용 앱 마이리포트를 출시하는 등 B2H2C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뷰노의 골연령 솔루션을 인수하는 등 자체 솔루션을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로킷헬스케어는 예측, 예방, 재생으로 연결되는 통합 플랫폼 전략과 역노화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날 'AI-토탈리스 35' 플랫폼을 발표했다.

이는 혈액 검사만으로 7대 암과 만성신장병 등 35개 질환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이다.그 결과를 생체 활성 섬유소 기반 장기 기능 개선 기술인 AI-프레시와 연계, 질병 예측부터 재생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한국에서 인공 신장 재생 관련 인체 임상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탈모 의약·화장품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전신 노화 관리 생태계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있다.

■데이터 주권·책임 소재 확립은 숙제 "질적 통제 우선돼야"

다만 의료 AI 기업들의 플랫폼화 전략이 안착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의료기관이 의료 데이터 주도권을 뺏긴다는 거부감을 보일 수 있고, 여러 솔루션이 얽힌 플랫폼 특성상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엄격한 보건의료 보안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인프라 유지 비용, 파편화된 이종 데이터를 고품질로 표준화하는 기술적 문제도 숙제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한 생태계 선점은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라며 "하지만 의료기관의 데이터 종속 우려를 해소할 상생 모델이 전제돼야 한다. 복합적인 환경에서 오작동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플랫폼화를 추진하더라도 인프라 유지와 데이터 표준화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맹목적인 확장보다는 철저한 질적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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