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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따라가기도 벅차" 의료 AI 기업들 성토 쏟아낸 이유는?

발행날짜: 2026-09-04 05:30:00 수정: 2026-09-04 09:41:40
  • 국회 토론회서 산업계 복잡한 규제 완화와 수가 마련 촉구
    복지부 "기존 수가 체계 한계 공감…관련 기반 법제화 주력"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보건의료 수요 폭증과 공급 체계 붕괴 위기 속에서 의료 인공지능(AI)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장에선 AI 기술이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지역사회 통합 돌봄과 만성질환 관리의 주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실효성 있는 보상 체계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국회에서 '통합돌봄 시대,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의료 AI 확산 전략' 토론회가 개최됐다. 산업계와 의료계,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의료 AI 현장 적용의 한계와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헬스맥스 이상호 대표는 발제를 통해 예방 중심 개인건강기록 인프라 구축 및 일상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방 중심 일상 관리 필수 "규제 문턱 높고 수가는 한계"

헬스맥스 이상호 대표는 발제를 통해 고령 인구와 만성질환 진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조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과 사후 치료 중심의 기존 의료 체계는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이 대표는 관련 대책으로 환자가 거주지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돌봄을 받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실현을 제시했다. 예방 중심의 개인건강기록(PHR) 디지털 인프라와 지능형 임상 상담을 통한 실시간 일상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선 이를 실현하는데 여러 장벽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산 연계 비용을 일차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에 더해, 비대면 모니터링 시 발생하는 사후 책임의 모호성 등 여러 제도적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것.

특히 현행 비의료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은 의료 행위 침해 기준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 민간 기업의 혁신 비즈니스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만성질환 관리제 등 기존 제도의 한계도 지적했다. 일례로 현행 수가는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관리만 책정돼 있어 24시간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연속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지역사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일차 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산 지원과 마이데이터 송출에 대한 가산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현장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실증 사업 이후에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통합 돌봄 사업화 모델과 건강보험 수가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덮친 규제와 비용 장벽…업계 관계자들 성토 쏟아져

질의응답에서도 산업계 관계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혁신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시도하려 해도 복잡한 규제와 정책의 불안정성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일선 현장에선 새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막대한 법률 검토 비용이 발생하고, 법안과 시행령이 수시로 변해 이에 대응하는 데만 막대한 기업 리소스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금지한 행위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환자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근본적인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환자들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결국 데이터 활용의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우려다.

반면 미국 건강보험법(HIPAA) 등은 환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고 오남용 시 강력히 처벌하는 강력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 환자의 심리적 저항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신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나만의닥터 선재원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려 해도 막대한 법률 상담 비용이 들어 투자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기업이 사업을 다방면으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수시로 변하는 규제에 대응하느라 지나친 비용을 소모하고 있어 의료 AI 확산을 위해선 탑다운 방식의 확실한 정책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질의응답에서 현장 규제 장벽에 대한 토론회 패널 및 참석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AI가 일하는 병원 시스템 필요 "클라우드로 확장성 높여야"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이지케어텍 이지원 상무는 좋은 의료 AI가 쏟아져 나와도 정작 인력이 부족한 지역 공공병원에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이 상무는 개별 병원이 새로운 AI를 도입할 때마다 인프라 구축, 보안 설계, 데이터 연동 등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현행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사가 AI 기능을 따로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는 병원 정보 시스템(HIS) 안에 AI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관련 솔루션이 진료 기록 초안 작성 및 외부 데이터 요약 등 원내 업무를 유기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AI 네이티브 HIS'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반 HIS 도입 및 공통 표준 AI 커넥터 활용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상무는 "AI를 병원마다 개별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병원이 손쉽게 AI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의료진이 반복적인 기록과 행정 업무에 뺏기는 시간을 AI로 단축해 환자 케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역 필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모코그 노유헌 대표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환자들을 위한 디지털 치료 기기 유통 경험을 토대로 지역 돌봄 시장의 현실을 조명했다.

노 대표는 현재 지역 의료 인프라 붕괴로 고령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지역 의료 현장은 고품질 디지털 치료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더욱이 우려와 달리 고령 환자들도 음성 인식 기반 소프트웨어를 원활히 사용하며 순응도가 높다는 것.

하지만 그는 높은 비용과 복잡한 유통 구조가 관련 솔루션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관련 해법으로 독일·미국 등 해외 선진국처럼 국가가 선제적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렇게 낮아진 개발 원가에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 저렴한 비용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고령층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해당 기술이 의료 현장의 돌봄 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췄는지 검증하는 평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노 대표는 "의료 AI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은 현장에 지불 주체가 없다는 점이며, 국가나 사회가 비용을 분담해 환자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마중물을 부어줘야 한다"며 "환자의 일상이 병원으로, 병원의 치료가 다시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루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향심 디지털의료기술등재부장(왼쪽)과 보건복지부 김민정 의료정보정책과장이 의료 AI 관련 보상 체계 및 정책 방향을 밝히고 있다.

■정부도 행위별 수가 한계 고민 "상호운용성·법제화 집중할 것"

정부는 산업계와 의료계의 요구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건강보험 제도의 틀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향심 디지털의료기술등재부장은 병원과 의사의 행위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언급했다. 기존 수가 체계는 급성기 환자 치료에 맞춰져 있다는 것. 이에 환자 스스로 일상에서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 기기나 의료진의 노동을 대체하는 AI 기술을 어떻게 적정하게 보상할지 등 근본적인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다.

조 부장은 "혁신 의료 기술 제도를 통해 잠재적 가치가 있는 기술이 시장에 선도입돼 임상 근거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정식 등재를 위해서는 업계가 환자 데이터를 원활히 모아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법제화가 시급하다. 심평원 역시 환자 중심의 의료 기술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김민정 의료정보정책과장은 의료 AI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데이터의 표준화와 시스템 간 상호 운용성 확보가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건강 정보 고속도로 구축과 진료 정보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전국 공공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통 기반을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과장은 "의료 데이터는 민감한 정보인 만큼 개인 정보 보호와 안전한 활용 원칙을 명확히 하는 법적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 산업 혁신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토대를 굳건히 다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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