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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돌아온 CT·MRI 급여화의 청구서

발행날짜: 2026-09-14 05:00:00
  • 의료산업 2팀 이인복 기자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예견된 미래였다. 획일적으로 급여권에 넣으면 검사가 폭증할 수 있다고 지적할때는 무시하더니 이제는 의사들이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안찍으면 소송당하고 찍으면 삭감당하게 생겼다."

국내 굴지 대형병원 영상의학과장의 말이다. 정부가 마침내 CT와 MRI 등 고가 영상 검사 남용을 막겠다며 칼을 꺼내들었다.

이미 검사를 진행한 환자에게 불필요하게 '중복 촬영'을 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정부가 제시할 기준은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30일 이내 재촬영이 이뤄졌다면 왜 검사를 또 했는지 의료진이 해명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숫자만 보면 정부의 논리는 타당성이 있다. 지난해 이미 CT를 촬영한 환자가 다른 병원에 내원했을때 CT를 다시 찍은 비율은 26.8%를 기록했다. MRI 역시 22만명 중에 13.8%가 재촬영을 진행했다.

여기에 들어간 건강보험 급여 비용만 650억원에 달한다. 이 금액이 타당한지 살펴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CT와 MRI를 실시간 의료 이용 관리 대상으로 두고 재촬영 비율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정부의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펴보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정부는 이른바 접근성 향상이라는 목표로 의학계와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상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편입시켰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검사가 많아지며 이용량이 폭증할 수 있다고 의학계와 의료계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결과적으로 급여 적용 이후 촬영 건수는 건강보험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당초 척추 등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던 급여 확대 방안은 올스톱된 상황이다.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수차례 경고했던 의학계와 의료계의 지적을 무시하고 급여권에 영상 검사를 밀어 넣은 뒤 불필요한 검사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제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의학계와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당장은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재촬영을 고지하는 선에서 정책이 출발하더라도 결국 적성성 평가로 이어지고 삭감의 근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두가지 서로 다른 정책, 즉 영상 검사를 급여권으로 편입한 정책과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막겠다는 제도가 내포하는 문제는 단 하나의 근원으로 좁혀진다. 누가 이를 판단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미 대한영상의학회나 대한자기공명의과학회 등 전문가 단체들은 무분별하게 검사를 진행하는 기관과 너무 오래된 기기를 사용하는 병의원을 퇴출 시키기 위해 다양한 자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상황에서도 주도권을 정부가 갖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검사가 추적 검사인지, 추가 검사인지, 중복 검사인지를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숙련된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검사를 정부가 막아서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봐야할 것을 못 본 상태에서 진단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이제 공을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또 다시 패스하지 않은 채 나홀로 드리블을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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