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태그로 보는 뉴스

언어 (Language)

폐암검진 확대에 커지는 AI 역할론 "운영 효율화가 핵심"

발행날짜: 2026-09-14 09:54:07
  • 유럽 전문가 "검진 효과 근거 충분…이제 시행 모델 고민할 때"
    대상 확대 앞둔 한국…정상군 선별·판독 표준화 중요성 부각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전 세계적으로 국가폐암검진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저선량 CT 폐암검진의 임상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된 만큼, 이제는 단순히 병변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내는지를 넘어 대규모 검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 역시 국가폐암검진 대상 확대가 논의되고 있어 향후 판독량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정상 검사 선별부터 판독 표준화, 추적관리까지 전체 검진 과정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디칼타임즈가 지난 12일 세계폐암학회(WCLC 2026) 기간 서울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마련한 코어라인 폐암검진 심포지엄을 찾아 한국과 유럽의 폐암검진 운영 경험을 비교하고, 검진 확대에 따른 AI 역할 변화를 들어봤다.

앤트워프대학병원 아네미크 스눅스 교수는 AI를 활용해 대상자 선정부터 판독·추적관리까지 폐암검진 전 과정을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암검진 효과 입증한 유럽 "이제 어떻게 시행할지가 문제"

유럽의 폐암검진 정책은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를 지나 실제 의료체계 안에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유럽암기구(ECO) 디지털 헬스 네트워크 공동의장이자 벨기에 앤트워프대학병원(UZA) 영상의학과 아네미크 스눅스 교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저선량 CT 폐암검진의 과학적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고 봤다.

대규모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해 폐암 사망률 감소 효과가 확인된 만큼, 검진 시행 여부보다 각국의 보건의료체계에 맞는 운영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럽은 국가마다 대상자 모집 방식과 의료전달체계가 달라 하나의 검진 모델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스눅스 교수의 설명이다. 일반의(GP)가 체계적인 환자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고위험군을 어떻게 찾아 검진으로 연결할 것인지부터 별도 체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는 소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운영 가능성을 확인한 뒤 점차 검진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독일 역시 폐암검진 판독에서 컴퓨터보조검출(CAD)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등 대규모 검진 판독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 활용에서도 단순한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실제 의료체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와 비용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과제로 꼽혔다. 폐암검진은 CT 촬영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 선정과 예약, 촬영, 판독, 결과 통보, 재검 안내까지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개별 알고리즘 하나의 성능보다 전체 검진 과정을 연결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 AI를 도입할 경우에도 논문이나 기존 연구 결과만으로 성능을 판단하기보다 자국 인구집단에서 별도로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스눅스 교수는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낮춘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히 확고하다"며 "이제는 이를 시행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한 것은 단순히 결절 알고리즘 하나가 아니다"라며 "대상자를 찾고 선별해 예약하고 검사한 뒤 결과를 전달하고 재검을 요청하는 과정까지 연결하는 전체적인 디지털 경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상 확대 앞둔 한국 "판독 부담 줄일 AI 활용체계 필요"

국가 단위 폐암검진을 운영해 온 우리나라 역시 검진 대상 확대와 맞물려 판독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가폐암검진 대상자의 연령과 흡연력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대상이 확대될 경우 CT 촬영과 판독량이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구진모 교수는 대상 기준이 확대되면 검진 대상자가 크게는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 기존 판독체계만으로 늘어난 검사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구 교수는 AI를 활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폐암 발견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국내 국가폐암검진 자료를 분석해 AI를 사용하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비교한 결과, AI 활용 기관에서 유의하게 더 많은 암을 발견하는 양상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병원 구진모 교수는 검진 대상 확대에 대비해 AI로 정상 검사를 선별하는 등 판독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존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판독 성능 자체가 이미 높은 수준인 만큼 AI의 효용을 병변을 하나 더 발견하는 데만 맞춰서는 안 된다는 것.

오히려 폐암검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상 검사를 AI가 효과적으로 선별해 의료진이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검사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활용 방안으로 제시됐다.

스눅스 교수 역시 전체 폐암검진 검사 가운데 95~97%가 정상인 만큼, AI가 정상군을 높은 신뢰도로 구분할 수 있다면 전문의의 업무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구 교수는 "AI를 사용하는 기관이 암을 통계적으로 더 많이 찾아내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AI도 잘하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 역시 이미 상당히 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AI를 활용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하고 업무량을 줄일 것인지가 또 하나의 숙제"라며 "정상 검사를 잘 걸러낼 수 있다면 많은 판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도입 넘어 활용체계 중요 "판독 표준화·교육 함께 가야"

마지막으로 이들 교수는 국가폐암검진에서 AI 활용을 확대하려면 솔루션을 보급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판독 환경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진 현장에 AI가 제공되고 있음에도 의료기관마다 네트워크와 PACS 등 IT 환경이 다르고, AI에 익숙한 전문의와 그렇지 않은 의료진 사이에서도 활용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검진 대상이 확대돼 의원급이나 종합검진센터 등으로 참여기관이 넓어질 경우 판독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문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AI를 활용할 것인지 기준을 정립하는 동시에 의료진 교육과 판독 표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

관련 방안으론, 여러 기관에서 촬영한 영상을 지역 거점 등에 모아 AI와 숙련된 판독자를 활용하는 집중 판독 모델이 제시됐다. 다만 이 경우 기존 의료기관 판독비를 별도 판독체계에 배분해야 하는 등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만큼, 실제 적용을 위해선 제도적·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연이다.

구 교수는 "폐암검진은 찍는 것보다 판독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AI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활용 방식에 차이가 있어 이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집중적으로 판독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정부, 공단·심평원, 기업 등이 함께 적절한 워크플로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눅스 교수 역시 "전체 흐름을 간소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순수한 임상 성능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보다 결절 관리 시스템과 전체 워크플로우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의료기기·AI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