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분석·스마트글래스·로봇 제어까지…병원 실증도 추진
GPU 관리·AI 플랫폼 전시…사옥에 연구·사업화 전략 담아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환자복을 입은 인체 모형이 검은색 실험대 위에 누워 있다. 그 옆엔 각종 의료 측정 장비와 로봇 장치, 컴퓨터가 놓여 있고 다른 한쪽엔 피부 손상 부위를 재현한 모형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바닥에 그어진 로봇 유도용 경계선도 이곳이 일반적인 사무실과 다른 공간임을 보여준다. 20일 메디칼타임즈가 방문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아크릴의 피지컬 AI 연구소 모습이다.
최근 AI 업계에선 '피지컬 AI'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웨어 안에서 정보를 처리하던 AI가 로봇 등 물리적 장치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의료 AI도 정보를 분석해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데서 나아가, 로봇과 각종 장치를 통해 수술 등 의료현장의 물리적 작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피부 모형부터 스마트글래스까지…의료 AI 연구 현장은
아크릴 역시 이러한 변화에 맞춰 기존 의료 AI 플랫폼 사업을 피지컬 AI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사옥 6층에 피지컬 AI 연구소를 마련하고 로봇 제어와 의료 데이터 분석 기술을 결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소엔 의료현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각종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환자 상태를 모사하는 인체 모형을 비롯해 혈압·체성분 측정 장비 등이 컴퓨터 주변에 배치돼 있었다.
특히 인체 모형 옆엔 일반적인 AI 소프트웨어 개발실에선 보기 어려운 피부 손상 모형이 놓여 있었다. 피부 조직 관련 AI 연구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피부의 다양한 상태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AI 피부 분석기 역시 연구소 한편에 놓여 있었다.

의료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상태를 AI가 인식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시험하기 위한 공간이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글래스를 활용해 사람을 인식하고 이상 부위를 찾아내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크릴 신현경 부대표는 "휴머노이드와 로봇 장비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는 병원 실증 연구 때문에 일부 장비가 외부에 나가 있는 상황"이라며 "이 밖에도 피부와 피부 조직에 관한 연구와 스마트글래스를 이용해 사람을 탐지하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는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업이다 보니 이렇게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도 이곳을 많이 찾아오고 있다. 연구소에서 미팅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AI 판단을 로봇 움직임으로 "실시간 제어 기술 개발"
아크릴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주목하는 영역은 로봇 제어다. 연구소에선 휴머노이드와 로봇팔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방문 당시 휴머노이드 장비는 병원 실증 연구를 위해 외부에 나가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로봇팔 실험 사진에선 두 개의 로봇팔이 천을 잡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AI가 정보를 분석해 결과를 제시했다면, 피지컬 AI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한 결과를 실제 로봇의 움직임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 성과는 아크릴이 지난 1월 공개한 연구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당시 아크릴은 성균관대학교 우홍욱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자사의 통합 AI 플랫폼 '조나단(JONATHAN)'과 로봇 시스템을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핵심 기술은 시각 정보와 언어 명령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VLA(Vision Language Action) 모델이다. AI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명령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로봇이 수행할 동작까지 결정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먼저 영상·센서·행동 데이터 등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아크릴의 'FlightBase'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를 정제·가공해 VLA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아크릴의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AgentBase'는 VLA 모델을 실제 환경에 맞게 미세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멀티 에이전트 기술도 적용한다.
여기에 GPU 자원 관리 플랫폼 'GPUBase'를 결합해 로봇 제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처리 지연을 줄이는 방식이다.
로봇 제어에서 AI의 판단 속도와 데이터 전달 시간이 중요한 이유는 실제 동작 시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은 분석 정확도뿐 아니라 판단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아크릴은 GPUBase의 네트워크 최적화와 트래픽 우선처리 기술을 통해 이러한 지연 문제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AI 모델의 추론 과정을 감독하는 'Parenting LLM' 기술도 로봇 제어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했다.

연구소 밖에도 AI 기술…제품 소개부터 대외 협력까지
연구시설 밖 사무공간에선 아크릴의 AI 인프라 사업을 소개하는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사무공간 유리 벽엔 통합 AI 플랫폼 '조나단'을 중심으로 GPUBase와 AgentBase 등 주요 제품이 소개돼 있었다. GPUBase 적용 여부에 따른 GPU 자원 관리 상태를 비교한 그래프도 함께였다.
사무실 곳곳엔 갈매기 캐릭터 조나단도 등장했다. 아크릴 측에 따르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은 캐릭터다. 회의실과 임원실마다 AI 발전에 기여한 주요 인물의 이름이나 AI 학습·판단 원리를 나타내는 수학 기호가 붙어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신현경 아크릴 부대표는 "GPUBase는 GPU 자원을 관리하는 아크릴의 제품이다. 이곳에 있는 그림은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와 사용했을 때 자원 관리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밖에도 사무실 곳곳에 조나단을 비롯해 우리가 개발한 제품들의 이름과 특징을 표현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아크릴 이도훈 전무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곳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했고, 외부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할 때도 이 공간을 활용했다"며 "사옥에 설치된 화면에는 회사 관련 보도와 사내외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연구개발뿐 아니라 회사 안팎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