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과실과 자율보고가 묻는 면허제재의 기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고를 신속히 발견하고 환자를 보호하며, 원인을 확인해 같은 사고의 반복을 막는 것이다. 위험한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규율하는 것과 사고를 숨기지 않고 보고해 의료시스템이 학습하도록 하는 것은 모두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2021년 코로나19 예방접종 과정에서 한 의사가 이미 사용한 일회용 주사기를 새 주사기로 착각해 다음 환자에게 사용했다. 의도적으로 반복한 재사용이 아니라 일회성 과실이었다. 사고 이후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했으며 피해자와 합의했다. 실제 감염 등 건강상 위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환자안전사고도 자율보고됐다.
보건복지부는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금지 위반을 이유로 처분기준상 자격정지 6개월에서 감경한 3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의 위험성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환자에게는 고의인지 실수인지와 무관하게 심각한 안전사고다.
다만 법이 금지한 행위라는 판단과 그 위반에 어느 정도의 제재를 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과실을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과실까지 재사용으로 규율한다면 서로 다른 위험과 책임을 제재단계에서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에 있다.
과실도 '재사용'이라면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의료인 개인에게 중한 면허제재를 부과하는 재사용 금지규정을 고의적인 재사용에 한정해 해석했다. 일회적 과실까지 중한 면허정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의료법 체계와 비례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은 달리 판단했다. 의료법이 재사용이라는 객관적 사실 외에 고의를 별도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고, 과실이라고 해서 환자의 건강에 대한 위험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과실을 제외하면 공적 규제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환자안전을 위해 과실에 의한 재사용까지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항소심의 전제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실도 '재사용'이라고 해서 고의와 과실의 차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를 평가해야 할 장소가 규율단계에서 제재단계로 이동할 뿐이다.
경제적 이익이나 편의를 위해 사용한 주사기를 의도적으로 반복 사용하는 행위와 이미 사용한 주사기를 새 주사기로 오인해 한 차례 잘못 사용하는 행위는 모두 법적으로 재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책임의 정도까지 같다고 하기는 어렵다.
실제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정도 행위 당시 존재했던 위험을 없애지는 않는다. 다만 위반의 성립과 최종 제재수준은 별개의 문제다. 실제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제재를 정하는 단계에서 다시 평가할 수 있다.
규율은 넓은데 제재기준은 단순하다
이 사건에 적용된 재사용 관련 처분기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시킨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크게 구분한다. 공통적인 가중기준과 감경기준은 별도로 존재하지만, 재사용에 관한 기본 처분기준 자체는 고의와 과실, 개별 사건에서의 반복적 재사용과 일회성 착오 등에 따라 처분수준을 별도로 세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의도적인 반복 재사용과 한 차례의 과실도 같은 자격정지 6개월을 기본 처분기준으로 적용받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의 수를 처분기준에 담을 수는 없다.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에는 예측가능성이라는 장점도 있다.
문제는 고의와 과실, 반복적 재사용과 일회성 착오처럼 책임의 정도가 다른 행위를 하나의 기준에서 출발시키더라도 그 차이가 최종 제재수준에는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다.
처분기준이 이런 차이를 미리 나누어 두지 않았다면 실제 처분을 정할 때라도 왜 이 사건에 이 정도의 제재가 필요한지를 충분히 따져야 한다. 법원 역시 감경이 있었다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감경하고도 남은 제재가 적정한지를 살펴야 한다.
'6개월에서 3개월', 그것으로 충분한가
이 사건에서도 개별 사정이 고려됐다.
실제 처분은 자격정지 6개월에서 3개월로 감경됐다. 항소심도 사고 후 조치, 실제 건강상 위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원고에게 유리한 사정이 처분과정에서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봤다.
그러나 유리한 사정을 고려했다는 것, 그 결과 처분을 감경했다는 것, 그리고 감경 후 남은 3개월의 면허정지가 비례적이라는 것은 같은 명제가 아니라는 것은 놓쳐서는 안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감경했는가가 아니라 감경 후 남은 제재가 구체적인 위험과 책임에 비례하는가이다.
자율보고는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나
여기에 자율보고라는 별도의 문제가 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킨 사람이 자율보고한 경우 보건의료 관계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해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를 두고 있다.
자율보고를 했다고 행정처분이 당연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고의적이거나 반복적인 위반 또는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자율보고 이후에도 상당한 제재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자율보고는 실제 위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나 피해자와 합의한 것과 기능이 다르다. 위해 미발생은 결과에 관한 것이고 합의는 피해회복과 관련된다. 자율보고는 이미 발생한 사고를 드러내고 그 정보를 분석하고 공유함으로써 같은 사고의 반복을 막기 위해 법이 별도로 마련한 환자안전 장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물어볼 필요가 있다. 환자안전법은 자율보고를 한 경우 행정처분을 감경할 수 있다고만 하지 않는다. 면제할 수도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자율보고가 단순한 선처 사유로 고려됐는지, 아니면 법이 별도로 인정한 감경·면제 사유로 검토됐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자율보고를 했다고 당연히 면제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면제까지 법이 열어 두었다면, 왜 이 사건에서는 감경 후에도 3개월의 면허정지가 필요했는지는 따져볼 수 있다.
자율보고가 실제 신고행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는 실증적으로 확인할 문제다. 그러나 법이 자율보고에 감경뿐 아니라 면제 가능성까지 부여했다면, 이를 최종 제재수준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별도의 질문으로 남는다.
상고심이 남겨야 할 기준
이 사건은 현재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상고심이 과실에 의한 재사용도 의료법상 면허제재의 대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다면 판단은 거기에서 끝나기 어렵다.
상고심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과실이 재사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만이 아니다. 과실까지 재사용으로 본다면 고의적·반복적 재사용과 일회성 착오의 차이를 제재단계에서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미 감경했다는 사실과 감경 후 남은 제재가 적정한지는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자율보고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자안전법이 자율보고에 감경 또는 면제 가능성을 별도로 둔 만큼, 자율보고를 단순한 정상참작 사유가 아니라 사고를 드러내고 학습하기 위한 환자안전제도의 일부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면허정지는 일정 기간 의료행위 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중대한 직업적 제재다. 개원의에게 3개월의 면허정지는 진료 연속성과 의료기관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3개월이라는 기간만 놓고 이를 가벼운 제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의 상고심은 '과실도 재사용인가'라는 문언해석을 넘어, 폭넓은 규율에 상응하는 제재의 기준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보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특정 의료인에게 유리한 예외가 아니라, 과실까지 폭넓게 규율할 경우 그 안에 존재하는 위험과 책임의 차이를 최종 제재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위험은 단호하게 규율하되 위험과 책임의 차이를 구별하고, 사고를 숨기지 않고 보고해 의료시스템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더 많은 환자를 보호하는 규제의 방향이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