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60% 이상 의약품·용량 오류 기인
다른 부위 수술 등 오인 사고 다발… 관리체계 지적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대형병원 등에서 발생해 정부에 의무보고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181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환자의 사망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 사고의 대다수는 의약품 투약 오류나 용량·경로 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돼 진료 현장의 의약품 관리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 30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환자안전법에 따라 의무보고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는 총 181건으로 집계됐다.
현행법상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과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법률로 정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보건복지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사망 사고 62.5%가 '오투약·오용량'
환자 위해 정도별 전체 현황을 살펴보면 사망 48건(26.5%), 중증 3건(1.7%), 중등증 37건(20.4%), 경증 48건(26.5%), 위해 없음 25건(13.8%), 근접오류 20건(11.0%)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등증 이상의 중대 위해로 이어진 사고는 전체의 48.6%(88건)에 달했다.
특히 사망으로 분류된 48건을 분석한 결과, 다른 의약품·용량·투여경로와 관련된 사고가 30건으로 전체의 62.5%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다른 의약품 투여 5건은 전원 사망(5건)으로 기록됐으며 ▲다른 용량을 투여한 사고 25건 중 24건이 사망, 1건이 중증으로 분류됐다. ▲다른 경로로 투여된 사고 1건 역시 사망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다른 내용의 수혈 사고 6건은 모두 사망으로 직결됐다. 아울러 다른 내용의 수술(3건 중 2건), 다른 내용의 전신마취(3건 중 2건), 신체적 폭력으로 보고된 사고(8건) 역시 전원 사망으로 집계됐다.

수술실 안전 불감증 심각
수술 과정에서 발생한 환자안전사고의 심각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환자를 수술하거나 다른 부위를 수술한 이른바 '수술 부위·환자 오인 사고'는 총 130건으로 전체 의무보고 사고(181건)의 71.8%를 점유했다. 유형별로는 다른 환자 수술이 5건, 다른 부위 수술이 125건이었다.
특히 다른 부위 수술 125건 중 경증 이상의 환자 위해가 발생한 사고는 85건으로 68.0%에 이르렀다. 세부적으로는 경증 48건, 중등증 36건, 중증 1건이었으며, 중등증 이상의 심각한 위해만 전체의 29.6%(37건)를 차지했다.
의료기관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이 86건, 종합병원이 83건으로 두 종별이 전체의 93.4%(169건)를 차지해 대형 병원 집중 현상을 보였다. 이어 병원 6건, 요양병원·정신병원 각각 3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49건)과 경기(43건)가 전체의 50.8%(92건)를 양분했다.
"사고 반복 원인 파악 한계…사후 관리체계 마련해야"
문제는 이 같은 중대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의료기관들이 내놓은 재발방지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 검증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그동안 사고 원인분석 및 재발방지대책 보완 167건, 전문가 자문 167개소, 개선사항 모니터링 안내 152개소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실이 동일 의료기관에서의 사고 반복 여부와 재발방지 조치 이후 유사 사고 재발 통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인증원 측은 의료기관 정보 비밀보장을 이유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인증원 스스로도 단순한 사고 예방정보 제공만으로는 반복 사고 의료기관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소병훈 의원은 "의료현장의 작은 실수나 부주의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하고, 한 의료기관의 과오가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사고 사례와 개선대책을 철저히 공유·점검하는 재발방지 체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소 의원은 "단순히 사고 보고와 재발방지대책 서류 제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현장의 개선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실제로 의료사고가 줄어들고 있는지까지 엄격히 검증하는 실효성 있는 환자안전 관리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