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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보다 응급실 수사를 물어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마상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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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날짜: 2026-11-02 05:00:00 수정: 2026-11-02 08:57:24
  •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마상혁 고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마상혁 고문

7월 15일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은 생후 4개월 아이에게 60여 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했다. 아이는 끝내 숨졌고, 부모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형사 2명이 센터에 들어왔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카메라를 든 과학수사대 경찰관 3명이 뒤따라 들어왔다. 이지숙 센터장은 10월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처치가 끝나지 않은 소생실을 촬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동안 다른 환자의 응급진료가 약 40분 동안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부모는 8월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고소장을 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9월 30일 이 센터를 압수수색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경찰이 압수수색 전에 병원에 자료 요청이나 임의제출 요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당시 센터에서는 생후 6개월 아이가 1시간 넘게 경련을 이어 가고 있었다.

10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병원 법무팀과 수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비어 있는 진료실에서 17분 만에 압수수색을 마쳤다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 다른 의료기관 수사에서 임의제출된 자료가 변조되거나 삭제된 정황이 있었고, 전자의무기록이 위조된 사례도 있었다며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진료실 3곳 가운데 환자가 없던 2곳을 먼저 확인했고, 환자가 처치를 받던 1곳은 수시간을 기다린 뒤 2분 동안 사진만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의 설명은 다르다. 이 센터장은 경찰이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의사와 간호사의 컴퓨터를 차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간호파트장은 별도 공간에서 약 1시간 동안 경찰의 자료 요청에 응해야 했다.

두 설명의 차이는 경찰이 무엇을 압수수색 시간으로 셌느냐에서 나온다. 경찰의 17분에는 컴퓨터를 확인한 시간과 간호파트장이 자리를 비운 시간이 보이지 않는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 숫자를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고 보고받은 대로 국회에 답했다. 국회에서 한 답변이 현장의 증언과 이토록 다르다면, 그 보고를 누가 어떤 근거로 만들었는지부터 밝혀야 마땅하다.

아이가 갑자기 숨졌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일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출동한 이후의 행동에 있었다. 소생실은 아이가 숨진 뒤에도 의료진이 처치를 정리하고 다음 환자를 받을 준비를 하는 공간이다. 이 센터장의 증언대로라면, 그 공간을 사건 현장으로 먼저 다룬 판단이 다른 아이들의 진료를 40분 동안 지연시켰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0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법률이 제한하는 경우 외에는 압수수색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특정 구역에서 집행하지 말라는 요구는 형사소송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은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하도록 정한다. 의료법 제22조와 제23조는 진료기록을 수정하면 수정 전 기록을 함께 보존하고, 전자의무기록의 접속기록을 따로 보관하도록 엄격히 규정한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건에서는 증거 위·변조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의제출 요청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압수수색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강제처분'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법은 이미 수정 전 기록과 접속기록을 남기도록 의료기관에 의무를 지우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있었던 위조 사례를 근거로 이 병원을 먼저 의심한 판단은 명백한 예단이다.

아이의 국적이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국인 부모의 고소로 국내 소아응급 의료진이 흔들리는 상황을 납득할 수 있느냐는 글이 이어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0월 18일 페이스북에 외국인 부부의 신고로 경찰이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썼다. 10월 20일 한 방송사는 우즈베키스탄 부모를 겨냥한 온라인의 거친 표현을 기사 제목에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아이의 국적이 쟁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한국인이었어도 경찰은 같은 신고를 받고 같은 방식으로 센터에 들어왔을 것이다. 이 사태를 촉발한 것은 고소장 한 장이면 진료 중인 응급실에 수사관이 무리하게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아이를 잃은 부모가 신고하고 고소한 일은 국적과 상관없이 정당한 권리다.

국적을 앞세우면 수사 관행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반감으로 변질된다. 그 반감은 결국 한국에서 성실히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웃에게 부당한 낙인으로 돌아간다. 반대로 의료계가 국적 문제를 입에 올리면, 경찰은 의료계의 정당한 지적을 단순한 감정적 반발로 치부할 그릇된 명분을 얻게 된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이번 사건 이후 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2곳 가운데 2~3곳이 센터 지정을 반납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경찰청과 수사 및 압수수색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홍근 경기남부경찰청장 직무대리는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관련 준칙 마련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0월 13일 경찰청에 압수수색 과정에서 진료 차질이 있었는지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부적절한 집행이 확인되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월 27일 종합감사에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만으로는 경찰의 무리한 판단을 온전히 묶어두지 못한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국회에서 '정당한 집행이었다'고 강변한 뒤에 나온 지침이 다음 압수수색을 막으리라고 믿기는 어렵다. 이 사건은 처음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밝혀야 한다.

첫째, 아이가 왜 숨졌는지 의학적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부모는 사망 경위를 알 권리가 있고, 의료진은 최선을 다한 판단의 근거를 설명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그 과정은 경찰 수사가 아닌 진료기록과 독립적인 의학 감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국회는 종합감사에서 압수수색 당일의 출입 기록과 CCTV를 제출받아 17분과 1시간 30분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 낱낱이 확인해야 한다. 경찰청은 사망 당일 소생실 촬영부터 국회 답변의 근거가 된 보고까지 전 과정을 감찰해야 한다. 임의제출 요청을 생략한 채 압수수색을 강행한 지휘 라인과, 현장과 다른 허위 보고를 올린 이들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발을 막는 규정은 모호한 지침이 아니라 법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국회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반드시 임의제출 요청을 선행 거치도록 하고, 진료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집행을 유예하도록 형사소송법이나 응급의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사망 직후 현장을 조사할 때도 진행 중인 처치와 다른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엄격한 절차를 정립해야 한다.

응급실의 시간은 경찰의 책상 위 시계로 재지 않는다. 그 시간은 오직 그 자리에서 치료를 간절히 기다리던 아이들의 생명과 숨소리로 재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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