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5632억원 계약…렌플렉시스 판매망 재편·에티코보 출시 준비
인플릭시맙 경쟁 속 영업력 시험대…가격·공급 안정성 확보 관건
[메디칼타임즈=이한수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테바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미국 면역질환 치료제 사업을 재정비한다. 이미 판매 중인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의 판매망을 바꾸고, 허가 이후 출시를 기다려온 에타너셉트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 기반도 마련한다.

두 제품은 같은 면역질환 분야에 속하지만 시장 상황은 다르다. 인플릭시맙은 오리지널과 여러 바이오시밀러가 경쟁하는 시장에서 판매 확대가 과제다. 반면 에타너셉트는 확보한 허가를 실제 출시와 매출로 연결해야 하는 단계다. 이번 계약은 기존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미출시 제품의 시장 진입을 함께 준비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4일 삼성에피스홀딩스 공시와 양사 발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테바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의 미국 상업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4억2000만달러, 공시 당시 환율 기준 약 5632억원이다. 계약금 최대 7500만달러와 출시 단계별 기술료 최대 7500만달러, 매출 단계별 기술료 최대 2억7000만달러로 구성된다. 제품 출시와 누적 매출 등 조건 달성에 따라 지급되는 금액이 포함돼 있어 전체가 확정 수입은 아니다. 양사는 제품 판매에 따른 이익도 공유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개발과 생산·공급, 인허가 관리를 맡고 테바는 미국 판매를 담당한다. 에티코보의 판매권은 거래 종결 시점에, 인플릭시맙 제품의 판매권은 2027년 3분기에 테바로 이전될 예정이다. 거래 종결은 필요한 규제 승인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계약에서 우선 주목할 부분은 렌플렉시스의 미국 판매 체계 변화다. 렌플렉시스는 기존 파트너인 오가논이 판매해온 제품으로, 테바가 판매를 맡게 되면 이미 형성된 처방 기반을 유지하면서 추가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 인플릭시맙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레미케이드와 함께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화이자가 판매하는 '인플렉트라', 암젠의 '아브솔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 등이 경쟁하고 있다.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보다는 기존 제품 사이에서 처방과 공급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구도다.
경쟁 부담은 기존 판매사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오가논의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렌플렉시스 매출은 6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회사는 미국 내 경쟁 압력과 불리해진 할인 조건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으며, 캐나다 수요 증가가 이를 일부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치는 미국 단독 매출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인식 매출이 아닌 오가논이 집계한 해당 제품 매출이다. 다만 미국에서의 경쟁과 할인 부담이 판매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테바의 판매망이 물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그렇다고 미국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가격 인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달 발간한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보고서는 인플릭시맙 등 일부 성분에서 평균판매가격(ASP)이 유지되거나 회복되는 흐름을 제시했다. 동시에 의료기관의 제품 선택에서 공급 안정성과 지속적인 납품 능력이 가격과 함께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판매권 이전 과정에서도 기존 환자의 치료와 제품 공급을 끊김 없이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생산·공급을 유지하고 테바가 판매를 맡는 구조가 실제 의료현장의 안정적인 제품 공급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에티코보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료에 따르면 에티코보는 2019년 4월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양사는 이번 발표에서도 에티코보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명시했다. 허가 이후 7년 넘게 미국 상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에티코보는 판매 파트너 확보 자체와 실제 출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테바가 거래 종결과 함께 판권을 확보하더라도 곧바로 판매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양사는 미국 판매 개시 시점을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번 계약에서 구체적인 출시일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는 미출시 제품의 판매 준비를 진전시켰다는 의미가 있지만, 실적 기여 시점을 판단하려면 후속 출시 일정과 판매 전략을 확인해야 한다.
테바와의 협력이 단일 품목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양사는 지난해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의 미국 판매 계약을 맺었고, 올해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의 캐나다 판매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어 파센라와 일라리스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을 포함한 초기 개발 단계 후보물질 최대 6종에 대해 글로벌 라이선스·개발·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는 FDA 허가를 확보한 면역질환 치료제 2종이 추가되면서 개발 단계부터 상업화까지 협력 관계가 확대됐다.
테바는 다른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한 경험도 갖고 있다. 셀트리온의 미국 제품 안내에 따르면 테바는 혈액암·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의 미국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이번 계약은 이러한 기존 바이오시밀러 판매 사업에 면역질환 제품을 추가하는 행보다.
결국 이번 계약의 성과는 제품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렌플렉시스는 경쟁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판매권 이전 이후 처방 기반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에티코보는 구체적인 출시 시점을 확정하고 실제 공급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우선 과제로 남는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는 "테바와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미국 내 면역질환 포트폴리오의 판매 기반을 강화하게 됐다"며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 역량과 테바의 미국 유통망을 결합해 기존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유지하고 미국 의료체계에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리처드 프랜시스 테바 최고경영자는 "이번 계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면역질환 포트폴리오에 두 가지 생물학적 치료 선택지를 추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