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 크비엔 명예교수, 임상현장 바이오시밀러 확산 조건 제시
약제 사용 늘어도 지출 비슷…"절감 재정, 혁신 신약 도입으로"
[메디칼타임즈=이한수 기자] 바이오시밀러로 절감한 약제비를 더 많은 환자의 치료와 혁신 신약 도입에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실제로 국가 주도 입찰과 교체 처방 제도를 통해 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해외 선진 사례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아시아·태평양 류마티스학회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토레 크비엔(Tore K. Kvien) 명예교수를 만나 바이오시밀러 도입 이후 달라진 노르웨이의 류마티스질환 치료 환경과 국내 활용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참고로 그는 노르웨이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위한 의료진 교육과 교체 처방 연구에 참여해 왔다.
크비엔 교수는 "20~25년간 사용해 온 약물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 새롭고 혁신적인 치료제에 사용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절감한 비용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체계와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 경쟁력에 비해 실제 사용은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지난 10월 22일 발표한 '바이오시밀러 사용 활성화 방안'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국내 바이오시밀러 평균 시장 침투율은 33.1%로 비교 대상 12개국 중 가장 낮았다. 영국 80.1%, 이탈리아 74.1%, 일본 58.2%와도 차이가 컸다.
크비엔 교수가 소개한 노르웨이에서는 바이오시밀러 도입 이후 약제 사용량과 지출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 사용량이 약 4~5배 늘었지만 전체 지출은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는 "개별 제품 가격은 비공개지만 지출이 비슷한 상태에서 사용량이 4~5배 늘었다면 가격이 약 75~80% 낮아진 효과를 추정할 수 있다"며 "그만큼 더 많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한 것은 국가 단위 입찰이다. 노르웨이는 해당 생물학적 제제의 비용을 병원 의료체계가 부담하고, 병원 조달기관이 매년 제약사로부터 가격을 제안받는다. 효과와 안전성을 전제로 더 저렴한 약제를 선택하도록 구매와 처방을 연결한 구조다.
오리지널도 가격 경쟁에 참여한다. 크비엔 교수는 바이오시밀러가 있는 성분의 경우 노르웨이 류마티스질환 분야에서 오리지널 점유율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오리지널 기업이 가격을 낮춰 입찰에서 선정된 해에는 환자들이 다시 오리지널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도 운영한다. 인플릭시맙과 아달리무맙 등 일부 약제는 국가를 두 지역으로 나눠 서로 다른 바이오시밀러를 권고하고 있다.
다만 입찰에서 가격이 낮아졌다고 처방 전환에 대한 우려까지 곧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오리지널로 질환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던 환자의 약제를 바꾸는 문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했다.
크비엔 교수는 "노르웨이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새로운 치료를 시작하거나 의학적인 이유로 치료를 변경할 때 비용이 가장 낮은 약제를 우선하자는 데 이견이 크지 않다"며 "더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오리지널로 안정적으로 치료받던 환자를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해도 되는지였다"고 말했다.
교체 처방의 근거로는 노르웨이 정부 지원으로 진행돼 2017년 란셋에 발표된 NOR-SWITCH 연구를 제시했다. 오리지널 인플릭시맙을 유지하는 경우와 해당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는 경우를 비교한 연구로, 전체 연구집단에서 전환 전략의 비열등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입찰 결과에 따라 동일 성분의 바이오시밀러 간 전환도 이뤄진다.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에서 다른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로 바꾸는 방식이다. 크비엔 교수는 이 같은 전환을 효과 부족이나 이상반응 등으로 다른 성분의 생물학적 제제를 선택하는 치료 변경과 구분했다.
임상 근거를 실제 처방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의료진과 환자의 이해가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그가 참여한 위원회는 2014년 첫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바이오시밀러가 도입되기 수년 전부터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핵심 메시지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보다 더 좋거나 나쁜 약이 아니라, 더 저렴해야 하는 약이라는 것이었다"며 "노르웨이에서도 10여 년 전에는 환자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교육과 환자단체 협력, 임상시험과 실제 진료자료를 통해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환자의 의견은 약제 선택 과정에도 반영된다. 노르웨이 병원조달기관의 전문가 그룹에는 환자단체 대표가 참여한다. 질환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과 권고를 마련할 때 환자의 목소리를 포함해야 한다는 원칙에서다.
크비엔 교수는 이러한 교육과 소통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개발 기업이 기여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기업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를 위한 교육을 지원하고 환자단체와 협력할 수 있다"며 "효과와 안전성 측면의 이점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알리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활동 방식은 각국 의료체계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처방의가 제약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국가에서는 기업의 교육 활동이 중요할 수 있다. 반면 의료체계가 교육을 제공하고 입찰이 처방을 이끄는 노르웨이에서는 개별 처방의보다 조달기관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생산을 선도해 온 국가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류마티스질환과 항암치료 분야에서 오리지널 특허 만료 이후 더 저렴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국내 과제는 이 같은 개발 성과를 실제 사용 확대로 연결하는 데 있다. 앞서 한국바이오협회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약가가 오리지널 대비 평균 80% 수준인데도 사용을 장려할 정책적 지원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가격 인하와 함께 의료진과 환자가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할 경제적·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크비엔 교수는 한국의 구체적인 약제비 재정구조에 대해서는 평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치료 기회를 넓히려면 경쟁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체 처방의 근거를 국가마다 처음부터 다시 확보할 필요는 없다고도 봤다. 이미 축적된 임상 3상과 연장연구, 덴마크 DANBIO 등 환자 등록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경쟁을 촉진하고 약제비를 낮출 수 있도록 제도를 가능한 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바이오시밀러 사용으로 절감한 비용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의료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