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홍 위원장, 11월 회의 끝으로 4년간 암질심 임기 마무리
"대형 제약사와 협상 위해선 해외 선진국 정보공유 필요"
타그리소(오시머티닙),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에 최근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까지.
이 같은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가 신약이 국내 건강보험 적용 혹은 급여확대 논의가 이슈가 되면서 이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 판단기구인 '암(중증)질환심의위원회'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져 있다.
일각에서는 항암제 중심 고가 신약 급여 논의가 기대보다 늦춰질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불통'이라고 까지 비판하며 이슈가 될 때 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도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신약의 가치 및 환자 혜택,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급여 적용 결정을 내리는 데에 집중했다.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이끌었던 김열홍 위원장(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으로써의 지난 4년을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항암제 급여 논의 참여 12년, 누군가 해야 할 역할"
김열홍 위원장은 심평원 암질심 이전 논의기구인 '항암제 위원회'를 운영할 때부터 고가 항암제 신약들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논의에 '전문가'로서 지난 12년 동안 참여해왔다.
이후 2017년부터는 암질심 위원장으로서 항암제 등 신약들의 급여 적용에 있어 방향키 역할을 책임져 왔다.
특히 2019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8기 암질심에서는 조직 내에 '재정분석 전문가'를 포함시키면서 조직의 큰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제약업계를 중심으로는 급여기준 논의 기구에 재정분석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존재했지만 김 위원장은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고가 신약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상황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 과정 속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제약사들의 접촉을 극히 꺼리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항암제의 경우 다른 약제보다 고가인 데다 전문가 판단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며 "약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국가 전체 보험재정을 관할하는 입장에서 외로운 싸움이다. 누군가는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해줘야 하는데 암질심의 그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들에게 급여 적용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기에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보험 재정 영향 판단과 함께 최대 치료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암질심 위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 이 때문에 모든 회의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공통적으로 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암질심 운영 과정 속에서 김 위원장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혹여나 신약들의 급여 논의가 기대보다 늦어질 경우 제약업계 안팎으로 소통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만 했다.
동시에 급여 적용 논의가 제약사 이익에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오해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급여 적용은 제약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제약사의 만남을 그동안 극히 꺼렸고 만난다면 입회자를 둔 상태로 만났다"면서 "오해도 받은 적도 있다. 병원 외래로 학회 관련해서 제약사가 찾아와 만났는데 갑자기 암질심 안건에 오른 약제 관련 내용을 슬쩍 꺼내는 관계자들도 존재할 정도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당시 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심평원에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제약사가 거짓말을 한 경우도 있어 법적 대응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급여 적용, 제약사 지원 프로그램 많아져야"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지난 12년 정부의 항암제 급여 논의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무엇일까.
지난 몇 년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고가 항암제일 것 같았지만, 예상에서 벗어나 '제네릭' 중심의 의약품이었다고 김 위원장을 답했다.
그는 "막상 기억에 남는 사례를 떠올린 다면 제네릭과 연관된 약물"이라며 다발성 골수종 유지요법과 관련된 약제인데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맞았지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리지널 약물과 제네릭 4개가 있었는데 당시 국내 제약사 제네릭만 오리지널 대비 60% 약값이 저렴해서 제네릭만 통과시키려 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말렸다"며 "형평성 문제가 있어 국제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제약사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조건에 충족하고도 급여를 적용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환자들이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급여적용 말고도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임상시험이다.
김 위원장은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시험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일각에서 신약 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결국 돈은 제약사들이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급여 적용 논의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나라들마다 급여적용 현황 공유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급여적용 현황을 공유하면 글로벌 제약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해외 선진국과 정부가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암질심을 이끌며 거둔 가장 큰 성과로 항암제 1군, 2군 정비사업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 년동안 계속 항암제를 1군, 2군으로 나눠 운영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판단이라 이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며 "고형암 등 순차적으로 해외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식약처의 허가외라도 권장요법이라면 포함시켜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을 접하고 싶은 환자와 이를 처방하는 의사, 약을 팔고 싶어 하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형을 잡기란 어려운 위치"라면서도 "현재까지도 암질심 위원들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정하게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균형된 감각을 갖고 위원들이 활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같은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가 신약이 국내 건강보험 적용 혹은 급여확대 논의가 이슈가 되면서 이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 판단기구인 '암(중증)질환심의위원회'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커져 있다.
일각에서는 항암제 중심 고가 신약 급여 논의가 기대보다 늦춰질 경우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불통'이라고 까지 비판하며 이슈가 될 때 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도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신약의 가치 및 환자 혜택, 그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면서 급여 적용 결정을 내리는 데에 집중했다.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 이끌었던 김열홍 위원장(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최근 만난 자리에서 위원장으로써의 지난 4년을 '외로운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항암제 급여 논의 참여 12년, 누군가 해야 할 역할"
김열홍 위원장은 심평원 암질심 이전 논의기구인 '항암제 위원회'를 운영할 때부터 고가 항암제 신약들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논의에 '전문가'로서 지난 12년 동안 참여해왔다.
이후 2017년부터는 암질심 위원장으로서 항암제 등 신약들의 급여 적용에 있어 방향키 역할을 책임져 왔다.
특히 2019년 12월부터 운영 중인 8기 암질심에서는 조직 내에 '재정분석 전문가'를 포함시키면서 조직의 큰 변화를 이끈 장본인이다.
제약업계를 중심으로는 급여기준 논의 기구에 재정분석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존재했지만 김 위원장은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고가 신약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상황 속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 과정 속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제약사들의 접촉을 극히 꺼리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집중했다.
김 위원장은 "누군가는 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항암제의 경우 다른 약제보다 고가인 데다 전문가 판단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며 "약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상황에서 국가 전체 보험재정을 관할하는 입장에서 외로운 싸움이다. 누군가는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판단을 해줘야 하는데 암질심의 그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들에게 급여 적용은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이기에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보험 재정 영향 판단과 함께 최대 치료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암질심 위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했다. 이 때문에 모든 회의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공통적으로 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암질심 운영 과정 속에서 김 위원장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혹여나 신약들의 급여 논의가 기대보다 늦어질 경우 제약업계 안팎으로 소통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만 했다.
동시에 급여 적용 논의가 제약사 이익에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오해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급여 적용은 제약사의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 제약사의 만남을 그동안 극히 꺼렸고 만난다면 입회자를 둔 상태로 만났다"면서 "오해도 받은 적도 있다. 병원 외래로 학회 관련해서 제약사가 찾아와 만났는데 갑자기 암질심 안건에 오른 약제 관련 내용을 슬쩍 꺼내는 관계자들도 존재할 정도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당시 보지도 않고 돌려보냈는데 나중에 심평원에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제약사가 거짓말을 한 경우도 있어 법적 대응을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급여 적용, 제약사 지원 프로그램 많아져야"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지난 12년 정부의 항암제 급여 논의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무엇일까.
지난 몇 년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고가 항암제일 것 같았지만, 예상에서 벗어나 '제네릭' 중심의 의약품이었다고 김 위원장을 답했다.
그는 "막상 기억에 남는 사례를 떠올린 다면 제네릭과 연관된 약물"이라며 다발성 골수종 유지요법과 관련된 약제인데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맞았지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리지널 약물과 제네릭 4개가 있었는데 당시 국내 제약사 제네릭만 오리지널 대비 60% 약값이 저렴해서 제네릭만 통과시키려 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이 말렸다"며 "형평성 문제가 있어 국제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제약사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조건에 충족하고도 급여를 적용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환자들이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급여적용 말고도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임상시험이다.
김 위원장은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시험이 더 많아져야 한다.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환자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일각에서 신약 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결국 돈은 제약사들이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급여 적용 논의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나라들마다 급여적용 현황 공유가 어렵다는 것"이라며 "급여적용 현황을 공유하면 글로벌 제약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해외 선진국과 정부가 협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동안 암질심을 이끌며 거둔 가장 큰 성과로 항암제 1군, 2군 정비사업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몇 년동안 계속 항암제를 1군, 2군으로 나눠 운영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판단이라 이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며 "고형암 등 순차적으로 해외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식약처의 허가외라도 권장요법이라면 포함시켜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을 접하고 싶은 환자와 이를 처방하는 의사, 약을 팔고 싶어 하는 제약사들 사이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균형을 잡기란 어려운 위치"라면서도 "현재까지도 암질심 위원들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정하게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균형된 감각을 갖고 위원들이 활동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