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자극학회, 체계적 문헌 검토 방식으로 가이드라인 제시
자극 기간·강도 증가, 효과와 비례하지 않아…"프로토콜 따라야"
유럽 전문가 패널이 우울증 관련 경두개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 사용 지침을 마련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관련 사용 지침이 등장했다.
국내에서 tDCS 기기 사용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유럽에선 CE 인증을 통해 우울증, 뇌졸중, 중독, 편두통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아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지침이 임상 저변 확대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뇌자극학회는 우울증 치료에 약물적인 요법대신 전기자극 활용하는 tDCS 사용 지침을 마련하고 28일 이를 공개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 및 대한정신약물학회에서 공동 발간한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는 tDCS를 보완적이나 혹은 새로운 치료법으로 인식해 2021년도 개정판 2차 치료전략 부분에 tDCS를 새로 포함시킨 바 있다.
tDCS는 두피에 놓인 두 개 이상의 전극을 통해 약한 직류 전기를 두피에 적용하는 경두개전기자극 기법 중 하나다. tDCS에 의해 유도되는 신경 조절 효과는 신경계에서 유도된 전기장에 따라 달라지며 자극 장치에 연결된 둘 이상의 전극에 의해 유도된다.
뇌자극학회는 "우울증의 tDCS 사용 관련 유럽 전문가 패널 지침은 2014년 중반까지 유효한 증거를 수집해 2017년 발간됐으며 2021년도에 두번째 지침이 나왔다"며 "유럽 전문가 패널은 tDCS에 주로 적용되는 9가지 카테고리 중 아급성 뇌졸중 및 주요 우울장애 두 가지 질환을 확실한 효과를 의미하는 레벨A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수준의 효과와 결과의 편차 위험성이 적은 질환은 주요 우울장애가 유일한데, 그만큼 주요 우울장애는 현재 tDCS를 적용 시 가장 효과적이고 보편적이며 신뢰성 있는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일부 tDCS 재택 의료기기는 비급여 보험수가에 따른 처방이 2022년부터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대한뇌자극학회는 주요 우울장애를 대상으로 tDCS 치료의 체계적 문헌 검토를 통해 지침을 완성했다.
체계적 문헌 검토를 통해 기존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18개의 문헌 외에 추가적으로 6개의 국내외 문헌을 추가해 총 24개의 문헌을 기초로 했다. 모든 연구는 최소 5회 이상의 tDCS 세션을 진행했는데, 학회는 체계적 문헌 검토 결과 tDCS 적용 시 우울증 개선 효과에 대한 근거 수준을 레벨A로 제시했다.
기존 선행연구에서 확립된 tDCS 프로토콜을 준수하고 사용자 교육 및 인증된 장비를 사용할 경우 수 천번의 세션이 적용된 임상시험에서도 피부 손상은 발생되지 않았다. 따라서 검증된 기기를 토대로 확립된 tDCS 프로토콜 준수가 임상적 효과 및 안전한 치료에 핵심이라는 것이 학회 측 판단.
권장되는 임상 적용 필수 사항으로는 의료진의 교육 및 훈련이 설정됐다. 학회는 "의료진은 tDCS의 이론적 배경, 특정 집단에서 tDCS 사용의 원리 및 근거, 적용강도 및 표적, 자극 프로토콜 결정, 피험자 선택, tDCS 전달과 관련한 안전 증거 및 안전 예방 조치, 전극 준비와 배치, tDCS 장치 준비 및 작동, 부작용 기록 및 보고를 포함한 결과 모니터링 기록을 준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tDCS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전 기능을 갖춘 원격 설정으로 변형되고 있어 재택 처방에 따른 의료기기 사용 절차로는 의료진이 의료기기 적용을 위해 환자에게 기기 사용법과 보관법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고 '기기 자가적용 적절성 평가지' 등을 통해 환자 스스로 안전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제시했다.
학회는 전극 배치 선택 및 준비 과정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전극을 머리의 어떤 위치에 배치하는지도 tDCS의 효과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다. 선행 연구에서 tDCS의 예측된 전류 흐름을 컴퓨터 모델링하는 연구들에서 전극의 상대적 위치가 뇌로 전달되는 전류의 양과 위치에 상당한 차이를 가져왔다. 또 전체 뇌의 자극에서 뇌의 특정 영역을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극 위치의 5% 이동만으로도 뇌 전체의 자극 강도를 크게 변경할 수 있는데 머리의 크기와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전극 위치의 공통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학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10-20(또는 10-5) 전극 배치 체계 또는 다른 전체 해부학적 좌표계 사용 ▲신경 항법 시스템 ▲생리학 기반 배치를 제시했다.
현재 생리학 기반 배치는 운동 및 기타 1차 피질(감각)에 대해서만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이용해 각 전극을 다양한 머리 모양이나 크리게 따라 해부학적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
자극 프로토콜 선택에서 중요한 점은 자극 기간 또는 강도의 증가가 반드시 효과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회는 "뇌 전기 자극은 광범위한 뇌 영역 및 신체적, 생리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자극 기간 또는 강도의 증가가 반드시 상대적인 지속효과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으며, 자극 효과를 오히려 반전시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특정 자극 프로토콜에 대한 참조 연구가 없는 경우 적정한 자극 매개 변수의 설정이 권장된다.
주요 우울장애에 대한 체계적 문헌 검토 결과 24개의 논문이 도출됐으며 여기에 사용된 자극 프로토콜은 자극밀도(0.286~1.019 A/m2), 자극시간(20~30분), 자극 세션(1~42회), 자극 기간(1~6주)을 적용하고 있다.
9개의 연구에선 자극 밀도 0.571~1.019 A/m2, 자극시간 30분, 자극 세션 10~42회, 자극 기간 2~6주의 프로토콜을 적용했다.
학회는 "재택에 적용된 사례들은 가장 높은 밀도 1.019와 30~42의 많은 세션이 제공됐지만 모두 긍정적인 우울증상 개선을 나타냈다"며 "또 가장 높은 관해율(62.8%)을 보였는데 임상시험 기간 동안 의료기기와 관련된 중대 이상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제시했다.
안전에 대한 고려사항으로는 내성과 안전성이 거론된다. tDCS 자극에 있어 내성은 구조적 또는 기능적 손상을 유발하지 않는 불편하고 의도하지 않은 영향들의 존재 여부를, 안전성은 손상의 영향을 의미한다.
학회는 "현재 사용되는 일반적인 프로토콜에서 가장 자주 보고되는 영향들은 전극 아래의 따끔거림과 가려움, 두통 및 피로감으로 대부분 우수한 내성을 보인다"며 "갑작스런 전류 발생 또는 전류 차가 발생할 때 유발되는 안내섬광의 감각은 전류 강도를 증가시킴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전극 아래 홍반은 tDCS로 인한 혈관 확장에 의해 발생하므로 안전 문제는 아니다. 또 tDCS 사용에 따른 발작 유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는 없다.
두피에 직접 전류 노출 시 우려되는 전자파 문제와 관련, 학회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대비 훨씬 안전한 편"이라며 "전류 노출로 인한 위험도는 전자파 흡수율 값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의 평균 이용시간 3시간 동안 노출되는 전자파량이 4.8Wh/kg이지만 tDCS는 30분동안 0.001Wh/kg으로 훨씬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외 소아 대상 고려사항으로 학회는 "작은 머리 크기를 가진 소아에서 평균 뇌 전류 밀도가 증가됨을 예측할 수 있다"며 "tDCS는 뇌성마비, 뇌졸중, 뇌염, 간질, 조현병 등 다양한 소아에 적용됐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소아에는 1mA 미만으로 감소된 전류 강도를 적용하지만 심각한 부작용 없이 2mA까지 적용하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2013년과 2015년 6월까지 발표된 8건의 tDCS 연구에서 뇌성마비가 있는 아동 176명에게 적용했을 때 심각한 부작용 발생 보고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학회는 뇌졸중 환자 대상 고려사항으로 "현재까지 뇌줄중 대상에서 tDCS를 적용한 결과로 행동 수행이나 기분의 지속적인 감소는 문헌으로 발표되지 않았다"며 "다만 tDCS에 의해 부정적 행동 또는 기분 변화가 유발, 악화됐는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방법에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