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올겨울 코로나19에 독감이 더해진 트윈데믹이 예상되면서 의료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방역에 미온한 모습을 보이면서 현장 의료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 방역정책이 대거 축소된 것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장은 오미크론 이후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재확산 조짐에 대한 복지부 대책을 묻자 대답을 회피했다는 설명이다.
재택치료에 참여했던 한 개원의 역시, 재택치료가 종료될 당시 보건소에 야간에 고위험군 확진자를 관리할 대책이 있느냐 물었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못받았다.
응급실에서도 대유행 당시 심화했던 과밀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재확산세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투입되는 예산 역시 줄어들고 있다. 앞서 정부는 방역현장에 파견되는 간호인력에게 월 10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했지만 최근 이를 절반인 500만 원으로 줄였다. 비슷한 시기 RAT에 적용됐던 감염예방관리료 역시 사라졌다.
내년도 복지부 예산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복지부 예산이 108조9918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중 사회복지분야는 92조 원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지만, 보건분야는 17조 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현장 의료진들은 지난 정부가 코로나19에 너무 많은 예산을 소진해 이번 정부가 방역에 힘을 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분한 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급하게 의료인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기존 코로나19에 필요 이상의 공포심이 형성돼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엔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방역에 무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이는 현장 의료진 사기와도 직결된다.
또 의료계 판단처럼 지난 정부의 과도한 예산집행이 미흡한 대비로 인한 것이었다면 적어도 5~6월 완화세 당시 기존 문제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본다.
당장 트윈데믹이 예상되고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미래에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정부가 다 끝났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의료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된다. 다음 감염병 유행 땐 지난 대유행 당시 발생한 혼란이 재발하지 않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