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오는 27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검증 과정에서 위장전입·세대분리 등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핵심은 경제관료에게 보건과 복지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복지부 장관이 적합한 가에 대한 우려다.
특히 보건정책은 하나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되는 게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하나를 개선하려고 정책을 추진했는데 두가지 이상의 부작용이 터져버리는 민감하고도 중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단순히 국민의 불편을 넘어 생명과 직결될 수도 있는 사안인만큼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난 10년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선 여전히 회자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명, 응당법이 있었다. 응급환자가 내원했을 때 호출을 하지 않거나 받지 않았을 때 법적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를 추진했던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강행했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한 지방 중소병원들이 응급실을 줄줄이 폐쇄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결국 당시 복지부 장관이 공개사과하고 수차례 땜질식 후속 대책을 제시하면서 수습했지만 응당법은 누더기가 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정책이 돼버렸다.
당시 의료계는 복지부가 추진한 정책 하나로 대혼란을 겪었고 응급환자는 집 근처 응급실이 사라지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여파는 수년 간 이어졌다. 그만큼 의료정책은 비전문가가 와서 휘두를 수 있는 칼자루가 아니다.
또 재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되는 영역이다. 복지와 더불어 의료는 전통적으로 공공적인 성격을 띄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선 지금은 더욱 공공성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맞다. 이런 가운데 경제관료 출신의 복지부 장관은 의아할 수 밖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회 및 의료계에 제1차관에 또 기재부 출신 관료가 온다는 소문은 더욱 우려스럽다. 만약 현실화 될 경우 이는 곧 대통령실이 복지부에 보내는 '예산 절감' 시그널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공무원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까.
경제관료 출신 후보자가 보건복지정책에 전문성을 내세울 수 있는지, 지난 4개월간의 제1차관 경력으로 장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음주 조규홍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후보자의 보건복지정책 비전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