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명 의료경제팀 기자
요즈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는 23년 역사상 처음인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관장 및 주요 임원 인사의 취임식 및 이임식 과정이다. 임기가 한 달 넘게 남은 직전 원장 이임식이 예정됐던 당일 돌연 취소됐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나가는 사람보다 들어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윗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일찌감치 내정된 채로 하마평만 무성하던 임원 취임식도 이례적이었다. 임원의 첫 출근과 취임식 사실을 그가 첫 출근 당일에서야 전 직원이 인지할 수 있었다. 취임식 공지도 바로 전날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나왔으며 직원들은 부랴부랴 행사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해당 임원은 이미 심평원 감사에 지원했다 자격조건에 미치지 못해 낙마했다는 이야기도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이례적인 사건이다.
임원 임명 및 이취임식을 가진 내부 직원들은 모두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 만큼 "조직력이 약해졌다"는 불안감도 있는게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병원장 출신인 외과의사 강중구 원장을 중심으로 한 배가 새롭게 출발했지만 심평원 직원들이 처음 겪는 일이 또 있다. 심평원 2인자 자리인 기획이사로 대한한의사협회 임원을 지냈던 한의사가 임명되면서 의사와 한의사가 하나의 목표를 함께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의사와 한의사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현안이 수두룩해 대립 위치에 있는 직역이다. 특히 심평원 업무 자체가 의료계, 한의계 현안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업적 이해도에서 의견이 개입될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이 더 나오고 있다 사실 의사와 한의사는 원장과 기획이사의 직업일 뿐 이들의 출신이 심평원의 방향성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양급여비 심사 및 적정성 평가 업무를 하는 심평원의 내외부 정책에 대해 공통된 목표를 갖고 원장과 기획이사라는 직책으로 일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의사와 한의사라는 직업적 이해관계가 개입할 일도 없어야 하는 게 맞다.
어느 때보다 이례적인 상황을 맞는 조직 속에서 새 출발을 시작한 심평원 리더들에게는 배나무 아래서 갓끈을 만지지 말라는 옛 속담처럼, 우려의 시선이 쏠려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게 필요해 보인다. '윗선에 휘둘리고 있다'는 내부의 불안 섞인 시선도 잘 다스려 보다 풍파에 흔들리지 않을 탄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리더십도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