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변경신고 누락시 급여청구는 위법일까?

한성준 변호사
발행날짜: 2023-04-17 05:00:00 수정: 2023-04-24 11:53:56

물리치료실 확장 후 의료기관 변경신고 누락시 요양급여비용 청구는 위법일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도 외래환자 진료통계에 따르면 연간 진료 건수가 가장 많은 질병으로 물리치료가 5,010만 건이었다. 필자도 최근 어깨통증으로 동네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예상 외로 대기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때 기다리면서 ‘병원에서 물리치료실 좀 확장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병·의원에서 물리치료 환자의 대기시간 단축 및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물리치료실을 확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지자체 보건소에 요양기관 변경 신고를 제때 하면 별일 없지만, 만약 변경 신고를 미처 못했을 때 물리치료비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을까? 아래 A 의원의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례로 받을 수 있다가 답이다.

A 의원은 의료기관으로 개설, 신고하여 요양기관이 된 후 10년이 지나 동일 건물 내 5층에 물리치료실을 확장·운영하면서 16개월 동안 물리치료비 3천여 만을 요양급여비용으로 건보공단에 청구하였고, 그제서야 지자체 보건소에 요양기관 변경신고를 하였다.

A 의원은 당해 지차체로부터 변경미신고 물리치료실 운영을 이유로 40 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의료법 제33조 5항 변경신고, 의료법 92조 변경 신고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보건복지부는 A 의원에 대하여 현지조사를 실시하여 ‘요양기관 외 진료’로 보고 건보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30일간 업무정지를 처분하였다. 이에 A 의원은 보건복지부장관의 위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의료법상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의료시설에서 실시한 진료가 ‘요양기관 외 진료’(의료법 90조)에 해당하는가? 둘째, 변경신고를 하지 않은 시설에서 진료를 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이 건보법 상 ‘속임수나 그밖에 부당한 방법’(건보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의한 것인가?

소송 결과 1심 판결에서는 A 의원이 패소하였는데, 1심은 A의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 신고하지 않은 의료기관(물리치료실)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한 것으로 보고, ‘요양급여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실시한다’는 규정(건보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요양기관 외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업무정지를 정당한 처분으로 보았다.

하지만 2심과 3심에서는 1심과 반대의 결과로 업무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아 A 의원이 승소하였다. 2심의 판결 요지는 ‘건보법은 의료법과는 입법의 목적과 규율 대상이 다르므로, 의료법을 위반하여 요양급여를 제공한 것이 건보법에서 부당이득징수 대상으로 정한 ‘속임수 기타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각각의 입법 목적을 고려하고, 의료법상 제재 외에 건보법상 부당이득징수까지 하여야 할 필요성의 유무와 정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심은 구체적으로, △A 의원이 물리치료실에서 실시한 요양급여가 관련 요양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의료법 등에서 요구하는 인력·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없고, △A 의원이 운영하던 물리치료실은 이미 개설 신고한 의료기관과 같은 건물 내에 있고 확장된 면적이 비교적 적어서 동일성을 유지한 의료기관의 일부로서 요양기관에 속하며, 다만 변경신고라는 행정절차만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고, △의료법이 변경신고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는 점을 고려하면, 건보법상 부당이득징수의 대상으로 보아 제재하여야 할 정도의 공익상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A 의원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였다. 3심은 2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이를 유지하였다.

결론적으로 물리치료실을 확장하고 이를 변경신고 하지 않은 것은 의료법상 과태료 대상은 될지라도 건보법상 부당이득 징수의 대상은 아니다. 다만, 이 판례는 의료법 등에서 요구하는 인력·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거나, 건보법 상 요양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것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끝으로 이 판례를 검토하면서 왜 요양기관 변경신고를 16개월 후 하였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로 의료법에는 법이 요구하는 인력·시설 및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아니한 ’의료기관 외 진료‘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의료법 제90조), ’변경신고 만을 하지 않았을 때‘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의료법 제92조 제3항) 규정이 있다. 건보법에 따르면 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 대상 여부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고(건보법 제47조의4), 부건복지부장관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부당이득을 징수할 수 있으며(건보법 제57조), 업무정지(건보법 제98조) 및 과징금 부과(건보법 제99조)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붙임:관련법령)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료기관 외 진료금지), 제3항(개설 신고), 제5항(변경신고)

의료법 시행규칙 제26조(의료기관 개설 신고사항의 변경신고)

의료법 제90조(벌칙: 의료기관 외 진료 및 개설 미신고)

의료법 제92조(과태료: 변경 신고 미이행)

건보법 제98조(업무정지)

(대상 판례)

1심 서울행정법원 2020. 5. 14. 선고 2019구합67449 판결

2심 서울고등법원 2020. 12. 3. 선고 2020누42462 판결

3심 대법원 2021. 4. 1. 선고 2020두5738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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