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기자
곳곳에 혐오표현이 만연해있다. 현 상황을 대혐오시대, 혐오전성시대라고 표현할 정도다. 이는 의료계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의사와 한의사가 서로를 비하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 의대정원으로 불거진 의·한갈등만 해도 그렇다. 의사와 한의사가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양방사, 한방사라는 비하성 발언까지 사용된 것은 새롭다.
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은 양의사 명칭 논란이다. 언론·방송 등에서 의사와 한의사를 구분하기 위해 양의사라는 표현이 종종 사용됐는데, 한의계가 의사의 하위개념으로 양의사와 한의사를 구분하자고 주장하면서 의사들이 반발한 것.
이후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서로의 감정이 상했고 한방과 양방이 비하성 의미를 띄게 됐다.
이제 서로를 양방사, 한방사라고 부르자는 지경에 이르렀고, 양측은 각각의 표현이 국어사전에 명기돼 있다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갈등의 시발점이 어디인지는 양측의 입장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갈등 양상은 누가 시작했는지 상관없이, 모두에게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와 한의사 간의 영역 문제인데, 용어 같은 부차적인 요소에 골몰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다툼은 전문가 집단이 가지는 사회적 인식과도 거리가 있다.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양측의 목적이 국민을 설득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사용된 상대방의 비하 표현에 대항 표현을 사용하던 것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
종합해보면 의사들은 한의계가 과학적 근거 없이 의료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입장이고, 한의계는 이는 의사들의 특권의식이며 한의사도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 중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보다 우호적인 태도를 가진 쪽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정치인인 벤자민 프랭클린 역시 본인의 저서 '인간관계론'에서 공감과 존중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말투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같은 물도 컵에 담겨있는지, 대야에 담겨있는 지에 따라 인식이 달라진다. 의사들의 주장이 특권의식이 아닌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한의사들의 주장이 월권이 아닌 정당한 요구로 보일 수 있는 태도 변화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