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복귀 전공의 있겠지만 일부에 그칠 것" 전망
일각선 갈라치기 정책 행보 지적…수도권 쏠림 우려도
"중대한 발표를 하는 줄 알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사직 전공의 지원을 허용해 혼란이 우려된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8일 미복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오는 15일까지 수리하고 '수련특례'를 통해 9월 전공의 지원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미복귀 전공의 관련 최후의 대책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시큰둥하고 일선 수련 담당 교수들은 오히려 의료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지부가 8일 발표한 사직 전공의 대책은 크게 3가지 트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번째, 정부가 생각하는 최상의 조건은 지금 당장 복귀하는 방법으로 이 경우 행정처분을 물론 수련기간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없다.
다음으로 7월 15일 기점으로 사직서를 수리하고 올해 9월 후반기 전공의 모집 기간에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기존 법 규정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는 1년간 수련 제한을 두지만 이를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9월 전공의 모집 기간에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
이 경우에는 당장 복귀하는 전공의 대비 6개월의 수련기간 차이는 있겠지만 복지부가 전문의 시험 등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수련기간 누수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년 2월 복귀하는 경우다. 정부가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6월로 잡고 있는 한 원칙대로라면 내년 가을부터 수련을 시작할 수 있지만 내년 초까지도 기회를 열어두고 행정처분 패널티도 없앴다. 정부 입장에선 전공의들에게 의료현장으로 돌아만 와달라고 SOS를 친 셈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지방의 한 전공의는 "9월 전공의 모집에 수련특례를 적용한 것은 정부가 그동안 고수했던 지방·필수의료 활성화를 역행한 것"이라며 "비수도권 전공의와 수도권 전공의를 갈라치기 하는 행보"라고 날을 세웠다. 정책 취지에도 부적절하고 전공의 내부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일선 전공의들의 지적이다.
또 다른 전공의는 "일부 복귀는 있겠지만 생각보다 동료 전공의들이 이번 정부 정책에 반감이 거세다"라며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했다.
또한 9월 전공의 모집 기간에 사직 전공의까지 허용하는 '수련특례'를 두고 대한의학회가 즉각 우려를 제기했다.
국립대병원 한 교수는 "의료현장은 준비가 안 됐는데 정부가 발표만 하면 되는 건가"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역 의료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하던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전공의 정원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정책을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지방의 한 내과 교수는 "복지부 발표 이후 병원별, 지역별, 과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비율이 클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라면서 "전공의가 복귀하더라도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