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은 왜 청년 의사에게만 가혹한가

서울시의사회 임현선 부회장
발행날짜: 2026-06-10 05:30:00
  •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면허취소법 대응 TF위원장 임현선

서울특별시의사회 임현선 부회장

최근 대한민국 청년들은 깊은 무력감과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노력만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일부 특권층의 입시 비리와 불공정 논란,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 상승, 갈수록 좁아지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청년들에게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 충분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있다.

청년 세대가 공정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누구보다 공정한 경쟁을 믿으며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이 모두에게 적용되고, 노력한 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 약속이 흔들릴 때 청년들의 실망은 냉소로, 냉소는 결국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최근 의료계 젊은 의사들이 느끼는 좌절감 역시 이러한 공정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의사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자격이 아니다. 수년간의 학업과 국가시험, 그리고 혹독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공의들은 청춘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며 밤샘 근무와 과중한 책임을 감내한다. 개인의 희생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그런데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범죄까지 폭넓게 면허 제한 사유로 포함하면서 과잉규제 논란을 낳고 있다. 살인이나 성범죄, 중대한 윤리 위반과 같은 범죄에 대해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직역인 만큼 높은 윤리적 기준이 요구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직무와 무관한 사안까지 일률적으로 전문직 자격 박탈과 연결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 보호라는 입법 목적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수단 또한 비례성과 형평성을 갖추어야 한다. 의료행위와 관련된 잘못에 대한 책임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과실에 대한 책임은 구분되어야 하며, 전문직 자격 규제 역시 그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제도가 젊은 의사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의료분쟁 위험, 막중한 법적 책임으로 인해 젊은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업적 위험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과도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필수의료를 선택하려는 젊은 의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정 갈등 이후 의료 현장을 떠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필수의료를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린다.

결국 그 피해는 의사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응급실과 수술실, 분만실을 찾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필수의료의 붕괴는 특정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다.

법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법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공정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고, 처벌과 제재는 행위의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 국민 안전이라는 명분 아래 과도한 규제가 정당화된다면, 그 부작용 또한 결국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오늘날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특권이 아니다. 자신들이 흘린 땀과 노력의 가치를 인정받고,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사회다. 의료계의 젊은 의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예외적 특혜가 아니라 상식과 형평성, 그리고 예측 가능한 법치주의다.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 필수의료를 담당할 인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현장에 남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의 목적과 효과를 다시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공정은 특정 집단에 대한 엄벌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원칙이 적용될 때 비로소 공정은 신뢰를 얻는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다시 고민해야 할 것은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공정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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