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k) 허가 확산에 인공지능 기기 폭증세…경쟁력 잃어
사후 관리 등 규제 방안도 변화…국내 제도도 무게추 이동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의료 인공지능(AI) 기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허가 경쟁'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패스트 트랙인 510(k)의 확산으로 1년에 수백개씩 기기가 쏟아져 나오면서 FDA 허가만으로 경쟁력을 갖던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 국가들은 사용량 연계 분석 등 사후 관리 강화로 규제 방향을 변경하는 모습이다.

17일 FDA 인공지능 의료기기 목록에 따르면 2025년을 기준으로 누적 승인 건수가 1451건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한 해에만 총 295개 제품이 FDA 승인을 받은 것으로 2023년 221건, 2024년 253건에 이어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바로 속도다. 1995년 FDA가 AI 의료기기 승인을 시작한 이후 20여 년 동안 승인 건수는 수십 건에 머물렀지만 최근 3~4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누적 승인 건수가 700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2년만에 두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러한 급증의 배경은 바로 510(k) 절차의 확산이다. 510(k)는 침습적 위험이 낮은 의료 AI의 특성을 감안해 현재 미국에서 승인된 기기와 동등성만 입증하면 곧바로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주로 클래스1, 2 등 저위험 의료기기에 적용된다.
국내 기업들 또한 이를 기반으로 FDA 허들을 넘고 있다. 루닛이 유방암 진단 AI와 흉부영상 AI 등 인사이트 제품군을 통해 다수의 허가를 받았고 제이엘케이도 뇌졸중 AI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코어라인소프트다. 코어라인소프트는 FDA 승인 AI 알고리즘을 9개나 보유하면서 글로벌 상위 20개 기업에 진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이처럼 510(k)를 활용한 의료 AI 허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시장에서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FDA 허가가 글로벌 시장 진입의 신호로 해석돼 대형 호재로 떠올랐다면 이제는 그 무게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AI의 태동기에는 FDA 허가 자체가 기업 가치와 기술력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받았지만 이미 승인 제품 수가 1400건을 넘어서면서 허가 이후의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FDA 역시 규제의 초점을 허가에서 사후관리로 옮겨가는 추세다.
올해 AI 기반 의료기기를 대상으로 한 PCCP(Predetermined Change Control Plan, 사전변경관리계획)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PCCP는 의료 AI가 학습과 업데이트를 반복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향후 변경 범위와 검증 방안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단순히 허가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허가 이후 어떻게 관리할지를 보겠다는 의지다.
이를 기반으로 FDA는 AI 의료기기의 개발부터 임상 적용,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성능 유지, 사후관리까지 포함하는 생애주기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정책 기조를 가져가고 있다. 올해 시행된 디지털의료제품법이 대표적인 경우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AI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 제품을 과거 의료기기와 별도 영역으로 규정하고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과거 의료기기처럼 누가 먼저 허가를 받는가를 넘어 어느 제품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잘 관리되고 있는가를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국내 의료 AI기업 대표는 "FDA 승인 소식 하나로 상한가로 직행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사실상 이제 FDA 승인은 시작점일 뿐 실제로 병원에 들어갔느냐, 보험 트랙은 올라갔느냐, 정부의 규제 정책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를 증명해야 살아남는 시기"라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