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릴리 체성분 경쟁 속 당뇨·CKM 동반질환 카드 대응
주사제 열풍 맞서는 국내 제약사별 차별화 전략 빛났다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올해 'ICOMES 2026' 부스 현장을 돌며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비만 치료 시장의 거대한 지형 변화였다. GLP-1 비만치료제 경쟁은 단순히 '얼마나 체중을 감량했는가'를 넘어, 체성분과 장기적인 체중 관리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었다.

대한비만학회는 이달 3~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ICOMES 2026을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비만 진료지침 2026' 개정 방향을 전격 공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인 '비만'과, 관련 질환 및 기능장애가 동반된 '비만병'을 명확히 구분했다. 또한 약물치료 시 식사·운동·행동치료에 단순 추가하는 방식을 넘어 생활습관 중재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을 강조했으며, 환자의 동반질환 및 합병증 감소 임상 근거를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하도록 했다.
학술 세션이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면, 전시장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듯 GLP-1을 중심으로 체성분과 당뇨병, 심혈관·신장질환까지 영역을 넓힌 제약사들의 각양각색 전략이 펼쳐졌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던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비만을 단순 체중이나 미용 문제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위고비가 꺼낸 질문 '몇 kg 감량'보다 '무엇이 빠졌나'


GLP-1 열기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곳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부스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SEMALEAN 리얼월드 연구 결과를 강조하며 의료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을 12개월간 투여한 106명을 관찰한 결과, 평균 체중은 15.6kg 감소했으며 이 중 체지방 감소량이 12.1kg에 달했다. 전체 감량 체중의 약 78%가 체지방에서 빠진 셈이며, 제지방 감소량(3.27kg)보다 약 4배 컸다.
현장에서 만난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환자가 단순히 5kg이나 10kg을 뺐다는 사실보다 "빠진 게 무엇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이번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육 손실을 우려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의료진 역시 체성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어 그는 "최근 2년 사이 학회 규모가 커지고 해외 참가자도 늘었다"며 "체성분은 앞으로 비만 치료에서 계속 주목해야 할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고비를 공동판매하는 종근당 부스에서도 GLP-1을 향한 뜨거운 시장의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릴리는 SURMOUNT…감량 폭에 체성분 경쟁

릴리는 SURMOUNT 임상을 부스의 핵심 메시지로 꺼냈다.
SURMOUNT-1에서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를 대상으로 72주간 마운자로를 투여한 결과, 평균 체중은 5mg에서 16%, 10mg에서 21.4%, 15mg에서 최대 22.5% 감소했다.
릴리 역시 체성분을 빼놓지 않았다. SURMOUNT-1 체성분 하위분석에서 마운자로 투여군 총 체지방량이 33.9% 감소한 반면 총 제지방량은 10.9% 줄었다. 체지방 감소 폭이 제지방보다 약 3배 컸다는 것이 의료진에게 전하는 핵심이었다.
노보와 릴리 모두 비만치료 효과의 핵심으로 '얼마나 많이 뺐는가'를 넘어 '무엇이 빠졌는가'까지 설명하고 있었다.
비만약 없는 한미 부스, 의료진 질문은 "언제 출시하나"

올해 GLP-1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한미약품은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끌었다.
올해 하반기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허가 전인 만큼 비만치료제 관련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당뇨병 치료제 다파론을 비롯해 고혈압 치료제 아모프렐,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이 자리를 채웠다.
한미 관계자는 "비만 환자에게 당뇨병이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위험인자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홍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의료진들이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언제 출시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현재 외부에 공개된 범위에서는 "40주 임상 데이터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3년째 비만학회 부스에 참여하고 있다는 또 다른 한미 관계자는 "올해 첫날부터 예상보다 방문자가 많았다"며 학회 규모 자체가 점점 커지는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GLP-1 약물치료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미도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후속 비만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방 중심 감량과 근육 보존 등 '체중 감량의 질'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아직 대사질환 제품을 홍보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기대케 했다.
한미 부스를 둘러본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좋은 약을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에게도 중요한 일"이라며 "빨리 좋은 약들을 만들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사들의 '동반질환·CKM' 전략


GLP-1이 전시장 중심을 차지했지만, 이를 보유하지 않은 제약사들도 새 진료지침의 기조에 맞춰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개정 지침이 동반질환을 고려한 적극적 치료를 강조한 만큼, 당뇨병과 심혈관·신장·대사질환(CKM) 치료제들이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동아ST는 DPP-4 억제제 '슈가논'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장 관계자들은 계열 내 스위칭 시 추가적인 혈당 감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REVISE 연구에 따르면, 기존 DPP-4 억제제와 메트포르민 병용에도 당화혈색소(HbA1c)가 7% 이상이던 환자를 슈가논으로 전환했을 때 12주째 0.3%p, 24주째 0.5%p의 추가 감소를 기록했다. 24주 차 7% 미만 도달률도 50.5%에 달해 목표 혈당 도달의 실질적 대안임을 입증했다.
동아ST 역시 당장 주력은 슈가논이지만, 향후 지속 커지는 비만 시장 속에서 GLP-1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알보젠 부스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향정신성의약품인 경구 비만치료제 '큐시미아'를 보유하고 있으나, 제품 홍보 팸플릿을 대대적으로 진열하는 대신 의료진을 위한 복약지도서를 건네는 데 집중했다.
향정약 특성상 마케팅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보젠 관계자는 "모든 환자에게 주사제가 답이 될 수는 없다"며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주사형 치료제가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기존 경구용 치료제가 안정적인 선택지로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대원제약은 당뇨와 심장, 신장을 연결해서 보는 최근의 'CKM(Cardio-Kidney-Metabolic)' 통합 관리 트렌드를 정조준했다.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3제 복합제 '엠파시타엠서방정'을 부스의 핵심으로 내세웠다.
메트포르민과 시타글립틴 조합만으로 혈당 조절이 불충분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엠파글리플로진을 더한 3상 결과, 24주째 뚜렷한 당화혈색소 감소 폭과 목표 도달률 개선을 증명했다. 별도의 GLP-1 파이프라인이 없는 대원제약은 비만과 맞물려 발생하는 합병증 영역을 다각도로 방어하는 CKM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한림제약 역시 기존 당뇨 치료제의 탄탄한 임상 데이터를 무기로 내세웠다.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3상 데이터를 확보한 다파글리플로진·리나글립틴 복합제 '다파로엘정'이 대표적이다.
2제 요법 실패 후 3제 요법이 필요한 환자군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당화혈색소 감소(-0.88%p)는 물론 체중(-1.88kg)과 허리둘레(-2.29cm)까지 동반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현장 관계자는 의료진 사이에서 GLP-1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 다제 병용 치료가 필수적인 이유"를 찾는 의료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현대약품은 이상지질혈증 치료 영역으로 부스의 한 축을 채웠다. 에제티미브·페노피브레이트 복합제 '에제페노정'을 통해 비만 환자에게 빈번하게 동반되는 중성지방(TG)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다각도의 합병증 케어 메시지를 전했다.
올해 ICOMES 2026은 단연 GLP-1 치료제가 주인공이었다.
주사제들이 체중 감량률을 넘어 '지방 중심의 감량 질(Quality)' 데이터를 증명하며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가운데, 한미약품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의 도전과 더불어, 각자의 자리에서 당뇨·심혈관·신장 질환과의 연결고리를 파고든 국내사들의 CKM·동반질환 전략이 맞물려 비만 치료 생태계는 한층 더 입체적이고 깊숙하게 확장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