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커, FDA 허가 통해 첫 고관절 관절경 수술 성공
집도의 시야에 CT·수술 가이드 띄워…"선결 과제 많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집도의가 고글을 쓰고 환자를 보면 CT 검사 결과는 물론 관절경 영상과 수술 가이드까지 한번에 표시된다. 공상 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이러한 풍경이 실제로 수술실에서 일어났다.
애플의 공간 컴퓨팅 기기인 비전 프로와 수술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실제 수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연 의료 로봇에 이어 새로운 수술 플랫폼이 등장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스트라이커(Stryker)가 애플 비전 프로와 수술용 소프트웨어 스포츠스위트 비전(SportSuite Vision)을 이용해 첫 고관절 관절경 수술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스위트 비전은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디노보(De Novo)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비전 프로와 결합해 수술용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수술에 필요한 정보를 수술대 앞에 설치된 여러대의 모니터를 통해 따로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집도의가 착용한 비전 프로를 통해 가상 현실 방식으로 한번에 볼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스포츠스위트 비전은 관절경 영상과 고관절 수술 중 형태를 확인하는 HipCheck, 수술 계획을 제공하는 HipMap 등을 비전 프로를 통해 집도의의 눈 앞에 보여준다.
또한 환자가 수술 전에 받은 검사 결과나 다학제 협진 등을 통해 도출한 수술 계획은 물론 CT와 MRI 영상 등도 집도의가 원하는 위치에 가상 화면으로 띄워준다.
물론 이를 통해 수술실 내의 모니터가 당장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FDA가 과도기적 성격을 고려해 제어 장치를 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도의는 비전 프로를 착용하고 수술이 가능하지만 어시스턴트, 즉 수술을 보조하는 다른 의료진은 기존 모니터를 사용해야 한다. 혹시 모를 위험이나 판단 착오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듯 공간 컴퓨팅을 활용한 첫 수술이 성공하면서 이제 과연 이러한 수술 플랫폼이 얼마나 확산될 수 있을지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시행한 관절경 수술만 해도 관절경 영상과 CT·MRI, 수술용 내비게이션, 수술 계획 등을 보여주는 여러 패널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수술대 주변에 모니터가 계속 추가되면서 수술실 환경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비전 프로를 포함해 공간 컴퓨터 기능이 적용되면 이러한 수술방 풍경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집도의의 시야 자체를 하나의 디지털 공간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 모든 패널을 한번에 배치할 수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관절경 영상은 정면에 고정시키고 CT 화면을 오른쪽에, 수술 계획 데이터를 왼쪽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집도의가 가장 편한 방식으로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러가지 임상 정보를 한 시야에 구현하고 싶은 스트라이커의 염원이 비전 프로를 만나 현실로 구현된 셈이다.
애플 역시 이번 사례뿐 아니라 비전 프로를 의료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3차원 의료영상을 실제 크기로 확인하거나 여러 데이터를 한 화면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의료 분야의 활용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산업계가 주목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기존 의료기기 기업이 직접 증강 현실 헤드셋을 개발하려면 하드웨어부터 디스플레이, 센서, 운영체제까지 상당한 개발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애플이 만든 범용 하드웨어 위에 의료기기 기업이 수술 소프트웨어와 임상 데이터를 얹고 FDA 허가를 받는 구조라면 역할이 달라진다.
애플은 공간 컴퓨팅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제공하고 의료기기 기업은 임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스미스앤네퓨(Smith&Nephew) 역시 지난 7월 공간 수술 플랫폼인 테사(TESSA Spatial Surgery System)에 대해 FDA 디노보 허가를 확보한 바 있다. 이미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수술 플랫폼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이러한 방식이 의료진의 워크플로우를 개선하거나 임상적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내 A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지만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점이 있다"며 "결국 수술 시간을 단축하거나 숙련도 차이를 좁혀주는 등의 혜택이 없다면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면 결국 의료진의 워크플로우 개선 등을 노려야 하는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그 고글, 헤드셋을 쓰고 수술을 하는 것이 수술대 위에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하는 것에 비해 편리할지는 모르겠다"며 "개인적으로는 비전 프로가 의료기기 아니라는 점에서 사용한 뒤 멸균 처리 등의 문제도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