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우미 남현이 대표 인터뷰…의료·숙박 서비스로 도전장
중국어 교사·병원 경험 녹여…투명성·사후관리로 신뢰 확보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가 사상 처음으로 2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국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중개 구조와 정보 비대칭성으로 현지 환자들의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이 토종 플랫폼을 무기로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이목이 쏠린다. 단순 의료기관 중개를 넘어 숙박, 이동, 사후관리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의료관광 유통 구조를 투명화하겠다는 목표다.
메디칼타임즈는 글로우미 남현이 대표를 만나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와 가지고 있는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어 선생이 의료관광 창업가로 변한 이유는
남현이 대표가 이 서비스를 구상한 것은 한 피부과 병원에서 마케팅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실무를 담당하면서다. 현장에서 3년여간 유치업을 병행하며 외국인 환자들과 병원이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목격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환자가 국내 병원에 내원하는 경로가 오프라인 중심이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환자들은 검증된 의료기관을 찾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었고, 사전에 알고 있던 시술 금액과 실제 병원의 청구 금액이 달라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잦았다.
더욱이 불법 브로커 등으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적지 않아,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그가 주목한 시장은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인 환자는 전년 대비 137.5% 급증하며 국가별 유치 비중 1위를 기록하는 등 수요가 증명된 상황이다. 더욱이 남 대표는 고등학교에서 3년간 중국어 선생으로 있었던 만큼, 언어적 장벽도 없다.
이에 더해 남 대표가 경험했던 중국인 환자 중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 글로우미를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타깃인 중국 시장에 맞춰 '메이청'이라는 별도 현지 브랜드명도 고안했다. 이를 통해 정확한 정보와 신뢰를 줄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남 대표는 "중국 환자들 사이에선 '차이 레이(踩雷)'라는 신조어가 있다"며 "지뢰를 밟았다는 의미인데, 스스로 정보를 검색해 병원을 찾았다가 시술 결과가 좋지 않은 실패한 상황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업에 있으면서 이런 상황을 매우 두려워하는 환자들을 많이 접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 이런 환자들의 불안감을 다독이는 것도 일이었다"며 "이에 기존의 불투명한 중개 구조를 걷어내고 의료기관과 환자가 서로 안심하고 만날 수 있는 투명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싼값 찾는 시대 끝났다…숙박부터 관광까지 '원스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잃어버린 3년' 동안 외국인 환자들의 성향에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처럼 저렴한 가격만을 좇기보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안전성, 사후관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추세로 변한 것.
남 대표가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이달 글로우미가 출시하는 플랫폼은 의료와 관광, 숙박을 하나로 연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다. 기존 플랫폼들이 주로 피부 미용이나 성형 분야에만 국한돼 병원 예약 외 일정은 환자가 별도로 조율해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남 대표는 글로우미 플랫폼은 성형과 피부과 외에도 안과, 치과, 건강검진 등 다방면의 의료 인프라를 아우른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프리미엄 호텔과의 제휴를 논의 중이며 공항 픽업, 퍼스널 컬러 진단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플랫폼 내 카테고리로 묶어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치료 목적의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한국 체류 전반의 경험까지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남 대표는 "기존 중국 플랫폼을 보면 정보는 넘쳐나는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진짜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오히려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단순히 병원 예약만 도우려는 게 아니다. 이를 넘어 안심할 수 있는 숙소와 다양한 즐길 거리까지 묶어, 한국에 머무는 경험 자체를 하나로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통역으론 안 돼 "사후 케어로 병원 짐 덜어"
글로우미는 중국 외에도 대만 및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신흥 시장 개척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응대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은 의료진의 전문성을, 인도네시아 등은 가족 단위 의사결정과 종교적 배려를 중시하는 만큼, 단순 언어 지원을 넘어선 문화적 접근을 꾀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일선 의료기관의 고충인 진료 외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플랫폼 내에서 환자의 희망 시술과 병력 등을 사전에 취합해 병원에 전달함으로써, 의료진이 본연의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장에서 잦은 분쟁 요인으로 꼽히는 시술 전후 소통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 케어 프로토콜도 도입한다. 환자가 귀국한 이후에도 병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경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플랫폼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번역 기능을 도입해 24시간 응대 체계도 갖출 예정이다.
남 대표는 "단순히 말만 통역해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시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고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불안해하지 않게 꾸준히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라며 "이런 과정들을 플랫폼이 전부 흡수해 병원 직원들의 자잘한 업무 부담은 덜어주고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 발길 돌리는 엇박자 규제 "제도가 투명성 도와야"
다만 이 같은 국산 플랫폼의 현장 안착과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선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외국인 환자 유치를 장려하고 있지만, 현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여전하다는 진단이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 미용·성형 의료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가 종료된 점도 현장의 부담으로 꼽았다. 비용 대비 수준 높은 시술이라는 한국 의료의 강점이 약화하면서, 한국 방문을 주저하거나 상담 단계에서 이탈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외국인 환자들에게 정확한 시술 비용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제약도 정보 투명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광고 관련 규제와 가격 정보 제공의 경계가 복잡해 해외 환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이는 결국 불법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그는 "정부에선 환자 유치를 장려한다지만, 정작 현장에선 세금 환급이 중단되고 해외 환자를 위한 투명한 비용 안내조차 여러 규제에 묶여 있어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정확한 비용을 미리 알 수 있어야 덤터기를 쓸지 모른다는 환자들의 불안감도 사라지는 만큼, 시장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정보 제공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남 대표는 글로우미가 양적 팽창에 치중해 온 국내 의료관광 산업을 질적 성장으로 이끄는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무작정 환자 수만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한국에서 얼마나 마음 편히 만족스러운 시술을 받고 돌아가느냐가 핵심이다"라며 "앞으로 외국인 환자들이 한국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자, 병원에서도 안심하고 환자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다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