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결제 투여했다 법정구속 된 의사…사건의 전말

발행날짜: 2020-09-14 16:01:00
  • 장폐색 환자에게 장 정결제 투약 여부 첨예한 쟁점
    환자 사망 인과관계·부작용 등 설명의 의무도 논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A모 교수(현 신촌세브란스)가 업무상과실치사로 법정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9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정종건)이 A교수에게는 10개월 금고형와 그의 전공의 B씨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판결문을 입수해 사건의 전말부터 쟁점을 짚어봤다.

■사건의 전말

=2016년 6월 24일
이번 사건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피해자인 이모씨(82세)는 당초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로 24일, 복부 X-ray와 CT촬영을 통해 '회맹판을 침범한 상행 대장 종양' '마비성 장폐색' '회맹장판 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 등 영상의학과 1차 판독 소견을 받았다.

=2016년 6월 25일
환자 이씨는 대장암 치료를 위해 소화기내과 위장관 파트로 25일, 전과 조치됐다. 전공의 B씨가 주치의로 지정됐으며 A교수도 해당 환자 진료를 맡게 됐다. 전공의 B씨는 A교수의 승인을 받아 이씨의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고자 장 정결제 투여를 처방했다.

=2016년 6월 26일 20시 30분경
전공의와 병원 간호사들은 이씨에게 장 정결제 투여했다. 직후인 20시 50분, 21시 30분 간호기록지에 복부 불편감 호소가 없다고 기재됐다.

=2016년 6월 27일 01시 00분경
환자 이씨가 호흡곤란과 혈압저하 등 응급상황이 발생했고 03시 43분에 실시한 ABGA검사 결과 혈액이 심한 산증을 보였다. 이어 같은날 11시 20분 복부 팽만 증상을 보이기 시작해 17시 35분 CT촬영 결과 장천공이 확인됐다.

=2016년 6월 27일 21시 37분경
결국 이씨는 장천공 등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장폐색 환자에게 장 정결제 투약이후 환자가 사망, 해당 의사는 법정구속됐다.

■법정구속 이유는?

법원은 이번 사건을 업무상과실치사로 정의내렸다. 장 정결제는 다량의 물에 녹여 경구에 투여하는 방법으로 고령자, 쇠약자는 투여를 신중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장관이 기계적 또는 기능적으로 폐쇄돼 장의 내용물이 장관을 통과하지 못하는 증상인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하면 장내 압력이 상승하고 결국 장천공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를 처방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복부 X-ray와 CT촬영에서 장폐색 등 소견이 있었음에도 대변을 보고 있다는 임상적 판단만으로 장폐색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환자와 보호자가 장 정결제를 투여했을 때 이와 같은 부작용 등 위험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도 있었다고 봤다.

■쟁점1=장 정결제 투여한 의사의 과실 여부는?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가 장폐색의 경우 장 정결제 투약에 대한 과실치사 여부다.

A교수는 6월 25일 기준으로 복부는 부드러웠고 압통, 반발통이 없었다. 복부 청진장 정상 장음이 들렸고 전신상태도 비교적 양호했다. 또 복통, 변비 등 증상이 없었던 점을 비춰 장폐색이 없었거나 부분적 장폐색 상태였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영상검사 결과 대장암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부분 폐색 또는 불완전 폐색의 경우라도)원인규명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요하는 상황으로 장 정결제 투여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장폐색의 경우 장 정결제 투약은 금기사항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고령자, 쇠약자에게는 신중히 투약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짧은 시간 동안 투여할 만큼 환자의 상태가 개선됐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대장내시경을 해야할 정도로 급박한 사정이 없었던 점과 장 정결제를 투여하지 않는 방법의 검사법도 존재한다는 점도 제시했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의 과도한 법 집행에 분개한 의료계는 즉각 반대 서명을 내고있다.

■쟁점2=장 정결제 투입 과정에서 과실 여부는?

A교수는 장 정결제를 3시간 동안 비위관(L-tube)을 통해 주사기를 이용해 30~50cc씩 조심스럽게 투여했고 이 과정에서 복통이나 구토 증상이 없어 1리터를 투여한 이후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 나머지 1리터를 투여했다는 점에서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장 정결제 투여 이후 정상적으로 배변을 했고 복통이나 복부팽만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과실이 없다고 했다.

이처럼 A교수 측은 장 정결제 2리터를 총 2~3시간 동안 투여했는데 이는 500cc씩 30분 간격을 4회 비위관을 통해 소량씩 주입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장 정결제를 분할하지 않고 2리터를 한꺼번에 투약하도록 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즉, 장 정결제를 소량씩 투입한 이후에 배변을 하는지 혹은 장폐색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살핀 이후에 단계적으로 추가 투입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쟁점3=장 정결제, 환자의 사망 인과관계는?

A교수 측은 환자 이씨가 80세 이상의 고령에 뇌경색 등 혈관질환이 있는 위험인자가 있었으며 장천공이 진단되기 이전에 혈압저하, 산소포화도 저하 등 허혈성 변화에 의한 임상증상이 있었던 점에서 장 정결제 투여와 환자의 사망간 인과관계는 낮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장 정결제 투여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 대장천공이 진단됐으며 특히 사망의 원인이 된 다발성 장기부전은 장천공 및 그로 인한 패혈증 뿐만 아니라 흡인성 폐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A교수의 주장처럼 장천공이 아닌 허혈성 변화에 의한 증상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앞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결정한 장 정결제 투약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흡인성 폐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CT결과 흡인성 폐렴 소견은 보이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쟁점4=장 정결제 투약, 설명의 의무 위반 여부는?

A교수 측은 설명의 의무 위반과 관련해서도 장 정결제 부작용으로 장천공이 발생하는 빈도는 낮다는 점에서 설명의 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도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장 정결제를 투약한 당시는 휴일로 간호사나 당직의사 등 의료진이 이를 실시하는데 장폐색과 관련한 주의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A교수의 주장처럼 장천공 발생 빈도는 낮다고 하더라도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장폐색 소견과 장 정결제 투여의 부작용이나 위험성을 설명했어야 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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