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서 스마트워치·반지형 기기 등 점검
전기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경향 및 동기부여 측면 효용"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확산과 함께 스마트워치를 통한 혈압 측정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를 고혈압 진단이나 치료에 직접 활용하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고혈압 수치가 높을수록 워치의 측정값은 낮게, 저혈압일수록 높게 측정하는 경향이 관찰됐고, 고령층에서의 편차 증가가 관찰된 만큼 혈압 수치의 '경향성' 확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 환자에게 자기관리에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대한고혈압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전기현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의 혈압 측정 기능은 기본적으로 추정값을 제공하는 개념으로, 아직까지는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임상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최근 외래에서 환자들이 본인의 스마트워치 혈압을 보여주며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런 데이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웨어러블 기기의 혈압 측정 원리는 전통적인 커프 기반의 측정 방식과는 다르다.
주로 PPG(광용적맥파) 센서를 이용해 손목에서 혈류 파형을 감지하고, 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혈압 수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일부는 ECG(심전도) 신호나 피부 임피던스, 초미세 움직임(Ballisto/Seismo cardiography) 등을 추가로 활용해 정밀도를 높인다.

전 교수는 "이러한 디바이스들은 초기에 커프 혈압으로 보정(캘리브레이션)을 한 뒤, 웨이브폼에서 추출한 다양한 값을 이용해 혈압을 추정하는 구조"라며 "피부 두께, 혈관 위치, 혈류 동역학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삼성 갤럭시 워치를 활용한 유럽 연구를 인용해, 스마트워치가 전반적인 혈압 경향성은 반영하지만 고혈압 여부의 일치율이 완벽하진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연구에서 스마트워치와 ABPM(24시간 활동혈압계) 간의 고혈압 진단 일치도는 AUC 0.77로 활용성은 높지만 진단 도구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그의 판단.
또 환자의 연령, 고혈압 특성에 따라 측정값의 편차가 더욱 커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고혈압 수치가 높을수록 워치의 측정값은 낮게, 저혈압일수록 높게 측정되고, ABPM 대비 혈압 변동성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전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고혈압 2기 이상의 환자군에서는 측정값 오차가 더 커지는 경향도 보고되고 있다"며 "연령과 혈압 상태에 따라 오차 패턴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 모든 웨어러블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확인하는 연구도 있었다"며 "2024년 반지형 혈압계인 카트BP와 ABPM을 비교한 결과 반지형 혈압계는 야간 SBP이 조금 높게 나오고, 주간 DBP가 약간 낮은 걸 빼고는 다양한 항목에서 AUC 값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고 했다.
그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혈압 측정의 임상적 활용에 대해 "기기별로 반복 보정이 필요하고, 고혈압 여부 판별보다는 장기 추세 파악용 참고자료로 쓰는 것이 안전하며, 정밀 진단이나 치료 결정에는 표준 커프 측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서, 정적인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추세를 관찰할 때, 초기 커프혈압 캘리브레이션을 정확히 수행하고, 주기적 재보정이 가능한 경우, 혈압 수치를 '절대값'이 아닌 '경향성' 파악용으로 활용할 때 스마트워치는 효용성을 갖는다는 것.
전 교수는 "웨어러블 기술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스마트워치는 보조적 도구이지, 진단 장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해석은 반드시 전문가의 평가가 수반돼야 한다"며 "환자 스스로에게 자기관리에 동기를 부여하는 측면에서 의료진이 올바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갤럭시 워치에서 혈압이 154/90mmHg로 측정되는 49세 흡연 남자의 경우 스마트기기의 혈압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에 하는 질문에 답을 드리고자 한다"며 "혈압이 145 이상이기 때문에 고혈압은 거의 확실하지만, 수치가 높을수록 낮게 측정하는 것을 반영하면 실제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