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학술대회서 개원가 의료 AI 도입 현황 조명
1차 의료 시범사업 및 검체 위수탁 개편 우려 "순증 필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통합돌봄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계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개원가 학술대회 현장에서도 여러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일차의료를 위축시키는 여러 현안이 산적하면서 개원가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의료 현장 AI 도입에 따른 변화와 주요 개원가 현안을 점검했다.

■학술대회 파고든 의료 AI·통합돌봄 "패러다임 변화"
이날 학술대회 현장에선 여러 다국적·국내 제약사 및 대형 의료기기사들이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방문 진료 및 환자 밀착형 서비스 등 통합돌봄 연계형 부스가 다수였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제약사·의료기기사 중심이었던 학술대회 전시가 다채로워지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 가정의학과의사회 유승호 공보이사는 5년 전과 비교해 학술대회 참가 기업들의 업종 변화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제약업계의 참여가 신중해진 반면,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의료 현장에서의 AI·디지털 헬스 기술 접목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만성질환자의 영양 관리나 음성 기반 차트 작성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되면서 회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공보이사는 "과거와 달리 AI나 디지털 헬스 관련 업체가 부스에 크게 늘어난 것을 체감하며, 흉부 판독이나 음성 인식 차트 등 신기술을 실제 현장에 접목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며 "진료 현장에서도 젊은 만성질환자에게 오픈 AI 채팅창을 보여주며 치료 필요성을 설명하면 설득력이 높아지는 등 실질적인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의사뿐 아니라 환자 역시 진료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환자들이 AI를 통해 자신의 증상을 미리 분석하고 병원을 찾거나, 의사들 역시 복잡한 보험 기준 등을 AI에 질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주도로 의료 인력 추계에 있어 AI가 일정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해외에서는 AI의 의료 인력 대체율을 7~20% 수준으로 보는데,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AI의 개입은 계속 진행될 방향"이라며 "의료정책연구원 연구 과제로 AI의 역할과 이것이 의료 인력 추계에 미치는 영향을 산정하는 주제가 선정돼 현재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1차 의료 강화 방향 공감하지만…순증 투자 필수"
이와 함께 이날 간담회에선 일차의료 관련 정책적 현안들이 대거 다뤄졌다. 우선 의사회는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 1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수가 체계 개편에 대해선 큰 틀에서 공감한다면서도, 재정 투입 방식에 우려를 표했다.
고령화와 복합 만성질환 증가로 동네의원의 역할이 ▲예방 ▲만성질환 관리 ▲방문진료 등으로 확대되는 만큼, 진찰과 상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기존 재정 내에서 검체 검사 등 다른 항목을 깎아 보상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련 사업이 새로운 사업이 환자 동의 서류 작성이나 전산 입력 등 추가적인 행정 부담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요구다.
유 공보이사는 "1차 의료 혁신의 핵심은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행정 업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충분히 진찰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검체 검사 등 기존 1차 의료 영역의 보상을 줄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투자가 아닌 재배분에 불과하다. 전체 파이를 키우는 순증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시경·검체 검사 위수탁 우려 커 "기준 마련해야"
국가 대장암 검진에 대장 내시경이 도입되는 것과 관련해선 특정 전문과목에 국한되지 않은 객관적인 역량 중심의 평가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이미 수십 년간 1차 의료 현장에서 내시경 검사를 수행해 온 만큼 공정한 교육과 인증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강준호 의무부회장은 가정의학회가 국가 암 검진 지침 기준보다 엄격한 인증 제도를 오랜 기간 운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학회의 평점 교육 인정 문제로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호소다.
강 의무부회장은 "가정의학회에서 발급하는 내시경 인증의 자격이 국가 암 검진 서류로 인정됐으나, 정작 이를 취득하기 위한 자체 연수 평점은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부터 충분한 내시경 술기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오는 만큼 특정 과에 국한되지 않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검체 검사 위수탁 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했다. 질 관리와 투명성을 이유로 수가를 낮추고 수익 배분을 획일화하는 것은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축소하고 경제적 손실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다.
경문배 총무이사는 고령 환자일수록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는 AI로도 파악하기 힘든 만큼, 실질적인 검체 검사 수치로 잡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가 구조가 악화해 검사 자체가 위축되면 환자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경 총무이사는 "노인들은 겉은 멀쩡해도 전해질이 깨져 있거나 간 수치가 나쁜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관찰과 검사를 통한 근거 중심 의학이 필수적"이라며 "검체 위탁 관련 수가 구조가 마이너스가 돼 검사가 위축된다면 결국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져 오진 위험이 커지고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코로나 주사기 재사용 처벌 논란도 "실수 구분해야"
코로나19 예방 접종 당시 발생한 주사기 재사용 사건에 대한 과도한 행정 처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한 의원은 내용물이 없는 빈 주사기를 재사용한 사실을 인지하고 환자에게 사과한 뒤 보건소에 자진 신고를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의사에게 6개월의 면허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는 팬데믹 당시 급박한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라는 비판이다.
이에 의사회는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고의적이고 무모한 악행과 순간적으로 발생한 비고의적 인적 오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획일적인 중징계는 오히려 현장의 자진 신고 문화를 위축시키고 시스템 개선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강 회장은 "당시 국가적 접종 사업으로 업무가 몰린 상황에서 내용물도, 감염 위험도 없는 빈 주사기를 실수로 사용한 뒤 원장 본인이 사후 조치를 다 하고 신고까지 한 사안"이라며 "의료 분쟁 조정법에서도 중과실이 아니면 형사 처벌을 면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의성 없는 아차 사고까지 일률적으로 중징계한다면 앞으로 환자 안전을 위해 자진해서 신고할 의료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런 징계 방식은 오히려 환자 안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