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원 연수계약 체결 8일 만 중국 시안행, 항공·숙박비 초청 측 부담
앞선 출장 땐 청탁금지법 검토, 계약 이후 출장에선 관련 기록 미제출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이 중국 민간 의료그룹과 1억 원 규모의 연수계약을 체결한 지 8일 만에 계약 상대방의 비용으로 중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출장에서는 청탁금지법 적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유상 계약 체결 이후 이뤄진 출장에 대해서는 관련 검토 기록이 제출되지 않아 적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국립암센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양 원장은 지난 3월 14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시안국제의학중심병원(IMCH)의 양성자치료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현지에서 축사와 강연을 진행했으며 항공료와 숙박비 등 출장 경비는 초청 측이 부담했다.
허 의원은 출장 직전 양 기관이 금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립암센터는 출장 8일 전인 3월 6일 IMCH와 중국 의료진 10명의 국내 연수 등을 내용으로 하는 1억 원 규모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계약금은 양 원장의 출장 이후인 3월 19일 입금됐다.
당시 출장 목적에는 '3월 의료진 연수의 수준과 방향 사전 협의'도 포함됐다. 계약에 따른 연수 프로그램을 논의하면서 해당 계약 상대방이 부담하는 경비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셈이다.
앞서 양 원장은 2025년 12월 IMCH의 모회사인 중국 민간 투자그룹 시안국제의학투자(IMIC)를 방문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국립암센터 법무팀은 출장에 앞서 초청기관이 제공하는 항공·숙박·식사 등이 청탁금지법상 공식행사 예외에 해당한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
그러나 허 의원에 따르면, 1억 원 규모의 유상 계약 체결 이후 진행된 3월 출장에 대해서는 별도의 청탁금지법 검토 기록이 제출되지 않았다.
계약 상대방과의 직무관련성이 한층 구체화된 상황에서 외부 경비 지원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1억 원 규모의 연수계약에 대한 비용 산정 문제도 제기됐다. 국립암센터가 제출한 계약 비용 내역에는 '기술이전료' 명목으로 2989만 원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립암센터는 의원실 질의에 별도의 기술이전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실제 지출 비용은 국내 연수 약 2900만 원과 현지 파견 예산을 합쳐 4000만 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국내 연수비 155만 원은 IMIC 주석 등 상대 회사 경영진의 방문 행사에 사용됐다.
계약 조건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합의서는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정하고, 국립암센터가 연수생마다 과장급 이상 전문의 1명을 전담 배정하도록 규정했다.
국립암센터가 계약 체결 당시 비용과 인력 투입, 계약상 의무 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립암센터는 지난 3월 23일부터 27일까지 IMCH 의료진 10명을 대상으로 암 치료 분야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폐암, 간담도췌장암, 위암, 갑상선암, 비뇨기암, 양성자치료 등 6개 분야가 포함됐다. 국립암센터도 3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연수 시행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상대 기관에 대한 사전 검증이 충분했는지도 논란이다.
국립암센터는 언론 보도와 주시안 총영사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대 기관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허 의원실에 따르면 출장 결과보고서에 기재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과 미국 메이요클리닉 네트워크 참여는 각각 2024년과 2025년 6월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IMIC가 국립암센터에 처음 제출한 협력 제안서에는 환자 전원과 종합 암센터 공동 건설 등이 협력 목표로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원장의 해외출장이 중국에 집중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양 원장이 2024년 11월 취임한 이후 해외출장 27건 중 중국 출장 비중은 홍콩을 포함해 11건(40.7%)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일본 출장 각 5건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해외출장 동행 직원 31명 중 25명(80.6%)도 중국 출장에 참여했다. 2026년 7월까지 이뤄진 중국 출장 9건은 모두 초청 측이 경비를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 의원은 "국가 암 정책의 중추인 공공기관장이 돈을 주고받는 계약 상대방의 비용으로 출장을 가면서 최소한의 법적 검토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의료 공백으로 암 수술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장이 해외, 그것도 중국 민간기업과의 교류에 공을 들이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산하 공공기관장의 외부 비용 출장 전반에 대해 청탁금지법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외국 민간기관과의 유상 계약에 대한 사전 승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