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약과 조제약 다른 사례 잇따라 "사실상 성분명 처방과 동일"
의약분업 재평가 요구…황규석 회장 "국민선택분업으로 나아가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의사가 처방하지 않은 의약품이 환자에게 조제되고도 사후 통보가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대체조제' 사례가 나오면서 의료계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성분명 처방과 다를 바 없어 진료 신뢰를 훼손한다는 우려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일선 진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깜깜이 대체조제 사례를 공개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체조제 시 환자 고지와 동의 절차를 강화하고, 처방 의사 사후통보 의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의사회가 공개한 은평밝은내과 조승철 원장 사례에 따르면, 의사 처방과 다르게 약이 조제됐음에도 사후통보가 누락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조 원장이 처방한 '뉴부틴서방정'이 약국에서 '애니틴서방정'으로 바뀌고, '세레탈서방캡슐'이 '유레타졸서방캡슐'로, '티나졸캡슐'이 '디후렉스캡슐'로 각각 변경 교부됐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체조제 사후통보 시스템엔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것.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처방 의사가 환자의 실제 복용약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는 약물 이상 증상 발생 시 적절한 원인 분석을 방해하고, 환자가 기존 약과 모양이 다르다며 의사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등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처방전에 특정 제품명이 기재돼 있더라도 실제 조제 단계에서 다른 제품으로 변경되고 그 사실이 공유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성분명 처방과 유사한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전산을 통한 사후통보 방식까지 간소화한 만큼, 약사 역시 그에 따른 의무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요구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현행 의약분업 제도를 전면 재평가하고 국민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료기관 방문 환자 2429명을 조사한 결과, 79.2%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에 반대했으며 92.3%는 대체조제 이후 부작용 발생 시 책임 소재를 우려했다는 것.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모든 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누적된 국민 부담과 약제비 증가, 의료 이용 변화 등을 반영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는 약의 변경 사실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받고, 처방 의사도 실제 조제된 약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제료 등 추가 비용과 의료 이용 불편까지 객관적으로 평가해 환자가 병의원과 약국 중 조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국민선택분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 성분명처방대책위원회 임현선 위원장은 "성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의약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제형과 첨가제, 체내 흡수 속도, 환자별 부작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분업을 재검토하자는 것은 의사와 약사 간 직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다"라며 "약국에 갈 때마다 약이 바뀐다면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무엇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 먼저 돌아보고 소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