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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시장 '새판짜기'…에페 '가격' vs 위고비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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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날짜: 2026-11-05 05:30:00
  • 국산 신약, 초기 처방가·유지 구간 메리트 무기로 시장 공략
    한국노보, 한국인 데이터·급여화 전략 앞세워 경쟁 맞불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해 온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2파전 구도가 형성됐던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 국산 신약 '에페'가 본격 임상현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 한미약품)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안착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에 맞서 실질적인 경쟁자로 평가되는 위고비는 한국인 실사용 데이터(RWE)와 건강보험 급여 신청 카드를 꺼내 들며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최근 한미약품은 대한당뇨병학회 추계학술대회 등을 시작으로 국산 비만약 에페 출시에 따른 영업, 마케팅을 적극 벌이고 있다.

에페, '가격 경쟁력' 무기로 임상 현장 진입

5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임상 현장에 진입한 에페는 제약사 공급가(부가세 포함)와 일선 의원급 비급여 처방가 기준으로 세밀하게 설계된 차별화된 가격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공개된 에페 공급가(부가세 포함) 기준 투여 구간별 월 가격을 비교하면, 에페는 투약 초기인 1~4주 구간에서 12만 9800원(2mg×2, 4mg×2)으로, 위고비의 21만 2500원(0.25mg×4) 대비 39% 낮은 가격을 형성했다.

치료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낮추기 위한 17주 이후 유지 구간(4주당)에서도 에페는 29만 9200원(10mg×4)으로, 위고비의 37만 2000원(2.4mg×4)보다 20% 저렴하다. 또한 중후반부인 13~16주 구간 역시 에페가 29만 9200원으로 위고비(32만 300원)보다 약 7% 낮게 책정됐다.

다만, 용량을 본격적으로 증량하는 5~8주 구간(에페 22만 8800원 vs 위고비 22만 6900원)과 9~12주 구간(에페 27만 7200원 vs 위고비 24만 6900원)에서는 오히려 에페가 위고비보다 1~12%가량 비싼 역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의 실제 에페 비급여 처방 비용을 살펴보면, 에페는 2mg 펜(2회분)이 6만 5000원, 4mg 펜(2회분)이 10만원으로 일반적으로 책정돼 있어, 최소 시작 용량인 2mg 펜 2주, 4mg 펜 2주 구성 시 환자가 실제 의원에서 체감하는 첫 4주간의 총 처방 비용은 16만 5000원으로 집계된다.

에페를 들여놓은 한 의원 원장은 "에페 처방을 안내하다 보면 가격 구조에 대한 질문이 많다. 예를 들어 최소 시작 용량인 2mg을 2주간 사용하고, 이어서 4mg를 2주간 사용하는 첫 4주간의 패키지로 비용을 설명하고 있다"며 "물론 이러한 초기 투약 구간이나 유지 구간에서 에페가 제시하는 합리적인 가격 메리트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분명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발 주자인 위고비의 초기 용량 처방가(0.25mg 기준 24만 5000원)와 비교했을 때 환자들의 초기 경제적 진입 장벽을 한층 낮춘 수치다. 이후 용량별 실제 의원 처방가 역시 일반적으로 에페 6mg(4펜) 약 23만원, 8mg(4펜) 약 28만원, 10mg(4펜) 약 30만원 등으로 이어져, 위고비의 용량별 실제 처방가(0.5mg 26만원, 1.0mg 약 29만원, 1.7mg 약 36만원, 2.4mg 약 41만원) 선 대비 유지 구간으로 갈수록 뚜렷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약품 에페와 한국노보 위고비의 투여 기간 별 공급가 가격 비교

곽경근 대한내과의사회장(서울내과)은 통화에서 "GLP-1 계열 약제가 대사질환 치료에 확실한 이점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환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며 "시중의 저렴한 클리닉 수가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위고비 가격을 고려했을 때 경쟁력 있는 비급여 약가로 공급된다면, 당뇨병 동반 환자나 비만 치료가 시급한 일선 현장에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덜어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에페가 후발 주자로서 미투(Me-too) 드럭 형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한미약품은 이를 단순 비만 치료에 국한하지 않고 당뇨병 등 대사질환 전반으로 임상 영역을 전략적으로 확장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한당뇨병이사장이기도 한 부천성모병원 김성래 교수(내분비내과)는 "에페의 명확한 장점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가 풍부하다는 점과,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국산 제품이어서 상대적으로 수급 안정성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고비, 한국인 데이터 및 급여 신청으로 맞불

이 같은 에페의 공세에 맞서 한국노보 측은 실제 국내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리얼월드 데이터(RWE)와 아시아인 대상 대규모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강조하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국내 첫 위고비 실사용 연구(RWE)에 따르면, 위고비를 처방받은 한국인 성인 비만 환자(475명)는 9개월간 정체기 없이 평균 11%(약 10.03kg)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체성분 분석군(107명)에서 체지방량이 평균 5.41kg(-14.9%) 줄어든 반면, 골격근량 감소는 1.37kg(-4.2%)에 그쳐 체지방 위주의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체지방률은 2.69%p 감소한 반면, 전체 체중 대비 골격근 비율은 오히려 1.59%p 증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 연구팀이 최근 공개한 국내 위고비 실사용 주요 연구 결과.

한국인과 태국인 등 아시아인 150명을 대상(한국인 57%)으로 한 글로벌 허가 임상(STEP 11)에서도 44주 차 평균 체중 감소율 16.0%를 기록해, 40주간 진행된 에페의 허가 임상 평균 감량률(9.75%)과 단순 비교 시 약 39% 높은 감량 효과를 보였다.

감량 속도 면에서도 위고비는 약 20주 만에 10% 체중 감소에 도달(STEP 4 기준)한 반면, 에페는 동일 수준 도달에 약 40주가 소요돼 약 2배 빠른 속도를 나타냈다.

여기에 각 약제의 임상 기간에 따른 누적 비용과 감량 효과를 연계한 '감량 1%당 비용'을 산출한 결과, 위고비(44주 누적 361만 600원, 16.0% 감량)는 1% 감량당 약 22만 5663원이 소요된 반면, 에페(40주 누적 273만 200원, 9.75% 감량)는 약 28만 21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활용해 한국노보 측은 가격 당 체중감량의 실질적 효과는 위고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실제 연구 내용으로만 보면 체중 1%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은 에페가 위고비보다 약 24% 높고, 같은 100만원으로 줄일 수 있는 체중은 위고비가 약 4.4%, 에페가 약 3.6% 수준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최근 비만 치료제의 사회적 관심과 환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처방 시장에서의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전성 측면에서 위고비는 이상반응 발생률 42.3%(주로 오심·구토 등 경증 위장관 증상), 치료 중단율 1.9%, 췌장염 발생 0건을 기록했으며, 에페 역시 주요 이상반응으로 구역(16%), 구토(11%) 등이 보고되었으나 위장관 이상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1.0%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비급여 위주의 비만 치료제 처방 및 오남용 문제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라며 "위고비의 급여 신청은 사회적 지적에 대해 선제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치열해지는 경쟁 국면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며 국내 시장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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