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보조 넘어 AI 크루로…병원 업무 자동화 확대
주거·업무공간서 건강관리…병원과 비만 예측 협력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인공지능(AI)이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의료 서비스와 병원 운영 체계 전반을 바꾸고 있다.
AI를 병원 업무에 참여시키고 일상 공간에서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4일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 심포지엄에선 이 같은 의료 AI의 변화와 발전 방향이 조명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 전략과 병원 업무 자동화, 공간 기반 건강관리 방안도 함께 다뤄졌다.

AI가 바꾸는 의료체계…예방·의료 접근성 확대
서울아산병원 서준범 교수는 올해 정부가 발표한 AI 기본의료 전략을 주제로, 관련 기술이 보건의료 체계 전반을 혁신하는 핵심 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지역 간 의료 격차와 필수의료 위기,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상승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의료인력 확충이나 서비스 전산화를 넘어,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는 "AI 전환은 기존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디지털 형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의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의 참여와 의료 영역을 확대해 새로운 형태의 보건의료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 의료 AI는 영상 판독·특정 질환 진단 지원 등 개별 솔루션에서 거대언어모델(LLM)·파운데이션 모델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왔다.
국내 의료 AI 산업 역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서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선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약 1500개가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선 올해 3월 기준 약 550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았으며, 이 중 50여 개가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최근 4~5년 사이 의료기관의 AI 도입도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기존 AI 솔루션은 개별 업무 지원에 집중돼 있어 의료 서비스 전반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 교수는 이를 극복할 기술로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꼽았다. AI가 의료진의 임상 의사결정을 돕고, 환자에게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국 약 1800개 보건진료소 등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활용도가 클 것이라는 기대다. 엑스레이를 통한 골다공증 위험 환자 선별이나 대규모 데이터 기반 질병 예측 등 예방 의료로의 전환 가능성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내 의료 환경에 적합한 독자적 AI 모델·데이터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해외 모델에 의존할 경우 국내 진료 환경을 반영하기 어렵고, 서비스 공급이나 가격 정책 변화에도 취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 교수는 "독자적인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데이터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개발된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공공의료기관 지원과 병원정보시스템 개선, 보상체계 마련까지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조 넘어 동료로…AI가 만드는 새 병원 환경은
이 같은 기술 발전은 병원 내부 업무 체계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진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AI가 병원 구성원으로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운영 모델이 제시된 것.
크루온에이아이 송호철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자사 서비스 '크루AI 워크'를 소개했다. 기존 AI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거나 의무기록을 요약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사람처럼 역할과 권한을 부여받아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다른 구성원과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구현한 것이 'AI 크루'다. 진료·간호 지원, 원무, 구매, 경영지원 등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AI를 병원 조직에 배치해 각자 업무를 수행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송 대표는 "미래 병원의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거나 의료진의 요청을 처리하는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AI 크루가 독립적인 개체로서 사람을 돕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AI 크루는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등 기존 병원 시스템과 연계해 업무를 처리한다. 이를 관리하는 AI 코디네이터는 작업을 배정하고 완료 여부를 확인하며, 의료진의 승인이 필요한 업무는 별도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통제한다.
사람의 명령 없이도 AI가 스스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검사 결과 확정이나 환자 상태 변화 등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감지해 후속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송 대표는 AI 크루에 이름과 이메일 계정을 부여하고 조직도에 배치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화상회의와 메신저, 전자결재 등에 AI가 참여해 업무를 수행하거나 검토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다만 이를 병원에 적용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정보시스템을 AI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로는 환자 정보와 검사 결과, 업무 규정 등 분산된 데이터의 관계를 연결하는 '온톨로지'를 제시했다. 이렇게 AI가 환자 상태와 업무 간 관계를 파악해 검진 이후 추적관리부터 진료 지원, 행정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AI 크루는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이벤트와 상태 변화를 인식하고 필요한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AI가 맡아 의료진이 더욱 의미 있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AI가 바꾸는 생활공간…병원 밖 건강까지 관리
디지털 헬스 기술을 활용한 공간 혁신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주거시설과 업무공간에 건강관리 기능을 접목해 병원 밖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삼성물산 조혜정 부사장은 발제를 통해 건설사업에 소프트웨어와 건강관리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기존 건설업이 건물 공급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공간 자체에 디지털 서비스를 접목해 이용자의 생활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주거 플랫폼 '홈닉', 오피스 플랫폼 '바인드', 시니어 생활지원 솔루션 '에버링' 등을 통해 공간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에버링은 요양시설 등에서 낙상·배회 감지와 비접촉 수면 센서로 고령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솔루션이다. 반복적인 관리 업무를 줄여 돌봄 인력이 대면 서비스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 같은 공간 혁신을 일상 속 건강관리로 확대한 것이 웰니스 플랫폼 '웰피'다. 주거·업무공간에서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통합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웰피는 신체·영양·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세 가지 모듈로 구성된다. 의료기기 인증 장비를 통한 37가지 건강 지표 측정부터 식단 추천, AI 상담까지 지원하며 관련 정보는 모바일 앱으로 통합 관리한다.
특히 강북삼성병원과 비만 위험 예측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웰피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병원의 AI 모델을 결합해 올해 말 비만 위험 예측 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래미안 트리니원과 오피스 빌딩, 건설 현장 등에 도입됐으며 학교·호텔·리조트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조 부사장은 "공간이 지속 가능한 건강을 관리하면 어떨까 고민했다.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서비스가 결합된 웰니스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며 "공간이 스스로 사람을 이해하고 개인에게 맞는 경험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어떤 공간에 가더라도 누적된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이 궁극적인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