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더보기
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 메타가 만난 사람들

    주요 학회에서 그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의학 분야 SCI급 논문만 500여편. 의사는 아니지만 환자의 예후 개선은 물론 일반인의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매년 40~50편이 넘는 의학 논문을 쏟아내며 지난 2022년 제18회 Young Investigator Award(한독학술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의학계 내 그의 활동성을 잘 설명하는 징표.대한비만학회 팩트시트도 10년 전 태동부터 그의 손을 거쳤다. 이외에도 여러 학회의 팩트시트 작성을 주도하며 협업하는 학회만 지질동맥경화학회, 류마티스학회, 당뇨병학회 등 5개에 달한다.주요 학회 발표장마다 얼굴 도장을 찍으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이름하여 '숫자로 진료하는 학자' 한경도 대한비만학회 빅데이터위원회 이사(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를 만나 의학통계학자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물었다.■매년 40~50편 의학 논문 집필…숫자의 힘으로 변화 추동환자의 예후를 바꾸고, 정책 보고서를 움직이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다. 그 공통분모는 근거다.데이터 더미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산출해내는 것은 지난한 작업. 당뇨·비만·지질·류마티스 등 굵직한 학회의 주요 데이터 발표마다 의학통계학자 한경도 교수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한 교수는 본디 통계학도였다. 가톨릭의대에서 의학통계 석·박사를 거치며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구가 막 움트던 시기에 발을 들였고, 그 선택이 운명을 바꿨다.한 교수는 "의사는 아니지만 전공 자체가 의학통계"라며 "의대에서 통계를 배운 까닭에 의료계와의 협업은 외도가 아니라 제 본업"이라고 강조했다.의학계에선 통계 전문가가 부차적 조력자 정도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누적 500편이 넘는 SCI 논문, 여러 학회들이 발간하는 팩트시트로 드러난 한국인의 질병 현황은 진료 지침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정책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 이상 통계는 통계로 그치지 않는다.한 교수는 "생활습관 교정 연구를 통해 흡연·음주·운동 부족 같은 습관이 바뀌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실제로 낮아진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증명했다"며 "이같은 연구 결과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생활습관 교정의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의사가 아니더라도 환자의 예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아도, 데이터가 삶을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 데이터를 근거로 정책 변화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근거를 설명하는 데 가장 좋은 건 숫자이고, 따라서 팩트시트의 힘은 숫자에서 비롯된다.한 교수는 "막연히 비만이 늘었다는 말보다 '젊은 남성 고도비만율이 몇 퍼센트'라는 수치가 훨씬 강력하다"며 "이는 정책 결정자에게 경각심을 주고, 국민에게는 자기 문제로 다가오게 만든다"고 설명했다.그는 "해외 수치와 나란히 비교해 국내 질환 유병률을 보여주면 얼마나 심각한지 단번에 와닿는다"며 "그런 까닭에 팩트시트는 단순한 학회 자료를 넘어 인식 변화와 정책 로드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의학통계학자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한국이 OECD 체제 안에서 선진국과 보조를 맞추려면 모든 것이 정량화돼야 하고, 이는 의학에서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사망률, 치료 성과, 비용 대비 효과까지 수치로 표현해야 하며, 그 수치의 기반을 다지는 것은 의학통계학자의 몫이다.한경도 교수는 "최근엔 AI와 빅데이터가 결합하면서 통계와 의료는 한층 긴밀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주먹구구식으로는 연구하던 시절이 아니기 때문에 숫자와 근거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올해 10주년을 맞은 비만 팩트시트를 돌아보며 그는 "부모의 체질량 지수와 자녀의 비만 상관성을 제시해 호응을 얻었다"며 "매년 주요 지표를 반복하면서도 동시에 시의적절한 새로운 항목을 찾아야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놨다.그는 "다만 비만학회가 국내 비만 현황을 담은 팩트시트를 발간한지 10년을 맞으면서 처음으로 비만 유병률 정체와 같은 긍정 신호가 포착됐다"며 "팩트시트와 논문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매년 나온다는 점에서 의학통계학과 학생들도 동기부여가 되고, 본인도 다시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그는 "몸은 하나인데 학회의 협업 요청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 힘들 때도 있지만 데이터가 환자의 건강과 사회 인식에 보탬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 은퇴까지 함께 하고 싶다"며 "임상과 정책, 학문과 사회의 경계에 서서 숫자로 현실을 바꾸는 일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 ESMO 2025

    세계 양대 암학회로 꼽히는 유럽종양학회(ESMO) 회장이 바라보는 종양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또한 점점 더 개인화되고 정밀화되고 있는 종양학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이에 대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학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해답은 인공지능에서 시작돼 인공지능에서 끝났다.유럽종양학회(ESMO) 파브리스 앙드레 회장이 17일 오프닝 세션 강연에서 종양학의 미래를 AI라는 한 단어로 요약했다.유럽종양학회 파브리스 앙드레(Fabrice André) 회장은 현지시각으로 17일 독일 메쎄 베를린에서 개막한 ESMO 2025에서 개막 강연을 열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조망했다.파브리스 앙드레 회장은 "과거 의학의 한 분야에 그쳤던 종양학은 이제 의학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과거 치료에 머물렀던 학문이 이제는 정복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그는 이어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정보를 비웃듯 종양학은 연구부터 치료,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인 정보가 몰아치고 있다"며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그는 이 미래의 중심을 인공지능이라는 단 한 단어로 요약했다. 이제 종양학의 미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바꾸는 시대가 열렸다는 설명이다.파브리스 앙드레 회장은 "이제 종양학는 과학적 치료 시대에서 가능성의 시대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며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며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추상적이던 이러한 비전은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매우 구체화되고 있다"며 "종양학 연구와 임상, 치료가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파브리스 앙드레 회장은 인공지능이 바꿀 종양학의 모습을 새로운 정의(new definitions)라고 이름 붙였다.지금까지 진행되던 근거 기반 치료가 이제는 개인적인 최적화로 노선이 변경되며 임상 연구부터 신약 개발까지 프레임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특히 그는 교육 분야에 있어 인공지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전 세계에서 온 암 전문가들이 17일 유럽종양학회 개막 연설을 듣고 있다.파브리스 앙드레 회장은 "이제 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진화하는 치료 표준을 배우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약물을 넘어 세포 치료와 방사선 치료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치료 모델의 도입에 더욱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디지털화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제 교육 전달 방식(education delivery)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인공지능과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임상 현장에 적용시키는지가 곧 종양학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그런 의미에서 그는 앞으로 ESMO 또한 의학적 중심에서 벗어나 다학제 학회로 탈바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파브리스 앙드레 회장은 "인공지능 시대의 종양학은 의사나 간호사, 의학자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자, 데이터 과학자, AI 개발자, 기술 전문가 등 모두가 참여하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며 "ESMO 또한 이에 맞춰 문호를 개방하고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찾아가며 인공지능이 만드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가겠다"고 밝혔다.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업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많이 읽은 뉴스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