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라운지] 정성훈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동-서양 인종 특성 달라…JAK 억제제간 효과·부작용 규명 예정"

심혈관 부작용 우려를 샀던 JAK 억제제 토파시티닙이 한국인 궤양성 대장염(UC) 환자에서 항TNF제와 유사한 장기 안전성을 보였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1년 안전성 연구 결과에 이어 3년 장기 추적에서도 큰 이상이 없어 우려가 기우였다는 데 무게를 실어준 것.
토파시티닙의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JAK 억제제 계열 성분에 대한 추가 연구 및 성분 교차 사용 시에 대한 안전성 확인으로도 연구 확장 가능성이 열렸다.
연구에 참여한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정성훈 교수를 만나 연구의 배경과 의미를 들었다.
■토파시티닙 심혈관 부작용은 '누명'…첫 한국인 근거는
최근 대한의학회 학술지 JKMS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국내 1,816명을 3년간 추적한 결과 토파시티닙의 주요 이상반응(SAE) 발생률이 항TNF제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 교수는 먼저 "2021년 미국 FDA가 JAK 억제제의 심혈관계 사건, 암, 혈전 위험을 경고했지만 이는 대부분 서구의 류마티스 관절염(RA) 환자를 기반으로 한 ORAL Surveillance 연구에서 나온 결과였다"고 한국인 기반 연구 진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FDA는 화이자의 토파시티닙을 비롯한 모든 JAK 억제제에 대해 '심근경색·뇌졸중 등 중대한 심혈관 사건, 암, 폐색전증, 사망 위험 증가' 경고문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조치는 이후 전 세계적으로 JAK 억제제 사용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왔고,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자나 심혈관질환 위험군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안전성 우려의 근거가 대부분 서구의 고령 류마티스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궤양성 대장염 환자나 아시아 환자군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UC 환자는 대체로 연령이 낮고, 염증성 장질환의 면역학적 기전이 류마티스와 다르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인은 본래 정맥혈전색전증(VTE) 발생률이 서구인보다 낮아 FDA의 경고가 일괄적으로 적용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실질적인 근거 없이 동일한 위험도가 전제되는 모순이 있었다"며 "실제 국내 의료 환경과 인종적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가 절실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희귀난치성질환 등록자료(RID)를 기반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항TNF제 또는 토파시티닙을 처방받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 1,816명을 분석했다.
이 중 토파시티닙 투여군은 521명(28.7%), 항TNF제 투여군은 1,295명(71.3%)이었으며, 3년간의 추적 결과 두 군의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각각 100인년당 4.41건과 5.33건으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정 교수는 "핵심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는 점으로, 이는 토파시티닙이 항TNF제에 비해 안전성 면에서 열등하지 않다는 의미"라며 "결국 한국인 UC 환자 집단에서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 충분히 대등한 치료 옵션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서구 연구에서 제기된 심혈관·혈전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은만큼 이는 JAK 억제제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시킬 수 있는 근거라는 것.
이는 향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인종 기반 분석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특히 JAK의 강점인 경구제 중심의 치료 선택권 확장의 의미를 가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동-서양인 환자군 특성 달라…약물 반응도 '차이'
정 교수는 "아시아인은 전반적으로 서구인보다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이 낮고, UC 환자는 RA 환자보다 젊기 때문에 기저 위험도가 낮다"며 "이 같은 요인이 토파시티닙 투여 시 위험 증가 효과를 상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일 약제라도 인종·환경적 배경이 다르면 위험 양상 또한 달라질 수 있다"며 "토파시티닙 사용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와 고혈압을 동반한 환자에서 중대한 이상반응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 특정 환자군에서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혈전 및 심혈관계 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며, 필요 시 관련 전문과 협진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상포진 등 기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접종도 적극 권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구의 RA 연구에서 '고용량(10mg 1일 2회)' 투여 시 위험 증가가 보고된 점과 관련해서는 국내 치료 환경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정 교수는 "우리 연구는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개별 용량 정보는 포함하지 못했다"며 "다만 국내에서는 유도 요법 후 유지기에 저용량(5mg 1일 2회)으로 전환하는 패턴이 일반적이라, 저용량 유지 비율이 전체 안전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용량 조절 패턴'이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토파시티닙 외 다른 JAK 억제제까지 이번 결과를 확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교수는 "각 제제는 JAK1, JAK2, JAK3, Tyk2 등 표적 효소의 선택성이 달라 약제별 안전성 프로파일이 다를 수 있다"며 "본 연구 결과를 다른 약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토파시티닙 이후 나온 약제들은 대게 선택성 범위가 좁아 안전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 출시된 JAK억제제들 간의 효과 및 부작용 발생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계획 중이거나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면역질환들에 대한 다양한 고효능 치료(Advanced Tx)가 사용 허가되고 있어 이러한 약제들의 약제 지속성 및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분석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는 아시아 UC 환자에서 토파시티닙의 장기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첫 대규모 근거로, 경구 소분자 치료 옵션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결과"라며 "적절한 환자 선택과 모니터링을 전제로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높이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국내 고시 기준상 류마티스 질환에서는 허용되는 JAK 억제제 간 교체 투여(스위칭)가 UC에서는 불가능한 점은 임상 현실과 맞지 않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